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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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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장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18회 작성일 01-03-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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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에 숨어 있으면서 무게가 없는 빛조차도 강력한 중력으로 흡수해 버리는
불가사의한 천체 블랙홀. 우리 은하계에서도 약 20개의 블랙홀 후보 천체가 보고
되었다. 블랙홀이란 대체 무엇인가? 빨아들인 물질은 어떻게 되며, 어디로 가는가?
아직도 수수께끼 가 많은 이 천체를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量子論)을 통해 밝혀 보자.』

1. 우주의 함정, 블랙홀은 어떤 천체인가?
우주 안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천체 블랙홀(black hole). 블랙홀은 모든 물질을 바닥이
없는 늪처럼 빨아들이고, 결코 밖으로는 내보내지 않는 천체이다. 빛조차도 블랙홀에
접근하면 빨려들어가 다시는 빠져 나오지 못한다. 밖에서는 볼 수 없으므로 그것은
시커먼 함정이 공간에 열려 있는 것과 같다. 검은 구멍과 같다고 해서 ‘블랙홀’이라
불리고 있다.

함정의 경우 떨어지고 나서 그 존재를 깨닫지만, 블랙홀은 그렇게 염려할 것은 없다.
블랙홀에 접근하면 잡아당겨지는 듯한 힘을 느끼므로 그것을 피하도록 지나면 빠지지
않는다. 이 잡아당기는 힘이 블랙홀의 중력이다. 모든 천체는 그 중력으로 다른 물체를
끌어당기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는 블랙홀이 중력을 가지고 있어도 전혀 불가사의한
것도 아니다. 불가사의한 것은 그 중력이 극단적으로 강력하다는 것이다.

중력의 세기는 우선 천체의 질량, 그 다음에 천체와 물체 사이의 거리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리고 천체를 점점 작게 하여 중력을 강하게 하면, 마침내 블랙홀이 된다. 만일 지구와
같은 무게의 블랙홀이 있다고 하면, 그 크기는 반지름 약 1mm이고 표면에서의 중력의
세기는 지구 중력의 100만 배, 또 그 100만 배나 된다. 표면이라고 해도 블랙홀은 지구
처럼 물질이 가득 차 있는 천체가 아니므로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 안으로 빠져
버리면 두 번 다시 밖으로는 탈출할 수 없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일방 통행의 막과
같은 것이다. 이 불가사의한 블랙홀의 정체를 살펴본다.

2. 아인슈타인이 블랙홀의 존재를 예언하였다
블랙홀은 엄청나게 중력이 강한 천체이다. 따라서 블랙홀의 정체를 살피기 위한 열쇠는
중력이다. 17세기 후반에 뉴턴은 모든 물체는 그 무게(질량)에 비례한 힘으로 다른
물체를 잡아당긴다고 생각하고, 이 힘을 ‘만유 인력(萬有引力)’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바로 중력이다. 질량이 같은 물체의 중력은 그 물체에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강해진다.
그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즉 거리가 절반이 되면 4배, 거리가 10분의 1이
되면 100배가 된다. 10분의 1로 더 축소시키면 중력은 1만 배가 된다. 점점 작게 하면
표면의 중력은 한없이 강해진다.

또 하나의 단서는 뉴턴보다 이전에 갈릴레이에 의해 얻어졌다. 갈릴레이는 피사의 사탑
옥상에서 크기가 같은 쇠공과 나무공을 떨어뜨려 어느 쪽이 먼저 지상에 도착하는가를
실험하였다. 쇠공 쪽이 무거우므로 나무공보다 큰 중력을 받지만, 실험 결과 두 공이
동시에 지상에 도착하였다. 이로써 모든 물체는 중력에 의하여 그 질량에 관계없이
똑같이 낙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등가 원리(等價原理)’라고 하는데 중력의
가장 중요한 성질로 생각되고 있다.
또 빛의 속도도 중력으로 끌어당겨져 느려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력에 의하여 낙하
하고 있는 창이 없는 방을 생각해 보자.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모든 물체는 등가 원리에
의하여 상자 자체와 마찬가지로 낙하하고 있다. 상자 안에서 쇠공을 떨어뜨려도 상자
안에 있는 사람이 보면 쇠공은 공중에 뜬 채이다. 상자 안의 사람에게 상자 안은 무중력
상태이다. 또 상자 안에서 위를 향하여 빛을 발사했을 때, 상자 안의 사람이 그 속도를
재면 중력이 없는 곳에서의 속도와 마찬가지로 초속 30만 km가 되지만, 상자 밖의
사람이 재면 초속 30만 km보다 느려지는 것이다.

