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실크로드 문화교류’ 비밀 문 열릴까 > 초고대문명

9~10일 경주서 국제 학술대회

“금관 장식물 서역 상징과 비슷”

민병훈 관장 새로운 해석 눈길

신라 고도 경주는 역사에서 크게 두개의 얼굴로 나타난다. 우선 한반도에서 가장 오랫동안 도읍지의 영광을 누렸다. 기원전 1세기부터 기원후 10세기까지, 신라 왕조가 존속한 992년 동안 줄곧 수도로서, 전통 문화 유산의 원형을 형성한 터전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경주는 동아시아 굴지의 국제 도시였다.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동투르키스탄의 서역을 거친 실크로드 예술과 문화는 중국의 장안(시안)과 중원에서 꽃핀 뒤 경주에서 다시 봉오리를 맺었다. 대륙 실크로드의 루트가 뭍에서 끝나는 종착지였기에 중국, 서역의 숱한 외래 문화가 토착 문화와 어우러져 색다른 국제적 융합 문화를 일궈낼 수 있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신라 문화와 서아시아 실크로드 문화 교류의 숨겨진 고리를 더듬는 2개의 마당을 마련했다.

먼저 독특한 담론 마당. 9~10일 경주 콩코드호텔에서 ‘신라 문화와 서아시아 문화’라는 주제로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경주의 신라 유물들을 실크로드 국제 교류사 맥락에서 살펴보는 학술적 시도다.


심포지엄에선 민병훈 국립청주박물관장의 첫날 발표가 주목된다. ‘북아시아와 고대 한국문화’란 제목의 발제문에서 그는 신라 금관의 북아시아적 요소를 다룬다. 흑해 연안에서 유라시아의 초원지대를 경유한 ‘스키토-시베리아 문화’의 흐름이 신라 금관을 중심으로 4~6세기 고분의 각종 금속공예품 등에 나타났다는 논지다.

특히 민 관장은 금관 장식에 대해 기존 학계와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주요 금관의 안쪽 관에 들어간 새 날개 모양 장식이나 서봉총 금관의 중앙 상부에 장식된 새 모티브는 흔히 말하는 대로 이승과 저승을 잇는 샤머니즘의 매개자가 아니라 왕의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서역의 괴수 ‘그리핀’의 상징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또 ‘생명의 씨앗’으로 보는 것이 통설인 굽은 옥이나 방울(영락) 등의 왕관 장식은 유라시아 각지에서 출토된 태양숭배 문양의 변형으로, 역시 왕권 상징의 요소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함순섭 국립대구박물관 학예관은 ‘신라 마립간 시기에 이입된 중앙아시아 및 서아시아의 문물’이란 발제에서, 신라의 서역교류를 통일 이전부터 당연시하는 시선을 반박한다. 금관 등이 많이 출토된 5~6세기 내물·지증왕 시대 신라 무덤의 서역계 문물 등을 둘러싸고 서역전래설 등이 나오지만, 실질적인 물증은 거의 없다는 논지다. 흔한 예로 드는 당대 유리 그릇 출토품도 계보가 다양해서 서역과의 일관된 교류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설명하는 모델로 서역과 교역한 중국의 무역 중심지에서 재분배된 여러 산물들이 바로 신라의 서역 문물이 아니었을까라는 추론을 제기한다.

외국 연구자로는 기원전 6~5세기부터 기원후 13세기까지 카자흐스탄의 고대 야금술을 분석한 드미트리 보야킨(알마티 역사박물관)의 논고가 주목된다. 그는 흔히 ‘방짜’라 불리는, 주석이 22% 섞인 청동 합금으로 만든 우리의 전통 사발 용기들과 카자흐 알마티 부근 탈가리의 유적지에서 나온 구리 합금 용기의 유사성을 비교하면서 두 지역 금속기 문화의 친연성을 탐구한다.

박물관은 이와 함께 특별전 ‘신라, 서아시아를 만나다’를 다음달 30일까지 연다. 서역과의 교류 양상이 엿보이는 신라 유물 110여 점과 일본 컬렉션에서 빌려온 고대 서아시아 공예품 49점을 비교 전시하는 자리다. (054)740-7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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