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별을 낳고… > 행 성

별이 별을 낳고…
별은 주변의 물질로 형성된 1세대 행성과 운명 같이해
최근 4억년 넘은 별이 2세대 행성 낳을 움직임 보여
김봉규·한국천문연구원 대덕전파천문대 대장



별들은 자신이 탄생한 직후 주변의 물질로 형성된 1세대 행성들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천문학계의 오랜 믿음을 깨고 나이 많은 별 두 개가 2세대 행성들을 낳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스페이스 닷컴이 2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1월 22일 보도

아주 먼 옛날에도 인간은 밤하늘에 별들이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별들을 순 우리말로 '붙박이별'이라 불렀고, 한자로는 항상 그대로 있는 별이란 뜻으로 '항성'(恒星)이라 불렀다. 그러나 몇 개는 예외로 가만있지 않고 별들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닌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그 별들을 따로 '떠돌이별'이라 불렀고, 한자로는 '행성'(行星)이라 했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그때까지 알려진 행성들이다.

세월이 흘러 케플러(Kepler)는 행성들이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망원경이 발명된 이후에는 맨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것들이 계속 발견되었다. 천왕성과 해왕성 그리고 명왕성이 발견되었으며, 화성과 목성 사이에 소(小)행성이라 불리는 많은 돌덩어리들도 발견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명왕성 밖에도 많은 얼음 덩어리들이 태양 둘레를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진#01

▲ 바다뱀자리 TW 편광선과 그 주변에 대한 상상도. 중심에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있고 별 주변에 행성이 있다. 바깥쪽에는 미래에 행성이 될 먼지와 가스로 가득 찬 원반이 있다. /막스프랑크천문연구소 제공이쯤 되자 태양을 도는 별들 중 어떤 것들을 행성으로 볼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역설적이게도 행성이란 존재가 알려진 지 수천 년이 지난 2005년까지 과학자들은 한 번도 행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를 내린 적이 없었다.

행성이 무엇인지 구분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중력에 의해 주변의 작은 덩어리들을 끌어 모아 공 모양이 된 큰 덩어리들을 행성으로 취급하면 된다. 또 한 궤도 영역 안에 여러 개의 덩어리가 있을 경우 그중 가장 큰 것만 행성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렇게 정의할 경우 지금까지 행성으로 취급된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해왕성의 궤도 영역에 있으면서 해왕성보다 작기 때문이다.

명왕성을 발견한 천문학자 톰보우(Tombaugh)가 살아 있었던 시절엔 예의상 누구도 공식 안건으로 제출하지 않았다.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란 점도 적잖게 작용했다. 학문의 세계에도 정치적 영향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가 1997년에 톰보우가 세상을 떠나자, 슬금슬금 행성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자는 말들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명왕성을 행성에서 빼자는 뜻이다. 그래서 전문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엉뚱하게도 궁지에 몰린 미국이 오히려 힘으로 밀어붙여 막상 총회에 제출된 안은 명왕성을 행성으로 굳히는 것이었다. 대체로 국제천문연맹 총회는 전문위원회가 제출한 안을 약간의 수정만으로 통과시키는 것이 관례다.

과학의 세계에서조차 힘이 논리가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해서 2006년에 열린 국제천문연맹 총회에 아시아와 유럽의 천문학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반대표를 던졌다. 그래서 결국 순리대로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됐다.

1990년대 말에는 우리 태양계가 아닌 외계의 별 주변을 도는 행성도 발견됐다. 이후 지금까지 300개 가까운 외계 행성들이 발견됐다. 이렇게 많은 외계 행성들이 발견되면서 행성의 형성 과정에 대한 비밀도 조금씩 풀리고 있다.

갓 태어난 별들 중에는 주변에 원반 모양의 띠를 갖고 있는 것들이 발견되었고, 새해 벽두엔 그 띠 안쪽에 갓 태어난 행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는 띠를 구성하는 물질이 뭉쳐 행성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행성은 띠의 안쪽부터 먼저 만들어진다는 것도 의미한다. 행성의 주인이 되는 별의 나이가 천만년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별이 태어나고 천만년 이내에 행성도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태어난 지 4억 년이나 지난 별인데도 아직 행성이 될 물질이 주위에 남아 있다는 관측 결과가 제시된 것이다. 조만간 그 별 주위에서 행성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주장인데, 그렇다면 별이 태어나자마자 행성이 만들어진다는 관측 결과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둘 다 문제없이 설명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별이 태어난 직후 행성들이 만들어지지만, 가끔은 나이가 든 별 주변에서도 행성이 만들어진다고 정리하면 된다. 통상 젊은 부부한테서 자식이 태어나지만 가끔은 나이 든 부부한테도 자식이 태어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후자의 경우 행성을 찾은 것이 아니라 행성이 태어날 물질이 있다는 증거만 제시했기 때문에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긴 하다.

추천0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