빛이 중력에 의해 구부러진다는 것은 뉴턴 시대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중력이
빛과 시공(時空)에 미치는 작용을 모두 해명할 수는 없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세 개의
관계를 밝히고 블랙홀의 개념을 탄생시킨 것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3. 블랙홀에서는 빛조차도 빠져 나올 수 없다
중력에 의하여 빛의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 한 걸음만 내딛으면
블랙홀에 도달할 수 있다.

어떤 천체의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고 있는 상자를 생각해 보자. 그 천체의 중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상자는 빨리 떨어진다. 요컨대 먼 곳의 우주 공간에 정지해 있던 상자가 지구의
중력에 의하여 끌어당겨지는 경우, 지표에 충돌하기 직전의 속도는 초속 약 11km이다.
이것은 광속도 30만 km에 비하면 매우 작다. 그런데 질량은 그대로 두고 지구 반지름을
약 1mm까지 작게 하면, 지구에 충돌하기 직전의 속도는 초속 약 30만 km에 까지 도달
한다.

초속 30만 km로 낙하하고 있는 상자에서도 상자 안에 있으면 중력은 없어진다. 단, 이
경우는 상자 내부에서 중력에 의한 힘의 어긋나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줄인 지구 반지름
1mm보다도 세로, 가로, 안길이가 충분히 작은 상자를 생각해야 한다. 가상으로 그러한
상자를 생각하고, 난쟁이보다도 작은 생물이 그 상자 안에서 빛의 속도를 재면, 상자 안의
생물도 상자와 같이 초속 30만 km로 낙하하고 있으므로 상자 밖의 사람에게는 빛이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강력한 중력에 의하여 빛이 탈출할 수 없는 천체의 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의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블랙홀의 모든 것은 아니다. 20세기가 되자
아인슈타인은 빛보다도 빨리 운동하는 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더
나아가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여 중력이 공간을 휘게 하여 시간을 늦게 한다는 것을
나타냈다. 블랙홀 표면에서는 밖을 향해 나간 빛은 정지하고 있지만, 블랙홀 안에서는
밖을 향하여 빛을 발사해도 안쪽으로 진행되고 만다. 빛보다 빠른 것은 없으므로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모든 물체는 정지할 수 없고 반드시 중심으로 떨어지게 된다.
중심에서는 공간이 무한으로 구부러져 가는 것이다. 이것이 밝혀진 것은 1950년대의
일이었다.

4. 블랙홀은 어떻게 하여 탄생하는가?
그렇다면 블랙홀은 대체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태양의 몇십 배나 무거운 별의
마지막 대폭발 때에 생기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태양 등과 같은 항성의 중심 부분에서는 수소(H)가 헬륨(He)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별이 자신의 무게로 짜부라지지 않는 것은 핵융합 반응으로 나오는 열이 그
별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바뀌면 이번에는 헬륨이
탄소(C)나 산소(O)로 변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중심부가 충분히 압축된 크고
무거운 별에서는 헬륨 다음에 탄소나 산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이처럼 별의
중심부에서는 철(Fe)의 원자핵이 생길 때까지 차례로 탄소나 산소의 핵융합 반응이
계속 일어난다.

