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밀문서 내달 공개 ‘커튼뒤 역사’ 밝혀진다 > 자유 게시판

美 기밀문서 내달 공개 ‘커튼뒤 역사’ 밝혀진다


미국 시간 2007년 1월 1일 0시.

제야(除夜)의 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미 현대사의 숨은 비밀들이 벗겨지게 된다.

2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에서 25년 이상 비밀로 분류돼 온 수억 페이지 분량의 문건이 이 시각을 기해 일제히 비밀 해제된다. 정보기관들이 첩보활동과 감청, 암호 해독 등을 통해 작성한 기밀 문건들이다.

이 중 연방수사국(FBI)이 관리해 온 서류만 무려 2억7000만 페이지. ‘속살’이 드러나는 문건 가운데는 냉전과 쿠바 미사일 위기(1962년), 베트남전쟁의 계기가 된 통킹만 사건(1964년) 및 전쟁 전후의 뒷이야기, 미 정부 내 소련첩자 네트워크 등이 포함돼 있다. 캠프 데이비드 협정(1978년)이 타결되기까지 숨겨진 뒷얘기 및 중동 관련 문건들도 상당수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공개 대상인 1억 쪽의 서류를 모두 재분류해 전체의 30%인 3000만 쪽 분량의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국가안보국(NSA)의 기밀문서도 3500만 쪽에 달한다.

NYT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건이 공개돼 어떤 놀라움을 선사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그 때문에 미 현대사를 연구해 온 학자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계속 기밀로 유지해야 한다는 해당기관의 특별한 요청이 없는 한 25년 이상 비밀로 묶인 문건은 자동으로 비밀 해제하도록 한다’는 이른바 ‘25년 데드라인(deadline) 규정’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5년 승인한 것이다.

원래 2000년에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정보기관들이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면서 두 차례 연장됐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3년 두 번째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이것이 마지막 연장 승인”이라고 못 박았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상황을 이유로 또다시 연장을 허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았으나 미 행정부는 예정대로 공개를 결정했다.

공개될 예정인 기록에는 북한이나 국군의 베트남 파병 등 한국 현대사와 연관되는 내용도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의 트렌드를 읽는 100권의 책’을 펴낸 이상돈(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25년 이상이라고는 하지만 역사에서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다”며 “한국역사와 관련된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파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일부 학자는 자료가 공개돼도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정리될 때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 문건기록보관소가 아직 처리하지 못한 기존의 자료만 4억 페이지에 이르는 데다 방대한 자료를 처리할 인력도 부족하다는 것.

백악관 자문기관인 기밀문서해제위원회(PIDB)의 브릿 스나이더 위원장은 “이렇게 한꺼번에 자료를 방출하지 말고 공공의 관심에 부합하는 중요한 기록부터 선별해 공개하는 방식이 낫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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