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 4D 낸드부터 HBM까지… ‘인간의 뇌’ 처럼 진화하는 반도체[Who, What, Why]

■ What - 미래경제 이끄는 반도체의 모든것

메모리반도체는 정보 저장 용도
비메모리는 CPU같은 특수 기능
업계 ‘낸드 적층’ 기술경쟁 치열

데이터 처리속도의 혁신 HBM
챗GPT 등 수요 급격 증가 전망
2년내 연평균 45% 성장 가능성

삼성·SK하이닉스 “우리가 1위”
5세대 HBM3P 등 공급 가속화

최근 한국 경제의 명운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 감소와 공급과잉 등으로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구분된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달리, 정보 처리를 목적으로 제작된 반도체를 말한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처럼 특수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고도의 회로설계기술을 필요로 한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이며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에 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바로 메모리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의 대표 제품은 D램과 낸드플래시가 있다. D램은 데이터의 임시 기억 장치로, 기기의 전원이 끊기면 저장했던 데이터가 모두 날아가는 휘발성 메모리지만, 구조가 간단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데이터 안정성이 훨씬 중요한 서버에 사용되는 서버용 D램은 별도로 분류된다.

낸드는 전하를 저장하는 방식에 따라 플로팅게이트(FG)와 차지 트랩 플래시(CTF) 방식으로 나뉘는데, 미세 공정의 한계로 고용량 낸드 구현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수평 구조(2D)의 셀을 수직으로 쌓아(3D) 저장용량을 늘리고 있다. 2D 낸드 구조가 1층짜리 주택이라면 230단 3D 낸드는 230층짜리 아파트로 비유할 수 있다.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셀을 저장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최근에는 기존 3D 낸드 구조에 PUC(셀 작동을 관장하는 주변부 회로인 페리를 데이터 저장 영역인 셀 아래에 배치해 공간 효율을 높이는 기술)를 결합한 ‘4D 낸드’가 양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적충 기술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먼저, SK하이닉스는 지난 8일 321단 4D 낸드 샘플을 공개하며 업계 최초로 300단 이상 낸드 개발 진행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도 내년에 본격 양산할 9세대 300단 이상 V낸드 칩에 ‘더블스택’(낸드플래시를 두 번에 나눠 제작한 뒤 결합하는 방식)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는 혹한기에 들어서며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감산을 결정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감산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며 감산 규모를 확대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감산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직접 낸드 감산 규모를 현재보다 5∼10%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말 대비 올해 연말 생산은 거의 3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챗GPT 등 생성형 AI가 산업계 화두로 떠오르며 AI 시대가 열리는 가운데 필수품으로 떠오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고성능 D램을 말한다.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 관통 전극으로 연결하는 TSV 기술이 적용됐다. HBM은 고성능 데이터 센터나 AI, 머신러닝, 슈퍼컴퓨터(신약 개발, 기후변화 해석 등) 등 데이터 처리량이 많고 빠른 속도가 필요한 곳에 주로 사용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에 주로 쓰이는 HBM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DDR5·HBM 등 고성능 제품 수요가 확대되고 메모리 감산 효과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AI 가속기 칩셋 내에 포함돼 있는데 대량의 데이터를 동시에 병렬 연산 처리해야 하는 AI 연산에서 HBM의 고대역폭 특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중심의 거래선 확보를 통한 실적 개선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부터 각자 ‘HBM 업계 1위’라고 강조하며 기술 개발과 공급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4세대 HBM3 공급에 이어 5세대 제품인 HBM3P·HBM3E 공급도 빠르게 준비 중이다.

HBM은 보통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로 나뉘는데,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HBM 수요는 2억9000만 기가바이트(GB)로 2025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로 1위, 삼성전자는 40%로 2위였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삼성 HBM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HBM3, HBM3P가 내년에는 DS부문 이익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 사장은 “AI 시장의 니즈와 기술 트렌드에 맞춘 최고 성능, 최고 역량 제품을 적기에 제공하기 위해 이미 주요 고객사들에 HBM2 및 HBM2E 제품을 공급해 왔고, 업계 최고 6.4Gbps의 성능과 초저전력의 HBM3 8단 16GB와 12단 24GB 제품도 샘플 출하 중으로 양산 준비를 완료했다”고도 밝혔다. 

문화일보 이승주 기자

2023-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