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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의 짧은 인연에 관한 이야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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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환도장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949회 작성일 06-09-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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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도 강아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번의 경우는 제가 직접 키운 강아지가 아니라 '묘한 인연'으로 미술관에서 잠시 생활했던 어떤 강아지의 '짧은 삶'과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강아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이전에, 먼저 몇가지 사전 정보를 드려야 내용의 이해가 빠르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이 없는 미술관의 환경적 특성에 관해서 설명드립니다.

제가 근무하는 미술관은 서울시내 한복판인 ***의 모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도심의 특성인 콘크리트 건물과 담과 담이 맡닿아 있는 빽빽한 도심의 공간속에 위치한 곳인데, 이곳 미술관내에는 주변과는 달리 여러채의 한옥을 포함한 주택형 건물과 그 주변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큰 나무와 꽃들이 무성한 넓은 정원이 있습니다. 방문하시는 분들의 표현을 빌자면, 도심속의 오아시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여름에는 대도시의 한가운데서도 매미소리가 들리고, 가을에는 풀벌레소리가 들리는 곳입니다. 또한 봄부터 가을까지는 항상 새소리가 요란한 곳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길들을 걷다가도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갑자기 짙은 풀과 나무냄새가 풍겨오고 새소리 풀벌레소리가 들려오면서, 그때까지도 들리던 차소리, 주변상가의 스피커소리, 여러가지 도심에서 항시 듣게되는 소음이 마치 칼로 자른 듯, 한순간에 주변과 차단시켜주면서, 전혀 이질적인 별세계로 들어온 듯한 변화를 주는 정말 특이한 곳입니다.

이 곳은 조선시대, 구한말의 유명한 사대부의 저택이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미술관, 박물관의 오너께서 수십년전에 구입하신 후, 개인사재를 털어 미술관으로 개조한 것이랍니다. 나중에 알게된 것이지만, 이 곳은 풍수에서 말하는 양택명당이라고도 한답니다. 단, 지세를 따지는 좌청룡 우백호, 또는 배산임수등의 방위적 명당이 아니라, 이곳 론건맨 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볼텍스 지역, 즉,양기가 뿜어나오는 '양기혈 터' 로서 유명한 곳이랍니다.

각설하고,

왜 이런 설명을 먼저 드렸는고 하니, 이러한 미술관의 환경적 조건 때문인지, 유독 미술관에는 동물들이 모여듭니다. 일반적으로는 새들이 그렇고, 교외에 나가야 볼 수 있는 벌레들도 보입니다. 개나 고양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저절로 찾아오는 그런 곳입니다. 새들의 경우, 참새는 아예 보통 100 여마리 이상의 떼로 몰려오는데, 그외에도 저런 새들이 있었나 할정도의 다양한 새들또한 찾아옵니다. 정말 놀랬던 점은 수년전에는 이미 서울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솔개' 도 한동안 미술관 오죽밭의 한구석에서 숨어살았던 것을 본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집없는 고양이들은 겨울동안 미술관의 정원이나 고택에 구석진 곳에서 추위를 피하면서 계절을 나고, 강아지들은 미술관에 들어와 볕을 쬐면서, 조용히 앉았다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갑니다. 동물들이 이러니 방문하시는 사람들이야 설명할 필요도 없이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어느 날, 집나온 강아지 한마리가 미술관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 시기는 제가 한국에 와서, 먼저 이야기에 말씀드렸던 00 를 미술관에 데리고 함께 출퇴근 할때였습니다. 00 는 자신이 개라고 생각하지 않는 독특한 강아지였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자신은 거의 사람처럼 행동하려고 했고, 한 예로서 자신에게 반응하는 개나 고양이에게 전혀 무관심한 행태를 보이던 녀석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마당에서 발견한 집잃은 강아지나 고양이들에게도 별무반응 이었지요.

