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시움(2013·닐 블롬캠프)’에서는 인공지능(AI) 진단 및 치료 장치가 등장한다. 환자가 캡슐에 들어가면, 기계는 환자의 전신을 스캐닝해 질환을 진단하고, 이에 맞춘 치료를 즉각 시행한다. 진단부터 치료까지는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물론 현실에서 이러한 의료기술과 의료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이런 영화 같은 진단과 치료를 현실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정말로 있기 때문이다. 딥노이드의 최우식 대표도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영화 속 자동 진단치료 장비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데이터와 AI의 힘을 빌린다면 말이다.

 

 영화 ‘엘리시움(2013·닐 블롬캠프)’에서는 인공지능(AI) 진단 및 치료 장치가 등장한다. 

(사진=소니픽쳐스 유튜브 캡처)

 

29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긴장된 표정이 역력한 남자가 마이크 앞에 섰다. 그의 이름은 최우식, 딥노이드의 대표이사다. 의료 AI 기업인 딥노이드는 창립된지 15년이 됐다.

딥노이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딥팍스’ 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급종합병원들과는 AI솔루션 공동연구와 구축도 진행했다. 원격진료·디지털병리·영상판독 서비스도 실시 중이다. 

작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흉부 X-ray 영상 검출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딥체스트(DEEP:CHEST-XR-03)에 대한 의료기기 제조허가를 받았다. 딥노이드는 딥체스트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17개의 ‘딥에이아이(DEEP:AI)’와 2개의 ‘딥팍스(DEEP:PACS)’ 제품에 대한 식약처 인허가를 받기도 했다.

의료 AI로 시작했지만, 최 대표는 사업 영역을 의료에 한정할 생각은 없다. “의료는 시장이 좁지만 한번 진입하면 경쟁이 적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의료에 국한할 이유는 없습니다. 내수시장만 보고 사업을 하면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기존 사업 활성화-사업 분야 확장-해외진출을 하려는 것이죠.”

최 대표는 딥노이드를 기술회사라고 소개한다. 고민의 산물은 이날 처음 공개된 ‘딥파이’(DEEP:PHI)다. 딥파이는 AI 노코딩 연구 플랫폼이다.

AI 연구를 하려면 전문가 수준의 코딩 실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AI 연구방법에 대한 지식 갖고 있어야 한다. 값비싼 장비와 개발환경은 필수다. 뿐만 아니다. 협업툴도 요구된다. 딥파이는 이를 해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코딩 없이도 앱 개발이 가능하다. 딥파이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구축형 프라이빗클라우드 형태로 제공된다.

최 대표는 딥파이를 여러 산업분야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사업도 할 생각이다. 딥파이 아카데미인 ‘DEEP:EDU(딥에듀)’ 교육 사업은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아울러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병원과 헬스케어 기업 협력 하에 원격의료 사업을 한창이다.

 

 최우식 대표는 딥노이드를 기술회사라고 소개한다. (사진=딥노이드)

 

지금도 하는 일은 많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더 많다. 우선 돈도 더 벌어야 한다. 올해 매출 목표는 40억 원대 중반. 의료AI기기에 대한 아직 불명확한 건보수가 체계 등과 부처 차원의 산업 지원은 아직 아쉽다. 최 대표의 말이다.

“우리나라의 규제는 산업과 기술의 발전을 뒤따르는 모양새를 띱니다. 정부도 관심은 많지만, 아직은 관망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업 입장에서 절실한 것은 결국 제품을 팔 곳과 돈을 지불해줄 구매자를 찾는 겁니다. 결국은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거죠.”

의료기관에 의료기기와 의료 소프트웨어를 ‘입점’해 놓고 있는 전통적인 기업들 틈바구니를  딥노이드와 같은 신생 기업이 파고들기란 어려움이 적지 않다. 최 대표는 이를 자동차 산업에 빗댔다.

“테슬라와 기존 자동차 산업과의 관계를 보면, 기존에 룰을 만든 기업은 그것을 유지하고 싶을 거예요. 그래서 우린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려는 것이고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25년 시장 규모는 5천44억 달러(약 60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분야 산업에 20조 원 가량의 재정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AI 분야의 정부 투자는 딥노이드에게 어쩌면 기회다.

최 대표가 반문했다. “데이터와 AI를 바탕으로 경쟁하면 우리도 레거시 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