원자핵 중에서 가장 안정한 철 덩어리가 중심부에 생기면, 더 이상 핵융합 반응은 일어
나지 않는다. 별은 열을 내지 못하게 되므로, 자기 자신의 무게로 천천히 조금씩 줄어든다.
그러면 철 덩어리의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하고, 철의 원자핵 중의 양성자가 전자를
흡수하여 중성자로 변한다. 동시에 중성자는 열을 빼앗기므로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별의 바깥층 물질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어서 많은 물질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이로써
중심부에 작고 무거운 중성자의 덩어리가 생기고, 떨어져 온 물질은 중심부에서 튀어올라
대폭발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초신성 폭발(超新星爆發)’이다.

중성자 별이 자신의 무게로 짜부라지지 않는 것은, 중성자가 서로 접근하면 반발하여
합쳐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반발력을 ‘축퇴압(縮退壓)’이라고 한다. 축퇴압으로
지탱할 수 있는 무게에는 한계가 있으며, 중심부의 덩어리가 태양 질량의 1.4배 이상
되면 축퇴압으로 지탱할 수 없다. 이로써 태양 질량의 1.4배 이상의 중성자 덩어리가
생기면, 그것은 자기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없이 짜부라들고 만다. 이것을
'중력 붕괴’라 하고, 그 결과 블랙홀이 생긴다.

5. 보이지 않는 천체인데, 어떻게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일까?
직접 볼 수 없는 블랙홀이 우주에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 블랙홀을
볼 수는 없지만, 블랙홀로 떨어져 들어가는 물질이 방출하는 X선과 감마선은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력이 강할수록 물질은 압축되어 고온이 된다. 또 물질의 온도가 높을수록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어떤 파장의 전자기파가 나오는가
를 앎으로써 그것을 방출하고 있는 물질의 온도를 추정할 수 있다. X선과 감마선도
일종의 전자기파이고, 그 파장은 우리 눈에 보이는 빛에 비하여 1만 분의 1 이하로 매우
짧다. 그래서 X선과 감마선이 관측되면 그것은 중력이 매우 강한 천체 주위에서 방출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그 천체가 블랙홀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 블랙홀의 또
다른 특징은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태양 질량 정도의 블랙홀일 경우 그 반지름은 단
3km 정도이다. 이 작은 블랙홀 주위의 물질은 항상 일정량이 떨어져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물질은 쌓였다가 떨어져 들어가고, 다시 쌓였다가 떨어져 들어간다. 그 때마다
X선과 감마선이 많아지거나 적어진다. 쌓이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블랙홀을
일주하는 시간이다. 블랙홀은 작기 때문에 이 시간은 수시간에서 수일 정도로 매우
짧다. 이렇게 해서 X선과 감마선의 세기가 짧은 주기로 변화하고 있으면, 블랙홀 주위의
물질에서 방출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6. 과학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블랙홀을 생각하였다
이제까지는 어떤 블랙홀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를 해 왔다. 그러나 사실 블랙홀에는 몇
종류가 있다.
가장 구조가 단순한 것이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정지한 구체의 블랙홀이다.
물질이 블랙홀의 표면(사상의 지평면)까지 도달하면, 다음은 일직선으로 중심, 즉
특이점을 향하여 떨어질 뿐이다.

모든 별은 자전하고 있으므로, 별의 중력 붕괴로 생기는 블랙홀도 자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회전하고 있는 블랙홀은 ‘커 블랙홀’이라고 불린다.
커 블랙홀의 표면은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원심력이 작용하여, 적도면 쪽이 극 방향보다
부푼 회전체 모양을 하고 있다. 이 표면도 그 안쪽으로 일단 빨려들어가면 두 번 다시
밖으로 도망칠 수 없는, 일방 통행의 면이다. 커 블랙홀의 특징은 표면의 바깥쪽 공간
자체가 블랙홀의 회전에 이끌려 회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커 블랙홀 바깥쪽에
멈춰 있으려고 한다면, 이끌려 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바깥쪽 방향으로 엔진을 고속으로
회전시킴과 동시에 이끌려 돌아 나가지 않도록 블랙홀의 회전과 반대 방향으로도 엔진을
고속으로 회전시켜야 한다.

