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렉스의 초기 조상 찾았다 > 괴물/희귀동물

사납고 거대한 육식공룡의 대명사인 티라노사우루스(T.) 렉스의 초기 조상인 2억3천만년 전의 공룡 화석이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됐다고 AP통신과 BBC 뉴스가 보도했다. 미국과 아르헨티나 과학자들은 15년 전 아르헨티나 북서부 안데스 산맥 기슭에서 거의 온전한 형태로 발견된 이 공룡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포식동물로 "몸은 비록 작지만 거대한 진화의 소지를 갖추고 있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새벽의 달리기꾼'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에오드로마에우스'(Eodromaeus)로 명명된 이 두 발 공룡은 몸길이가 1.2m, 몸무게는 4.5~6.8㎏에 불과하지만 몸의 균형을 잡는 꼬리와 두개골의 공기 주머니 등 자손인 거대한 T.렉스와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 1996년 이 화석을 발견했지만 수많은 뼛조각을 맞춰 온전한 형태를 재구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돼 이제야 연구 성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시카고 대학의 홀 세레노 교수는 "이 동물은 공룡의 뿌리에 매우 가깝다. 이것은 두 발로 걷는 작은 동물이었지만 사지 비례로 볼 때 민첩했으며 매우 강력한 갈퀴 손을 갖고 있었다. 이것이 포식동물이었다는 것은 움켜쥐는 손 외에 길고 구부러진 치아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공룡이 "이처럼 여러 면에서 훗날 T.렉스처럼 거대한 형태를 갖게 진화한 수각아목(獸脚亞目: 두 발로 걷는 육식공룡)의 원조와 매우 가깝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에오드로마에우스의 발견을 통해 자신들이 앞서 발견했던 다른 두 발 공룡 '에오랍터'가 당초 추측과는 달리 초식 공룡의 원조 격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에오랍터는 에오드로마에우스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치아 모양이 달라 수각아목이 아니라 거대한 용각류(龍脚類: 초식공룡의 총칭)의 조상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세레노 교수는 "최초의 '이브' 공룡과 지척에 있는 이 두 공룡은 당시엔 매우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었지만 훗날에는 믿을 수 없을만큼 판이한 두 개의 다른 계통으로 진화해 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공룡의 후손들은 거대한 몸집을 갖게 됐지만 이 둘은 당시 지배세력이 아니었으며 이들이 궁극적으로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은 전적인 우연과 미지의 환경재앙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당시 지구상엔 거대한 초식동물과 에오드로마에우스 쯤은 한입에 삼킬 수 있는 악어의 친척뻘 포식동물 등 포유류와 유사한 거대 파충류들이 득실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두 공룡은 동네 조무래기 취급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에 대해 공룡 전문가들은 공룡의 3대 계통인 수각아목과 용각류, 조반류(鳥盤類) 가운데 두 계통의 시조(始祖)에 근접한 조상을 밝혀낸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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