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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 의사소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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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순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0건 조회 1,004회 작성일 15-05-18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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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느끼고 있어요, 그렇죠?”

“뭘 느낀다는 말씀입니까, 대사님?”

아붐웨 대사(大使)는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텅 부(副)대사의 태도가 어딘가 이상합니다.”

“맞아요, 이제 뭐가 어떻게 이상한지 말해보세요.”

“모르겠습니다.”

슈미트는 아붐웨가 인상 쓰자 손을 들어 올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모른다고 말씀드린 건 그 이상한 느낌의 원인을 모른다는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알지요. 텅 부대사는 이번 협상을 너무 설렁설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요구를 너무 많이 받아주고 있죠. 말만 하면 도장을 쾅쾅 찍어주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요, 난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 ‘휴먼 디비전1권’, 2013년, 172~173쪽

아붐웨 대사와 그의 부관 슈미트,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얼핏 우리가 이해하는데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협상 상대인 텅 부대사 쪽에서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아무래도 수상쩍다는 것이 대화의 요지니까 말이다. 그러나 전후맥락이 어떠한가에 따라 두 사람의 대화를 독자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어째서 그런지 아붐웨 대사가 그녀의 상급자와 나누는 아래의 대화를 들어보자.

“불라 지역에서 우리의 군사작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담하건대 우리와 협상 중인 불라인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죠?”

아붐웨가 대답했다.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신뢰감이 결여된 협상 분위기는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그게 답니까? 느낌으로 안다고요? 맙소사, 당신은 지금 외계 종족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심리는 우리와는 전혀 딴판이란 말입니다.”

— 같은 책, 186쪽

그렇다! 아붐웨 대사 일행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예상했던 외교임무를 맡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두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 위 대화에 빠져있는 설명을 추가해보겠다.

아붐웨와 슈미트는 미래의 인류가 우주에서 건설한 군사경제공동체인 ‘개척연맹’의 외교부 소속이다. 이 두 사람은 생김새가 우리와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다른 행성에서 전혀 다른 진화의 경로를 밟아 독자적인 성간(星間)문명을 쌓아올린 블라인과 외교회담을 하는 중이다. 두 외교관은 외계인들과의 회담 와중에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나머지 정회(停會)한 뒤 자신들을 파견한 상부의 대리인인 리즈니 대령과 만난다.

야붐웨는 자신이 회담을 벌이는 등 뒤로 개척연맹에서 뭔가 은밀한 일을 꾸미고 있지는 않은지 솔직히 답변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리즈니 대령이 되묻는다, 외계인들을 상대하는 마당에 과연 그들의 속내가 무엇인지 느낌만으로 감 잡을 수 있냐고. 다시 말해 구체적인 물증 없이 정황과 회담 분위기만으로 외계인 쪽이 심상치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을까?

위의 대화들은 존 스칼지(John Scalzi)의 장편 ‘휴먼 디비전 (The Human Division; 2013년)’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이 소설에서는 비단 블라인들 뿐 아니라 지적인 외계종족들이라면 죄다 인류와 정치/사회/경제/군사 분야의 쟁점을 놓고 콩이야 팥이야 하며 설전을 주고받는다. 외계인들이 굳이 입으로 명시적인 언어를 꺼내지 않아도 이들의 말투와 표정, 행동거지에서 눈썰미 있는 일부 인간들은 일말의 단서를 포착한다.

더구나 이처럼 눈치 있게 외계인들의 속내를 미루어 짐작하는 통찰력이 인류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자잘한 복선들은 자칫 일파만파로 확장될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사건들을 연이어 밑밥으로 던져가며 독자들이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하는데 매우 쓸모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를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생면부지의 외계인과 얼굴을 마주하고 탁자에 앉아 있다 가정하자. 당신은 예컨대 외계인들의 생리현상이 어떤지조차 모르는 주제에 눈앞의 상대방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그리고 나아가서는 당신을 신뢰하는지 아닌지 감 잡을 수 있겠는가? 설사 상대가 우리보다 더 지능적인 계략을 짤 줄 아는 존재라 해도 그들의 민낯만으로 회담이 틀어지고 있다는 직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외계인이 미소 지을 때 진짜 기쁜 마음인지 아니면 단지 당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가장된 시늉에 지나지 않는지 겉만 보고 식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당신의 답은 존 스칼지와 같은가, 다른가? 아마 그 어느 쪽이든 가능하지 않을까? 다른 작가들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인 듯하다. 어떤 작가들은 우리와 친구처럼 지내든 아니면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던 간에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외계인을 등장시킨다. 반면 또 다른 작가들은 외계인과의 소통을 마치 산이나 바위와 대화하기보다 어렵다고 여기게 만든다. 후자의 작가들이 보기에 ‘휴먼 디비전’에서처럼 인간이 외계인의 속내를 눈치로 때려 맞히는 일은 터무니없는 망상에 가깝다.


