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 살해, 역대 가장 많은 연쇄살인으로 기록돼 > 자유 게시판

국민을 경악케 한 연쇄살인사건의 현장검증이 18일 낮 사체 10구가 매장된 서울 봉원동 봉원사 일대와 용의자인 노고산동 유영철(34)씨 자택 살해현장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사체 발굴 현장= 유씨는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서울경찰청 승합차 편으로 봉원사 인근 암매장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범인 유씨는 따로 범행을 재연하지는 않고 봉원사 인근 반경 20뻍에 이르는 매장 현장을 손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현장 검증을 마쳤다.

노란색 비옷에 모자를 깊이 눌러쓴 유씨는 자신을 에워싼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답변을 잘 하지 않은채 정면만 응시하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단독 범행맞느냐’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봉원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폭 2뻍 가량의 계곡을 따라 흐르는 작은 개울 부근의 제1현장에서는 잘게 토막난 여성의 시신 7구가 경찰에 발견됐다.시신들은 살해된 지 얼마 안돼 심하게 부패되지는 않았지만 예리한 흉기로 15∼18개 부위별로 잘려있어 범행의 참혹함을 나타냈으며 손가락의 지문들을 모두 도려낸 상태였다.

서울청 감식반 박상선 경위는 “시신이 10개 이상으로 토막나 실종자 신고를 한 유족과의 유전자 조회를 통해 인계할 것”이라며 “하지만 일부 시신의 경우 부패정도가 심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계곡 왼편의 제2현장에서는 시신 2구가 나왔지만 매장한 지 오래돼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으며 뼈만 남은 상태였다.계곡 오른쪽 아카시아숲에서도 토막난 여성의 시신 1구가 발견됐다.

현장 발굴을 지켜보던 봉원동 주민 최순자(63?^여)씨는 “그동안 퀴퀴한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등산객들의 왕래가 많아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이어서 이런 사실을 몰랐다”며 끔찍한 장면에 몸서리를 쳤다.

매장 현장 바로 옆 건물은 과거 신촌웨딩프라자 건물로 최근 찜질방으로 개조공사가 진행되다 허가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범행장소인 유씨의 원룸=노고산동 54의96 4층짜리 다가구주택 2층에 위치한 범인 유씨의 원룸은 드라이크리닝한 셔츠와 바지 등이 비닐에 싸여 옷걸이에 차곡차곡 걸려있는 등 잘 정리된 모습이었다.

또 침대와 TV 및 컴퓨터 등이 깔끔하게 놓여있었고 화장대와 화장품은 물론 책꽃이에 여자인형 3개가 나란히 놓여있는 등 여성과 함께 산 흔적도 남아있었다.

유씨 바로 옆방에 살았던 A씨는 “두달쯤 전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다 유씨를 유연히 봤는데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빛에서 ‘좀 모자라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옆방에서 한밤중에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전동칫솔 소리인가 생각했었다”며 “소리가 길게 이어져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벽을 두들겨서 잦아든 경우도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리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들렸다”며 “한달 전에는 화장실에서 뭔가를 때려부수는 듯한 소리가 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씨 집에서 불과 50뻍 거리에는 마포경찰서 서강지구대가 위치해 있으며,경찰은 이날 노고산동 서강대 뒷산에서도 토막난 여성의 시신 1구를 발견했다.

황세원 정동권기자 hws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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