전하를 띤 블랙홀도 생각되는데, ‘라이스너 노르드슈트롬 블랙홀’이라 불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회전하고 있는 것은 ‘커 라이스너 노르드슈트롬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회전하고 있지 않은 쪽은 표면의 바깥쪽이 슈바르츠실트 블랙홀과 아주 비슷하다. 실제로
라이스너 노르드슈트롬 블랙홀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하를 띤 물질을 중력 붕괴시켜야
한다. 그러나 블랙홀이 되기 전에 전기력이 작용하여 반발하고 튀어나와 버리기 때문에,
전하를 띤 블랙홀은 생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단 슈바르트실트 블랙홀에 전하를
투입하면 생길지도 모른다.

7. 회전하고 있는 커 블랙홀에 접근해 보자
커 블랙홀의 성질을 더욱 자세히 알기 위하여 접근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알아보자.
멀리서 보면 커 블랙홀과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은 같아 보인다. 그러나 커 블랙홀에서는
처음에는 블랙홀에 일직선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궤도가 어긋나 블랙홀
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더욱 접근하면 블랙홀의 주위를 맴돌게 된다.
이것은 ‘렌스 틸링 효과’라고 불리고 있다.

이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블랙홀의 회전과 반대 방향으로 운동하면 된다. 그런데
더욱 접근하면 반대 방향으로 운동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느 틈엔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버티고 엔진을 고속으로 회전시켜도 정지할
수조차 없다. 그것은 블랙홀 주위 공간이 블랙홀로 떨어지고 동시에 회전하고 있어서
그들을 합친 속도가 광속도 이상이기 때문이다.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의 경우는 공간이
블랙홀에 안쪽을 향하여 떨어지고 표면에서는 광속도가 되고 있다. 따라서 바깥쪽으로
나온 빛이 표면에서는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회전하는 커 블랙홀의 경우,
안쪽에 회전 방향의 속도가 더해지기 때문에 표면의 바깥쪽에서 공간의 운동 속도가
광속도를 넘고 만다. 커 블랙홀 주위의 공간에서 광속을 넘는 영역을 ‘에르고(ergo)
영역’이라고 한다. 에르고 영역에 들어가면, 블랙홀에 대하여 정지해 있을 수가 없고,
반드시 블랙홀 주위를 회전하면서 그 안으로 떨어져 간다. 단 바깥쪽 방향으로 로켓을
고속으로 회전시키면 에르고 영역에서 탈출할 수 있다.

8. 블랙홀은 물질을 국수처럼 가늘게 늘인다?
불행하게도 블랙홀에 떨어지고 말았다면 어떻게 되는가를 상상해 보자. 이 경우
슈바르츠실트 블랙홀과 커 블랙홀에서의 모습이 다르다.

슈바르츠실트의 경우, 일단 빨려들어가면 곧바로 중심을 향하여 떨어지게 된다. 이 때
물질의 각 점에서는 중력이 블랙홀의 중심 방향으로 작용하고, 물질 내부에서 힘의
변형이 일어난다. 이것을 ‘조석력(潮汐力)’이라고 하는데, 물질을 산산히 부서뜨리는
것은 이 조석력이다. 조석력의 크기는 블랙홀의 크기에 의하여 정해진다.

블랙홀에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별의 중력 붕괴로 생긴 태양 질량 정도의
작은 블랙홀의 경우, 조석력은 표면으로 빨려들어가는 시점에 지구 표면의 1조 배가
된다. 물질은 국수처럼 가늘게 늘어지고, 블랙홀을 향한 우주선은 거기서 일순간에
최후를 맞는다.

하나의 은하가 짜부라든 것과 같은 거대한 블랙홀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블랙홀의
표면은 반지름이 3000억 km나 된다. 이 경우는 표면의 조석력이 지구 표면의 1000만
분의 1 정도이므로 아무런 힘도 느끼지 못하고 빨려들어가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블랙홀에 빨려들어갔다는 것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중심의 특이점에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어떠한 블랙홀에서나 중력이 강해지고
잡아당기는 듯한 힘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역시 국수처럼 되어 결국은 중심
으로 끌려들어가고 만다.