외계인의 존재양식을 겉모습에서부터 사고구조에 이르기까지 소설이 아니라 기존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최대한 상상의 나래를 펴본 과학교양서, 클리포드 피코버의 ‘외계인학’. 국내에도 번역서가 ‘우주의 고독’이란 제목으로 나와 있다. SF에서의 상상과 피코버의 경험과학적 성찰을 비교해보면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source: Basic Books)
실제로 언제고 외계인들과 우리가 만나는 날이 온다면 서로 의사소통이 어디까지 가능할까? 현재까지 우리는 그 어떤 형태의 외계인과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다보니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일률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손짓발짓 하면 대충 통할 거라 낙관해도 될까? 그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식의) 손과 발이 없다면 어떡할 텐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소리의 고저(高低)와 음색으로 적어도 우호적인 감정은 전달할 수 있을까? 외계인에게 발성 및 청각기관이 없다면 어떡할 텐가? 그들이 후각이나 촉각으로 대화하는 존재들이라면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과연 배울 수나 있을까?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클리포드 피코버(Clifford Pickover)는 자신의 과학교양서 ‘외계인학 (The Science of Aliens; 1998년)’에서 인간과 외계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쉽지 않은가를 아주 희극적인 예를 들어 인상적으로 전달한다. 그는 외계에서 수신한 최초의 전파메시지가 외교 차원의 성명문과 동떨어진, 우연히 우주로 누출된 외계인의 포르노그래피 방송일지 모른다고 진지하게 상정(想定)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내용을 맞춘 메시지보다는 자기네끼리 시시덕거리며 즐기려 만든 메시지 수가 월등히 많을 터이기 때문이다.

통상 할리웃 영화들은 외계인이 나올 때마다 으레 비열하고 괴팍한데다 해골바가지 같은 얼굴의 색광처럼 보이게 치장하는 경향이 있다. (굳이 1950~60년대의 할리웃 흑백 SF영화들을 들먹일 것 없이 비교적 최근작인 팀 버튼의 ‘화성 침공 (Mars Attacks!; 1996년)’에 나오는 엽기적인 해골머리 화성인들을 떠올려보라.)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 외계인을 만났을 때 과연 겉만 보고 그들이 어떤 심성 내지 소갈머리를 지녔는지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가 외계인으로부터 받은 최초의 영상이 혼기 찬 외계인의 꿈틀거리는 긴 생식기 안으로 코끼리의 코 같은 음경을 집어넣는 외계인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세티(SETI) 기금 모금은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 클리포드 피코버, ‘외계인학’

이러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펄프 SF작가들은 외계인의 형태와 의식(意識)을 지나치게 인간 본위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소설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희로애락은 물론이요, 어찌나 탐욕과 권모술수에 골몰하는지 이들이 나오는 작품이 때로는 기업소설인지 과학소설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L. 론 허버드(Ron Hubbard)의 장편 ‘전쟁터 지구 Battlefield Earth; 1982년’에 등장하는 권력지향적인 사이클로 외계인들과 조지 R. R. 마틴(George R. R. Martin)의 단편 ‘십자가와 용의 길 The Way of Cross and Dragon; 1979년’에 나오는 인간보다 더 광신적으로 기독교 복음 전파에 혈안이 된 외계인 추기경이 전형적인 예들이다.

battlefield-earth
지나치게 인간처럼 희로애락에 치우친 외계인의 묘사는 오히려 리얼리티를 떨어뜨릴 우려가 많다. 전형적인 예가 론 허벗의 장편 ‘전쟁터 지구’다. 위 사진은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의 한 장면. (source: Warner Bros. Pictures)
하지만 외계의 지적 존재들이 다른 면들은 고사하고라도 우리처럼 탄소 분자 기반의 생명체일지조차 알 수 없는 마당에 (다시 말해 그 정도로 공통점이 없는데), 우리와는 극도로 이질적인 생태계에서 살아온 그들이 인간과 비슷한 감정과 행동을 보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생명이 반드시 우리와 닮은 환경에서만 태어난다는 보장이 없는 한 외계인의 생태를 예상하기란 좀처럼 만만치 않다.

심지어 영국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Paul Davis)의 주장처럼 액체 상태의 물이나 탄소를 생명 탄생의 절대조건으로 고집하지 않는다면 이질적인 외계인의 생태를 미루어 짐작하기란 더 더욱 어려워진다. 외계 생명체가 목성의 밀도 높은 대기 속을 떠다니거나 타이탄(토성의 여섯 번째 위성)의 차디찬 액화 질소 바다에서 헤엄치는 식으로 기이하게 살아가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확률 상 외계인 또는 외계의 지성체가 우리의 일반기준으로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외모와 정신세계를 지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이러한 추론에 관해 과학자 출신의 과학소설가 아서 C. 클락(Arthur C. Clarke)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견해를 내놓는다.

우주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와 한 세계에 살고 있는 익숙한 나무와 식물, 동물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접할 생명체들은 모두 악몽에나 나올 법한 심해의 생물들이나 현미경을 들이대면 무시무시한 모습이 드러나는 곤충 제국의 생물들처럼 기이하고 이질적으로 보일 것이다.

— 아서 C. 클락, 1962년

이러한 전제를 받아들일 때, 인류가 외계인들과 대면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먼저 대두될 수밖에 없는 기술적인 문제가 바로 의사소통이다. 과연 양자 간의 대화가 어떤 식으로든 가능하긴 할까? 만일 가능하다면 어느 선까지 가능할까? 호모 사피엔스와 외계인 사이의 생물학적/문화적 차이가 아무리 크다 한들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길이 어떤 식으로든 열려있다면 상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상당부분 불식될 수 있을 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학소설은 쌍방 간 의사소통 시도에 수반되는 시행착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여기서 손쉬운 편법에 기대는 것은 금물이다. 예컨대 만능통역기는 최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다. 납득할 수 있는 논리나 근거 없이 외계인 코앞에 신통방통한 기기(機器)를 느닷없이 내밀었다가는 독자의 비웃음을 사기 딱 좋다.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현실감을 잃고 작가 편의적인 환타지로 표류하기 때문이다.

http://www.sciencetimes.co.kr/?news=%EC%99%B8%EA%B3%84%EC%9D%B8%EA%B3%BC-%EC%9D%98%EC%82%AC%EC%86%8C%ED%86%B5-%EA%B0%80%EB%8A%A5%ED%95%A0%EA%B9%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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