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마크 반데 하이. (사진=NASA)

미국인 우주비행사 마크 반데 하이가 지난 30일(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지구로 귀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의 갈등이 깊어지자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귀환하는 것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예정대로 러시아의 소유즈를 타고 무사 착륙했다. 

반데 하이는 지난해 4월부터 355일간 ISS에 머물며 임무를 수행해 우주 최장 체류 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을 세운 미국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보다 15일 더 늘어난 기간이다. 

앞으로 인류의 우주 확장이 가속화됨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 또 더욱 자주 우주여행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우주 의학 연구의 필요성이 더욱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50여 년간 ‘인간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우주에서의 극미 중력 노출과 우주 여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IT 전문매체 <엔가젯>은 장기간의 우주여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ISS는 지구 상공 400km에 있어 우주 공간 중 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것으로 간주되지만 ISS로의 비행도 인체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우주선 발사나 지구 재진입 시 우주인이 체험하는 ‘중력가속도(gs)’는 3gs 수준이다. 자신의 몸무게 3배에 달하는 힘을 견뎌내야 한다는 뜻이다. 숙련된 우주비행사들은 특수 지원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8~9gs의 힘을 견딜 수 있다. 그러나 훈련을 받거나 장비를 착용하지 일반인은 5gs 정도의 힘을 견뎌낼 수 있으며 힘이 지속되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선 발사 후 1·2차 로켓이 분리되면 잠시나마 몸이 편안한 상태가 된다. 총 230일의 누적 우주 체류 기간을 보유한 NASA 소속 우주비행사 르로이 차오는 “메인 엔진이 꺼진 직후 중력가속도가 낮아지고 무중력 상태가 되면 몸이 마치 갑자기 앞구르기를 한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머리에서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무중력 상태에서 중력이 체액을 몸의 하반부로 끌어내리지 않기 때문에 그 후 며칠 동안은 약 2리터의 체액이 몸에서 빠져나가고 뇌는 균형을 맞추려는 몸의 작동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주에 걸쳐 인체는 우주 환경과 균형을 이루는 법을 배워나간다.

지금까지 우주로 떠난 사람 중 절반가량은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우주 적응 증후군(SAS)’로 불리는 이와 같은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우주에 몸이 적응하고 머무는 동안 인체에는 되돌릴 수 없는 근본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구 귀환 시 다시 적응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차오는 6개월 이상으로 장기간 우주에 체류하는 경우 지구에 돌아왔을 때 보다 극심한 몸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데 몇 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베일러컬리지 의과대학 우주 의학 센터의 제니퍼 포가티 박사는 “우주에서는 몸이 굉장히 지치는데 매일 같이 우리 몸에 가해지는 물리적 자극 대부분이 우주에서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캐나다 우주비행사인 브야르니 트리그바손은 “우주에서 사람의 뼈는 부식되고 다시 채워지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치는데 특히 우주에서 갑작스러운 다리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우주 비행사들이 지구로 돌아온 후에는 골절이나 신장 결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일반적으로 우주에서 보낸 시간의 두 배를 회복하는데 쏟아부어야 한다. 

우주인에게 나타나는 흔한 증상에는 ‘우주 빈혈’도 있다. 아직까지도 우주 빈혈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월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논문에서 우주 공간에서 적혈구 파괴가 가속화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 저자인 캐나다 오타와 병원의 가이 트루델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지구상에서 파괴되는 적혈구에 비해 우주에서 체류하는 몸의 경우 더 많은 양의 적혈구가 지속적으로 파괴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에서는 초당 약 200만 개의 적혈구가 파괴되는 반면 우주에서는 초당 약 300만 개의 적혈구가 파괴된다. 우주비행사가 지구에 귀환한 후 몸속에서 파괴되는 척혈구의 양 또한 일반인에 비해 30%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우주 빈혈이 지구 귀환 이후에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주 빈혈의 정확한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면 우주로 여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증상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최근 연구는 무중력 상태가 우주인의 신체뿐만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발견했다. 벨기에 앤트워프 대학 연구진은 12명의 남성 우주인이 ISS로 비행하기 전과 임무를 마쳐 지구로 귀환한 후의 뇌 상태를 MRI로 스캔해 비교했다. 그 결과 몸의 운동을 관장하는 뇌 속 운동영역 사이에 있는 신경 연결에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뇌가 무중력 상태에 적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재설계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주 공간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제한적이어서 연구 팀은 “아직 전체 퍼즐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으며 향후에도 다양한 접근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