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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을 속여 수명을 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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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2,268회 작성일 08-10-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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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 법당에서 필자

【서울=뉴시스】

◇차길진의 마이웨이 <116>

2000년대 초 구명시식 도중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는 당시 63세의 P 사장을 보고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P사장님은 여기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닌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상세히 얘기해보세요.”

회갑을 넘긴 P사장은 갑자기 설움이 복받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젊은 시절을 돌아보았다. “사실 제가 서른 세살 때 염라대왕을 뵈었습니다.”

군 시절 PX에 근무하며 위세를 떨쳤던 그는 전역 후 이것저것 사업에 손을 댔다. 그러나 시작하는 족족 실패하였고 결국 집안의 재산까지 모두 날리게 되었다. 군 시절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죗값을 치르는 것인가 보다 생각하며 33세의 젊은 나이에 좌절된 삶을 포기하고 그만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승사자 2명이 나타나 체포하듯 P사장의 양 옆으로 다가서더니 나룻배에 태웠다. 저승사자는 전설의 고향에 등장하는 도포에 갓을 쓴 배우들과 매우 흡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며 얼굴색은 검고 도포색은 검정이 아니라 짙은 남색이었다. 주변은 속초의 호수처럼 푸른 바다에 모래톱이 반달처럼 둘러있었고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배가 출발하자 이빨이 날카롭게 돋아난 물고기들이 배 뒤를 바짝 쫓아왔다. 곧 다리를 물 듯 달려드는 괴물고기에 잡히면 뜯어 먹힌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하는 동안 어느새 허름한 헛간에 도착했다. 소박한 시골 헛간에는 수염이 허연 노인이 나무 의자에 앉아있었다. P사장은 긴 수염의 근엄한 할아버지를 염라대왕이라고 말했다. 4명만 있는 헛간에서 염라대왕은 한문으로 쓰인 명부 책을 펼치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곤 두 저승사자를 호통치며 나무랐다.

“박순길(가명)은 동명이인이다. 이 놈은 그 자가 아니다. 이 놈을 보내고 당장 그 놈을 잡아와라.” 그리고는 염라대왕은 P사장에게 “미안하게 됐다. 이렇게 더 있다 오거라”며 P사장의 손에 큰 붓으로 숫자를 써주었다. P사장은 배를 타고 되돌아온 직후 의식을 되찾았다.

P사장은 염라대왕이 한 말이라며 나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염라대왕이 손에 30인가 50을 써주며 뭐라했는데 뒷말이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법사님. 제 명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고 싶네요.” 나는 속으로 ‘염라대왕으로부터 수명을 연장 받다니 참 복도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P사장님은 얼마나 살고 싶으세요? 한 80세면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건 안 돼죠. 서른 세살에 50을 더하면 적어도 여든 세살은 넘겨야죠.” “그럼, 85?” “안 됩니다.” “그럼, 88?” P사장은 더 장수하고 싶었지만 왠지 너무 숫자를 올리는 것 같았는지 냉큼 “예, 알겠습니다. 법사님, 고맙습니다”하고 자리를 떴다.

구명시식이 끝난 뒤 자리를 정리하던 나는 순간 ‘아차’하며 무릎을 쳤다. 염라대왕도 속고, 나도 속다니!

사실 P사장의 수명은 33년이 전부였다. 저승사자에게 끌려가 명부를 확인할 때 P사장은 동명이인이라고 우겼던 것이다. 하도 천연덕스럽게 따지자 염라대왕은 그에게 30년 더 있다가 63세에 오라며 되돌려 보냈던 것.

그런 P사장이 63세가 되던 그 해 나를 찾아와 천연덕스럽게 염라대왕에게 50년을 더 연장 받았다며 85세 수명으로 떼를 쓴 것이다. 나는 오래 살고자 하는 욕망도 인지상정인데 3년 정도만 더 연장해도 될 듯싶었는데 깜빡 속아 무려 25년이나 명줄을 늘렸던 것.

“뭐 이런 실수도 있으니까 사는 맛이 나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이것도 다 P사장의 복(福)이라며 허허 웃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수명을 고무줄 늘리듯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P사장과 나는 전생부터 깊은 인연이 있던 차였다. 깊은 내막은 말할 수 없으나 복은 전생에 쌓은 카르마(業)란 사실을 새삼 되새기는 자리였다.

후암미래연구소 대표 www.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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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병리약자님의 댓글

연비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명줄을 멋대로 늘릴순 없으며 남의 복도 차지할수없고 전부 댓가를 치러야한다. 어리석은 자들. 벼락맞아죽는 수가 있다. 실수한 선계 수장들도 상제로부터 강급당하는 벌을 받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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