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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유골은 판도라의 상자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05.10.15 09:24 17'


지난 해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키가 1m도 안 되는 성인 여성의 유골을 발견,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로 명명한 발굴팀은 그 뒤 같은 곳에서 최소한 9구의 왜소한 인류 유골을 발견한 데 이어 다른 동굴에서 다양한 석기를 발굴했으며 이런 결과는 다른 섬들에서도 고유한 환경에 적응해 진화한 다양한 종이 살았음을 시사하는 ‘판도라의 상자’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플로레스 섬의 리앙부아 동굴에서 이른바 ‘호빗’ 여성의 유골을 발견한 호주 뉴잉글랜드 대학의 마이크 모우드 박사는 이 동굴에서 키가 50㎝ 밖에 안 되는 다섯살 난 어린이 유골을 포함, 추가로 최소한 9명의 유골을 더 찾아냈으며 이곳에서 40㎞ 떨어진 훨씬 오래 된 마타멩게 동굴에서 500점이 넘는 석기를 발굴했다고 최신호 네이처에 발표했다.

모우드 박사는 발굴된 증거에 따르면 ‘호빗’족이 리앙부아 동굴에서 10만 년 전부터 1만2천 년 전까지 살았었고 마타멩게 동굴 거주지는 약 85만 년 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처럼 70만 년이란 시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곳에서 발견된 석기들이 모두 잘 만들어진 소형 도구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도 플로레스섬 중심부의 소아 분지에서 100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모우드 박사는 “플로레스 섬에 인류가 살았다면 티모르에도 살았음이 분명하다. 왜냐 하면 티모르에서 발견된 스테고돈 화석이 그 곳의 석기와 관련이 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티모르 섬이나 술라웨시 섬, 숨바와 섬에 인류가 도착했다면 이들은 각각 독특한 현지 종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이는 동남아의 수많은 섬에 각기 다른 종들이 살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 중 일부는 섬 환경에 적응하느라 매우 이상하게 변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원시 인류가 섬 사이를 어떻게 왕래했는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기술로는 수상 교통수단을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쓰나미 같은 자연 재해가 일어났을 때 나무를 붙잡고 바다로 떼밀려 나간 인류가 다른 섬에 도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모우드 박사 팀은 인근 자바 섬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호모 에렉투스가 호빗족의 조상일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지만 연구진 중 일부는 그보다 훨씬 전인 약 200만 년 전 호모 하빌리스(도구를 처음으로 만든 인류)가 동남아 지역에 살았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연구진은 그러나 리앙부아 동굴의 습한 환경과 발굴 당시의 기술적 문제 때문에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DNA를 검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모우드 박사는 치아를 드릴로 뚫어 보면 DNA가 보존돼 있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호빗족 치아는 과학적으로 너무나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에 드릴 작업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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