커 블랙홀의 경우는 모습이 다르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커 블랙홀의 내부 구조에 대하여
설명한다.

9. 고리 모양의 특이점을 빠져 나가면, 거기에는 다른 우주가 있다?
커 블랙홀의 내부로 눈을 돌려 보자. 커 블랙홀 표면으로 빨려들어간 물질은 원심력
때문에 곧바로 중심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도면에 원반을 형성한다. 이 원반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고리 모양으로 밀도가 무한히 커지는 장소를 만들어 낸다. 밀도가
무한히 커지는 이와 같은 영역을 ‘특이점’이라고 한다.

특이점에 충돌하면 물질은 산산 조각이 나 버린다. 그러나 회전하고 있는 커 블랙홀의
특이점은 원심력에 의해 고리 모양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피해서 지나갈 수 있다.
표면으로 빨려들어간 다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특이점에 부딪혀
버리지만, 고리의 한가운데로 돌입하는 것처럼 로켓 엔진을 힘껏 고속으로 회전시켜
주면 특이점을 피할 수 있다. 고리를 빠져 나가면 불가사의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어갔을 때와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우리 우주와는 전혀 다른 우주로
방출되는 것이다. 이처럼 방출하는 블랙홀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은 ‘화이트홀
(white hole)’이라고 불리고 있다.

커 블랙홀은 다른 우주의 화이트홀과 이어져 있다. 방출된 우주에도 커 블랙홀이 있어서
거기로 뛰어들면 또 다른 우주가 있다. 이렇게 커 블랙홀을 가교로 하여 무한한 수의
우주가 이어지고 있다.

커 블랙홀의 내부 구조는 이처럼 복잡하지만, 실제 별의 중력 붕괴에 의하여 생긴 커
블랙홀 내부에 정말로 다른 우주에 이르는 통로가 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10. 특이점은 9차원의 세계에서 끈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어느 블랙홀에나 그 내부로 빨려들어간 물질의 밀도가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이 존재한다.
그 특이점에서 물질이 어떻게 되는가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큰 문제이다.

현재 물리학에서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물질은 특이점으로 떨어져 사라지고 만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라지기 직전의 물질은 큰 조석력으로 전자나 쿼크와 같은 소립자 등
물질의 구성 요소 수준까지 산산 조각이 난다. 더욱이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진정한
물질의 구성 요소는 소립자가 아니라 10-33cm라는 극히 작은 고무 밴드(고리 모양의
고무줄)와 같은 끈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이것이 ‘슈퍼 스트링(초끈) 이론’이다. 이 끈이
다양한 방법으로 진동하고 그 진동의 차이가 끈을 각각의 소립자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 끈의 진동으로 중력까지 만들어지기 때문에, 특이점 부근처럼 극히 작은
영역에서는 물질도 중력도 구별할 수 없어진다.

이 끈이 존재하는 것은 공간이 9차원 세계일 때이다. 우리가 사는 우주 공간은 3차원
공간에 또 하나 1차원의 시간이 보태진 4차원 시공이라고 일컬어진다. 9차원 공간이란,
3차원 공간 안에 6차원의 퍼짐을 가지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6차원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하여 마카로니를 상상해 보자. 마카로니를 멀리서 보면 한 가닥의 선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굵은 관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카로니의 면은 길이
방향과 관으로 된 방향의 2차원의 면이다. 관 방향이 작은 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길이 방향의 1차원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공간도 매우
작은 규모에서 보면 6차원 방향이 보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초끈 이론에도 몇 가지
종류가 제시되었으며, 그들은 모두 ‘M이론’이라고 불리는 것에서 유도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특이점 부근에서는 여분의 6차원이 그 얼굴을 드러낸다. 특이점은 9차원의 공간 안에서
끈이 진동하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11. 벌레 먹은 구멍, 웜홀은 두 공간을 잇고 있다
일단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면, 두 번 다시 바깥 세계로는 되돌아올 수 없다. 바깥 세계로
되돌아오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블랙홀의 바깥 세계로 탈출하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를 넘은 초광속으로 운동하면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초광속으로 운동하는 입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래서 블랙홀 그 자체 구조를 바꿔 자유로이 왕래한다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블랙홀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것은, 즉 들어간 길을 반대로 돌아나올 수 없는 것은 중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다.

