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PC들 힘모아 '외계인' 찾는다 > 외 계 인

'분산형 컴퓨터' 알면 당신도 과학자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데이터 개인용 컴퓨터들에 나눠줘 분석
'SETI 프로젝트' 235만대 참여 에이즈치료제·고문서 해독도 운영

과학자를 꿈꿨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라도 꿈을 이룰 수 있다.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라도 외계생명체를 찾고,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하며,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입증하는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개인용 컴퓨터(PC)들을 연결해 수퍼컴퓨터와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분산형 컴퓨터' 기술 덕분이다.

◆내 PC로 외계인을 찾는다

영화 '컨택트(Contact)'를 보면 조디 포스터가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천문대에서 외계인이 보낸 전파신호를 찾는 장면이 나온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외계 전파신호를 분석하려면 고성능 컴퓨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턱없이 부족해 어렵게 수집한 전파신호 데이터를 분석도 못하고 폐기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세티앳홈(SETI@home)'" target="_blank" rel="noreferrer noopener">SETI@home)' 프로젝트다.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데이터를 일반인의 PC에 나눠 분석하는 것이다. 방법은 쉽다.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만 내려 받으면 된다. PC는 사용자가 작업을 하지 않을 때 프로젝트에서 할당해준 전파신호를 분석한다. 현재 전 세계 234개국에서 235만여 대의 컴퓨터가 SETI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같은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한국천문연구원(KASI)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KAAS)와 외계지적생명체 탐색 사업(SETI Korea)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해 11월 연세대와 울산대, 제주 탐라대에 각각 지름 21m급 전파망원경을 설치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이 준공됐다. 작다고 얕볼 것은 아니다. KVN을 구성하는 3개의 전파망원경은 서로 연결돼 지름 500㎞의 거대한 전파망원경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서 나온 전파신호를 일반인들의 PC가 분석하는 것이다.

현재 연세대 이명현 교수팀이 일반인들의 PC에 설치할 전파신호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시험용 베타버전은 8월쯤 나오고, 정식 버전은 10월 대전에서 열리는 국제우주대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할 사람은 그때 KISTI가 운영하는 분산형 컴퓨터 공식 홈페이지(www.koreaathome.org )에서 프로그램을 내려 받으면 된다.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서 고문서 해독까지

분산형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과학프로젝트는 이외에도 많다. 버클리대는 SETI 프로젝트를 위해 'BOINC'란 운영 플랫폼을 만들었다. 현재 BOINC를 이용한 분산형 컴퓨터 과학연구프로젝트는 29개로 수학, 의학, 천문학 등 과학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참가자가 가장 많은 것은 먼저 시작한 SETI(98만여 명)다. 그 다음은 워싱턴대의 '로제타앳홈 (Rosetta@ home)'으로 25만여 명이 에이즈치료제 개발을 위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상대성이론 100주년인 2005년에 시작된 '아인슈타인앳홈(Einstein @hom)'은 미국과 독일에서 관측한 자료를 전 세계 23만여 명의 PC에 나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중력파를 추적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6일 델라웨어대 연구진이 '도킹앳홈(Docking@Home)'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에이즈 바이러스의 생존에 필수적인 효소에 결합(docking), 기능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는 연구다.

◆사용자 직접 참여 프로젝트도

PC뿐 아니라 사람의 머리까지 필요한 연구도 있다. 지난해 5월 미 워싱턴대는 에이즈 치료용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온라인 게임 '폴드잇(Foldit)'을 발표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사슬의 입체 구조에 따라 기능이 달라진다. 게임은 아미노산 사슬을 이리저리 '접어(fold)' 새로운 기능의 단백질을 만드는 방식이다. 컴퓨터는 가능한 모든 단백질 구조를 무작위로 시험한다. 하지만 사람은 가능성이 높은 구조부터 시험하기 때문에 연구 효율이 높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직접 고문서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인터넷에선 사용자 인증을 위해 일그러진 숫자나 글자를 보고 그대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인증을 한다. 미 카네기대 연구진은 이때 해독 중인 고서(古書)의 문장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사용자 인증을 받는 동시에 고서도 해독하는 것이다. 그렇게 1년간 12억 번 인증이 이뤄지면서 책 1만7600권에 해당하는 4억4000만 단어가 해독됐다. 수십만 명이 동시에 노벨상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추천1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