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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회로 켜고 끄는 광유전학, 뇌의 판도라 상자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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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순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0건 조회 204회 작성일 15-04-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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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608060.html

사이언스 온] 신경세포를 움직이는 빛
로봇 기계들이 끝없이 진화하던 어느 날, 인간과 기계가 전쟁을 벌인다. 전쟁에서 승리한 기계 문명은 인간을 자신들의 ‘건전지’로 만든다. 인간은 기계 안에서 태어나, 기계 안에서 살아가며, 기계 안에서 죽는다.
하지만 정작 인간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기계가 인간 뇌에 전극을 꽂아 가상현실인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다고 느끼도록 인간의 감각을 조작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실제로는 배양기 안에 떠 있으면서도 자신이 맨해튼 거리를 거닐고 있다고 착각한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스테이크의 맛을 느낀다. 영화 <매트릭스>(1999)의 이야기다.
인간 뇌에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각 신경세포는 수많은 다른 신경세포들과 연결돼 100조건이 넘는 신경 접속을 만들어낸다. <매트릭스>의 세계처럼 우리의 감각 경험은 바로 이 어마어마한 신경회로 안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사건’이다. 전원을 꽂은 컴퓨터에서 수많은 전기회로가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하듯이, 우리 뇌 속의 신경회로에 끊임없이 전기가 흐르면서 감각 세계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전기자극 이용’ 오랜 인간 뇌 연구 방법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신경회로 조작 기술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힘을 우리는 오래전 발견했을 뿐 아니라 끝없이 진화시키고 있다. 18세기 중반 이탈리아 과학자 루이지 갈바니(1737~1798)는 신경과 근육이 전기적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해 보고했다. 이후 19세기 초부터 신경생리학자들은 뇌에 직접 전극을 꽂고 미세 전류를 흘리면서 뇌 기능을 연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간질 치료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수행된 전기적 뇌 자극은 우리 뇌가 기능적으로 분화되어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기도 했다.
1954년 캐나다 맥길대학 제임스 올즈 연구팀의 쥐 실험은 ‘전기적 뇌 자극’을 보여주는 아주 유명한 일화다. 이들은 쥐 뇌의 쾌락 중추에 전극을 심은 뒤, 쥐에게 스스로 레버를 누르면 전류가 흘러 쾌락이 주어지는 조건을 마련해주었다. 놀랍게도 쥐는 밥도 물도 먹지 않고 죽을 때까지 레버만 눌러댔다. 이 연구 결과는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소설 <뇌>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극을 꽂아 직접 전류를 흘려보내는 방식으로는 뇌의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조작하기 어렵다. 인간의 뇌 속에는 엄청나게 높은 밀도로 미세한 신경세포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1㎤의 뇌에는 수천만개의 신경세포가 들어 있어 원하는 신경회로만을 자극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전극을 자칫 잘못 꽂았다가는 엉뚱한 신경회로를 자극해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비유하면, 전기적 뇌 자극 방법은 자극이 가해지는 곳 근처의 모든 전기회로를 켜는 ‘포괄적 리모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자제품의 전원을 켤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으나, 원하는 전자제품만 선택적으로 켜긴 힘든 기술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티브이를 보려고 리모컨을 눌렀더니 갑자기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등 집안의 모든 전자기기가 한꺼번에 켜지는 소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티브이 리모컨이 티브이만 켤 수 있는 이유는 티브이 안에 리모컨 신호에만 반응하는 ‘수신기’가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뇌 속에도 이런 식으로 ‘리모컨-수신기’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다면 감각과 행동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2002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그런 힘을 가능하게 할 역사적인 논문 한 편이 발표됐다. 흥미롭게도 이 논문은 신경과학 연구팀이 아니라 미생물을 연구하던 독일의 페터 헤게만과 게오르크 나겔 공동연구팀이 발표했다. 이들은 ‘클라미도모나스’라는 작고 둥근 단세포 녹조류에 주목했다. 이 녹조류는 빛을 쬐어주면 빛을 향해 나아가는 주광성의 성질을 지닌 생물이다.
연구팀은 녹조류에는 빛을 ‘감각’하고 그 빛 쪽으로 나아가는 ‘행동’ 사이를 매개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가지 단서는 빛을 쬐어주면 클라미도모나스 안에 전류가 흐른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채널로돕신’이라는 분자가 빛을 감지해 전류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이 녹조류에 있는 채널로돕신의 유전자를 신경세포에다 심으려는 신경과학자들이 나타났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칼 다이서로스 연구팀이 최초로 포유류 신경세포에서 빛과 채널로돕신을 리모컨과 수신기처럼 사용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리모컨 구실을 하는 빛과 수신기 구실을 하는 채널로돕신’ 시스템을 통해 신경회로를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빛(opto)과 채널로돕신 유전자(gene)를 결합한 이 기술은 ‘광유전학’(optogenetics)이라 불린다.(그림 참조)
거식증, 우울증 등 치료 도구 될까
30여년 전인 1979년, 프랜시스 크릭(1916~2004)은 ‘뇌의 다른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특정 신경세포만 조작하는 것’을 신경과학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훗날 그는 ‘빛’이 바로 그런 조절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크릭의 예언을 채널로돕신을 이용해 실현한 칼 다이서로스 연구팀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신경과학 분야에서 광유전학을 사용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경조직뿐 아니라 꼬마선충이나 초파리처럼 살아 있는 동물에서도 신경과 행동을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보고됐다. 심지어 최근에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광유전학을 이용해 가짜 기억을 만들어낸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제 광유전학은 약방의 감초처럼 신경과학자들한테 없어선 안 될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다.
한가지 흥미로운 연구 사례를 소개할까 한다. 2011년 광유전학을 이용해 쥐의 섭식 행동을 연구한 논문 한 편이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됐다. 미국 자넬리아 팜연구소의 스콧 스턴슨 연구팀은 섭식 행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경세포(AGRP)에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심었다. 그랬더니 빛 리모컨으로 이 신경세포들을 켤 때마다 쥐들이 밥을 먹어댔다. 비슷한 방식으로 이번에는 섭식을 억제하는 신경세포(POMC)를 광유전학 기술로 켜주자 밥도 적게 먹고 체중도 감소했다.
이 연구 결과는 광유전학이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질병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파킨슨병, 우울증, 강박증, 간질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광유전학적으로 연구하고 치료하려는 아이디어가 활발히 제안되고 한창 연구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원하는 신경회로에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심고 빛을 쬐어주는 일이 만만치 않으며, 질병 치료를 위해 알아야만 하는 신경회로에 대해 밝혀진 바도 턱없이 부족하다.
광유전학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우리 뇌에 대해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알게 될 것이다. 그 앎은 난치성 정신질환을 극복할 ‘선한 힘’과 <매트릭스>에서 인간 정신을 통제하는 ‘악한 힘’을 동시에 가져다줄 공산이 크다. 과연 인간은 그런 앎과 힘을 얻게 될까. 또 얻는다면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대한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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