중력 붕괴로 생긴 특이점으로는 물질뿐만 아니라 공간도 무한한 속도로 떨어져 들어간다.
마치 무한의 속도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것과 같다. 이 에스컬레이터를
아무리 올라가게 하려고 해도 헛수고이다. 따라서 특이점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력이 너무 강해지지 않도록 중력의 반발력이 되는 성질을 가진 물질이
있으면 된다. 이와 같은 물질은 음의 에너지를 가진 물질이라고 불린다. 만일 그러한
물질이 있다면, 공간의 떨어진 장소에서 공간을 구부려 터널을 만들어 연결할 수 있다.
이 공간의 떨어진 2점을 잇는 구조를 ‘웜홀(worm hole)’이라고 한다.

만일 인공적으로 블랙홀을 만들 수 있다면 웜홀이 생긴다. 웜홀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생각되고 있다. 우선 블랙홀을 두 개 만들 생각으로 공간을 구부려 나간다. 제각기
사상의 지평면이 완성되기 직전에 음의 에너지를 주입하여 그 이상 중력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굽은 공간을 연결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마이크로(미시)의 웜홀을 확대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10-33cm라는 엄청나게 작은 규모에서는 공간을 펄펄 끓어오르는 목욕탕처럼 복잡하게
움직여 주면, 웜홀과 같은 구조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이 마이크로의 웜홀에 음의
에너지를 주입하여 확대시키는 것이다.

12. 웜홀을 이용하여 타임 트래블을 떠나자
미국의 물리학자 손은 인간이 안전하게 빠져 나갈 수 있는 웜홀을 이용하면 타임 트래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원리를 설명하기 위하여 특수 상대성 이론의
‘쌍둥이 패러독스’를 생각해 보자.

쌍둥이 형제 중의 형 쪽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하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 여행에
나가, 10년 후에 지구로 돌아온다고 하자. 지구에 남은 동생은 그 사이에 10살이나 먹은
데 비해, 우주를 탐험하고 돌아온 형 쪽은 1살밖에 나이를 먹지 않았다. 이것이 ‘쌍둥이
패러독스’이다. 패러독스라고 불리는 이유는, 형이 보면 동생이 있는 지구 쪽이 더욱
운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서로 어느 쪽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
이다. 실제로 형 쪽은 지구에 돌아오기 위하여 운동의 방향을 바꾸는 데 비하여 동생 쪽은
일정한 운동 상태를 계속하므로, 두 사람의 운동은 동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형의
시간이 느린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쌍둥이가 아니라 웜홀을 광속으로 이동시키고, 이것을 이용하여 타임
트래블을 떠나자. 이어진 웜홀의 두 출입구 A와 B가 있고, 그 중의 B만이 광속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2000년 1월 1일에 B가 출발하고 10년 후인 2010년 1월
1일에 원래 위치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때 B의 시각은 2001년 1월 1일이다. 그런데 B가
돌아온 직후에 타임 트래블을 하는 사람이 A에 뛰어들어간다. 그러면 순간적으로 B에서
뛰어나오게 되는데, 그 때 B의 시각은 2001년 1월 1일이다. 손은 이렇게 해서 타임
트래블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타임 트래블에는 논리적인 모순이 있다. 요컨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부계의
할머니가 아버지가 태어나기 전에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하자. 그러면 아버지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미래의 나 자신도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자신은 없어야 할
미래에서 온 것이다. 이 모순으로 타임 머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과,
모순이 일어나지 않는어떠한 메커니즘이 타임 머신에 짜여 있다는 두 종류의 생각이 있다.

13. 호킹은 블랙홀이 증발한다고 생각하였다
1970년대 중반까지 블랙홀은 물질을 빨아들여 질량이 커지기만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1976년 호킹은, 블랙홀이 그 질량에 반비례한 온도로 빛을 발사하고, 차츰 증발해
나간다는 것을 나타냈다. 블랙홀에서는 아무 것도 나올 수 없는 것이 아니었던가?