전, 그 당시에 야간근무가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날도 철야근무를 해야했었는데, 헌데, 퇴근 시간이 되고, 붙박이 야근자가 정원을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미술관의 정문을 닫으려 준비했을때, 정원에 아직까지 아까의 그 강아지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서 한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참고로 당시의 붙박이 야근자는 모대학을 2학년까지 마친후 휴학하고, 군대에 입대할 날자를 기다리는 동안 미술관에서 주거하면서, 낮에는 휴학한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미술관의 숙직경비와 잔무를 보면서, 자기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생활하며 임시직으로 일하던 학생이었습니다. 보기 드믈 정도로 성실하고, 정직하며 착한 학생이었고, 지금은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미술관에 임시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복학생으로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내년엔 미술관의 정식직원으로서 채용이 내정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그 학생이 저에게 강아지를 데려와 보여 주더군요. 강아지는 발바리종자였고, 흔히 '믹스테리어'라고 말하는 잡종개였습니다. 크기는 작았고, 잘못먹어서인지 참 가볍더군요. 속된말로 '비루먹은 강아지' 그 자체 였습니다. 살펴보니 강아지는 평생 목욕한번 안하고 살았는지, 악취라 할 정도의 냄새가 날 정도로 더러웠고, 뒷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었는데, 다음날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 본 결과, 뒷다리의 뼈가 여러갈래로 부러진 골절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이 필요하다 했고, 강아지를 안정시킨 상태에서 기부스를 최소 6주이상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인 미술관 직원들 참 착한 사람들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 모두가 단 한사람의 예외도 없이 수술비를 서로 자발적으로 각출해서 모아주더군요. 그래서 무사히 수술을 마쳤고, 미술관에서는 주인을 찾을때까지 돌봐주기로 했습니다.

목줄은 있었는데, 이름이나 강아지의 신원을 파악할만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직원들은 기존에 집나온 강아지들을 찾아준 방법대로 정기적으로 지역에 벽보를 붙이고, 파출소에 신고한 후,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돌봐주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야간까지 근무하는 학생이 가장 많이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게 됨에따라 책임을 지고 돌보는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그 친구 또한 저못지 않게 동물들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었구요.

편의상 이름도 붙여줬습니다. 이름은..... 모 개그맨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었고, 오히려 그 개그맨의 팬이기에, 강아지에서 느껴지는 애처로움과 착한느낌에 친근함을 주려는 의도로 붙인 이름이오니 요원님들께서는 오해마시길 부탁합니다..... '국진이' 라고 지었는데, 직원들 모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 찬성했기에 이름은 자연스럽게 정착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에게도 무서워서 몸을 떨며, 근처에 가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일주일 정도지나, 자신에게 밥을 주고, 같은 이불에서 데리고 함께 잠도자는 완충기를 겪은 후, 많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을 돌보는 학생에게는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느낌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자직원들에게도 약간씩 나아진 모습도 보였구요. 그러나 저를 포함한 다른 남자직원들에게는 절대로 가까이 다가오려 하지 않았고, 애처로운 마음에 손을 뻗어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려고 하면, 두려움에 눈을 작게 뜨면서 몸을 사시나무 떨듯 하였습니다. 즉, 국진이는 어른남자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반응들은 흔히 학대박고 살아온 동물에게 볼 수 있는 증상임을 알기에 강아지 국진이의 모습이 더욱 안되보였습니다.

일단, 글을 마치고 다시 이어지는 글을 작성하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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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엘님의 댓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혹시 ㄱ모 미술관에서 근무하시나요? 종로에서 말씀하신 정도의 공간이 있을 만한 곳은, 간송이랑 그 미술관 정도 일 것 같은데..,.,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도검 관련 전시 안내를 본 것 같기도 하구요.... 아무튼 재미있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올려 주세요. ^^;

환도장님의 댓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엘 요원님.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는 말씀, 감사드립니다.  미술관을 정확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의 취미생활로 인하여 직장에 누가 되면 안되겠기에 근무처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제가 올리는 이야기에 진지하게 관심가져주시는 요원님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다른 이야기들도 마음의 정리가 되는데로 자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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