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석달 거리 7년 걸려 간다는데… > 행 성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수성탐사선 '메신저'호가 마침내 수성을 향해 치솟았다.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3일 오전 2시16분(현지시간) 델타Ⅱ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한국천문연구원 김봉규 박사는 "수성은 명왕성과 더불어 태양계에서 가장 알려진 것이 없는 행성"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수성은 베일에 싸인 행성이다. 1970년대 매리너 10호가 수성에 대한 자료를 보내왔지만 관측장비의 성능이 지금에 비해 좋지 않았고, 스쳐지나가면서 수성의 반쪽만을 관측했을 뿐이다.

NASA 태양계 탐사 책임자인 올랜도 피게로아는 "매리너 10호는 수성 주위를 돌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기 때문에 수성의 극단적인 면만 보여줬다"며 "이번 탐사가 이 미지의 행성 비밀을 어느 정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든 돈은 4억2700만달러.

◇7년 간의 항해=직선거리로 가게 되면 석달이면 수성에 다다를 수 있다. 73년 11월 발사된 매리너 10호도 이듬해 3월 수성에 도착했다. 그러나 1.2t의 메신저호는 2011년 3월께 수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총 비행거리는 79억㎞로 태양과 수성 간 평균거리의 136배다. 이후 1년 동안 수성 주위를 돌면서 탐사 활동을 펼치며 각종 자료를 지구로 전송하도록 돼 있다. 탐사 임무는 2013년 3월 마치고 수성 표면으로 떨어져 최후를 맞게 된다.

항해에 이처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연료 소모를 줄이면서 수성의 궤도에 보다 안전하게 진입하기 위함이다. 메신저호는 '플라이바이(flyby)' 항해기술을 이용한다. 플라이바이는 연료를 태우는 대신 행성을 지나치면서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의 궤도를 변경하는 항법을 의미한다. 메신저는 내년 8월 지구 궤도에 돌아와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속력을 높인 뒤 2006년과 2007년 금성의 중력을 이용해 궤도를 변경한다. 이어 수성을 세차례 플라이바이한 뒤 2011년 수성의 궤도에 안착한다.

◇메신저호는 어떤 정보를 보내나=수성은 태양계 행성 가운데 밀도가 가장 높다. ㎠당 약 5.3g으로 65%가 철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메신저는 수성의 높은 밀도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전망이다. X선과 감마선 분광기, 가시광-적외선 분광기 등을 통해 수성의 표면과 내부를 관측할 계획이다. 표면을 덮고 있는 광물들의 성분을 조사하고 카메라를 이용해 수성 표면의 3차원적 형태를 파악하고 수성의 지형과 중력장을 비교해 지각의 두께 변화를 세밀히 측정한다.

수성은 특이하게 자기장으로 둘러싸인 행성이다. 태양계 행성 가운데 자기장을 갖고 있는 행성은 수성과 지구뿐이다. 수성의 자기장을 통해 지구의 자기장에 숨어 있는 비밀을 역추적해 풀어낼 수 있다.

◇수성은 어떤 행성=수성은 달과 비슷한 크기의 행성이다. 지름이 4878㎞로 태양계에서 명왕성에 이어 작다. 88일 만에 한번 태양을 공전하며 59일에 한번씩 자전한다. 수성의 최고 기온은 섭씨 450도, 최저기온은 영하 212도에 달한다.

수성은 태양에 가장 가깝게 위치해 있어 엄청난 양의 태양 방사선을 받고 있다. 메신저호는 이 같은 극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 두께 0.6㎝ 의 세라믹 덮개를 닫았다. 태양광선을 반사시킬 수 있도록 2000개의 소형 거울을 양 날개에 달고 있기도 하다. 수성의 양극에는 얼음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있다는 사실이 91년 지상 레이더 관측을 통해 발견됐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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