호킹은 블랙홀에 양자 역학을 적용하였다. 양자 역학에서 진공은 물질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진공 우주를 소립자 수준의 작은 규모로 보면, 빛의 알갱이인 광자
(光子, photon)가 쌍을 이루어 생기거나 소멸하고 있다. 진공에서 에너지는 일정한
수치를 취할 수 없으며 항상 요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양자 역학의 ‘불확정성
관계’라고 한다. 요동(fluctuation)은 시간 간격이 짧을수록 크고, 그 에너지가 광자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렇게 하여 생긴 광자의 쌍은 일반적으로 곧바로 서로 만나고
소멸되어 간다.

그러나 이 광자의 쌍생성이 블랙홀 주위 공간에서 일어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블랙홀
부근에서는 강한 조석력이 작용하여 거리가 가까운 쪽이 더욱 강하게 블랙홀에 이끌린다.
그러면 본래는 곧바로 만나서 쌍소멸을 해야 했던 두 개의 광자가 서로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한 쪽이 블랙홀에 튀어들어가게 되면 그 반동으로 또 한 쪽의 광자는 먼 곳으로
튀어나간다. 이로써 블랙홀에서 빛이 방출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질량이 작은 블랙홀일수록, 주위 공간의 구부러짐이 크기 때문에 조석력이 강하고 광자가
큰 에너지를 가지고 밖으로 힘차게 방출된다. 대체로 온도가 높은 물체에서 방출되는
빛일수록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크다. 그래서 질량이 작은 블랙홀일수록 고온이다.
블랙홀은 빛을 방출하면 에너지를 잃게 되므로 서서히 질량이 줄어든다. 이 현상을
'블랙홀의 증발’이라고 한다. 질량이 줄면 더욱 온도가 높아지므로 더욱 격렬하게 증발
하게 된다.

14. 최후의 블랙홀이 빛을 잃을 때, 우주는 죽음에 이른다
블랙홀은 아득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려서 증발하고, 마지막에는 대폭발을 일으킨다.
이를테면 태양 질량 정도이면 증발을 끝낼 때까지 1010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블랙홀의 증발이 우리와 관계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우주의 미래가 어떻게
되는가를 생각한다면 블랙홀의 증발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 우주는 현재 팽창하고 있다. 이 팽창이 영원히 계속되는가, 아니면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 수축으로 돌아서는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팽창이 영원히 계속된다고
보는 연구자가 많다. 그러한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50억 년 정도 미래에는 태양이 모두 타 버리고 만다. 그 단계에서 태양은 화성의 궤도
부근까지 팽창하고, 마지막에는 ‘백색 왜성’이라고 불리는 반지름 수천 km의 작은 별이
된다. 태양보다도 가벼운 별은 더욱 오래 타지만 그래도 약 100조 년의 미래에는 모든
별이 다 타 버려 우주는 암흑 세계가 된다. 그 때 은하는 큰 별의 최후에 남은 블랙홀이나
차가워진 중성자 별, 식은 백색 왜성 그리고 처음부터 탄 적이 없던 목성과 같은 별로
구성되고 있다.

이러한 은하 안에서는 극히 드물게 별끼리 접근하여 한 쪽이 큰 에너지를 얻어 은하
밖으로 내던져진다. 몇 번이나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면 은하는 지탱하는 에너지가 작아져
짜부라들고, 마지막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된다. 이로써 은하가 짜부라져 생긴 블랙홀과
그러한 거대한 블랙홀 사이의 엄청난 공간을 작은 블랙홀과 차가워진 별이 헤매고 있는
것이 멀고 먼 미래의 우주 모습이다.

그러나 이 차고 어두운 상태가 마지막은 아니다. 마침내 우주는 블랙홀만으로 이루어지고,
더욱 먼 미래에는 이들이 우주 도처에서 증발을 시작하여 빛나기 시작한다. 이 증발이
끝나면 우주에 최종적인 죽음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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