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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 병원…로봇의 일터는 무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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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times
March 23,2015
Notice
우주개발에 6천억원 투입…'우주위험 대책본부' 구성
미래부, 중기에 유망 공공기술 이전‧사업화 지원
'국가발전 기여' 과학기술인, 국가유공자로 예우한다
내년 R&D 예산 경제·과학기술 혁신에 집중 투자
우주기술 기반 벤처·창업 육성사업 본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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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 병원…로봇의 일터는 무한대
위험 무릅쓰고 중노동 대신하는 로봇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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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고 대화를 이끄는 로봇 ‘페퍼(Pepper)’를 공개했다. 7월에는 미국 MIT 연구진이 사람을 인식하고 명령에 대처하는 가정용 로봇 ‘지보(JIBO)’를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이들 로봇이 시판될 예정인 가운데 새로운 개념의 로봇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 해군은 바다 위 함정 내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사람 대신 투입되어 화재를 진압할 2족 보행 소방관 로봇을 공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병원에서는 ‘터기(Tuggy)’라는 이름의 로봇이 청소, 세탁, 설거지 업무를 시작했다.

미 해군은 데니스 홍 교수가 개발한 소방용 2족 보행 로봇 '사파이어'를 공개했다.
미 해군은 데니스 홍 교수가 개발한 소방용 2족 보행 로봇 ‘사파이어’를 공개했다. ⓒ ONR
흔들리는 배 안에서 불 끄는 인간형 로봇 ‘사파이어’

미국, 일본, 우리나라는 로봇 분야의 3대 강국으로 꼽힌다. 2013년 말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다르파 로봇 챌린지(DRC)’ 결선에서 일본의 샤프트(SCHAFT) 팀이 2족 보행 로봇으로 1위에 올랐다. 원자력 발전소 내부에서 사고가 났다는 가정 하에 사람 대신 투입되어 문제의 밸브를 잠그는 임무였다.

구글은 샤프트 팀을 사들였지만 높은 기량에도 불구하고 기권을 선언했다. 로봇 기술이 군사무기로 이용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내린 결정으로 추측된다. 올해 6월로 예정된 결승전에는 사프트를 제외한 11개의 팀이 진출한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 KAIST 팀도 있지만 나머지 10개는 모두 미국 로봇들이다.

미국은 험준한 지형에서 물건을 운반하거나 위험한 지역에 투입되어 사람 대신 임무를 수행하는 군사로봇 분야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4족 보행 로봇 ‘빅독(Big Dog)’은 등에 짐을 실은 채 장애물을 쉽게 넘고 얼음판을 걸어가며 충격을 가해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4족 질주 로봇 ‘와일드캣(WildCaT)’은 말처럼 네 다리가 각각 땅을 박차고 달리는 기술을 보유했다. 2013년에는 시속 26킬로미터로 달리더니 작년에는 45킬로미터를 넘겼다. 최종 목표는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는 것이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도 있다. 팔 관절이 여러 개라서 물건을 들어올려 나를 수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구덩이를 피해서 가는 것도 문제 없다. 한 발로 서 있을 때 충격을 가해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다.

미국이 내놓은 최신 군사로봇은 소방관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키 178센티미터에 몸무게 63킬로그램의 2족 보행 로봇 ‘사파이어(SAFFiR)’는 항해 중인 해군 함정 내부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 임무다.

함정은 바다 위에 혼자 고립되어 있으므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가 어려워 인명 피해가 육지에서보다 훨씬 크다. 이 때문에 해군은 정기적으로 해상 화재 훈련을 실시한다. 사파이어가 개발 완료되면 뜨거운 불길이 치솟고 산소가 고갈되어가는 함정 내부로 사람이 직접 들어갈 필요가 없어진다.

미 해군 연구개발국(ONR)은 지난주 사파이어의 작동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실험 장면으로, 사파이어가 실제 함정 내부에서 소방호스를 들고 화재를 진압하는 데 성공하는 모습을 담았다. 열 감지기가 있어서 화재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며 흔들리는 배 안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 기능을 갖췄다.

사파이어를 개발한 사람은 한국계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이다. 홍 교수는 사파이어 개발에서 손을 떼고 미 해군의 자금 지원을 받아 선박 수리 로봇 ‘알피오스’(ARPIOS)’를 개발할 예정이다. 미국과 한국의 합작품 격이다. 홍 교수가 이끄는 토르(THOR) 팀은 다르파 로봇 챌린지 결승 진출자 11개 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대학병원에는 간호사와 청소부가 맡았을 위험하고 지저분한 업무를 대신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 UCSF Medical Center
캘리포니아 대학병원에는 간호사와 청소부가 맡았을 위험하고 지저분한 업무를 대신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 UCSF Medical Center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동형 로봇 ‘터그(Tug)’

한편 샌프란시스코 미션 만(Mission Bay)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대학병원에는 간호사와 청소부가 맡았을 위험하고 지저분한 업무를 대신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끌고간다, 예인한다는 뜻의 ‘터그(Tug)’라 이름 붙은 이 로봇은 이손(Aethon) 사가 개발한 운반용 로봇이다.

카메라, 레이저, 음파탐지기(sonar), 적외선 등 30개가 넘는 센서를 장착한 터그는 무선인터넷이 가능해서 제어센터와 24시간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는다. 사람과 장애물을 피해다니며 복도를 따라 목적지로 스스로 이동하며 엘리베이터도 스스로 열고 닫으며 원하는 층에서 정확하게 하차한다.

하루 평균 20킬로미터의 거리를 이동하며 한 번에 450킬로그램에 달하는 무게를 옮길 수 있어서 병원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운반하는 데 적격이다. 얼마 전 개관한 이 대학병원은 넓이가 5만5천 제곱미터에 달해서 사람이 일일이 물건과 자재를 나르는 일이 쉽지 않다. 투입된 터그는 총 25대. 이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하루에 총 315시간을 일하며 770킬로미터를 이동한다.

터그의 임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자재를 옮기고 식사를 나르며 침대 시트를 갖다주고 의료용 폐기물과 각종 쓰레기를 운반한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혼자서 식사를 배달하고 돌아온다. 이들이 하루에 나르는 식판의 개수만 1천 개가 넘는다.

중요한 약품이나 응급 물품을 전달하는 데도 적합하다. 잠금 기능과 지문인식 장치가 있어서 보관함을 아무나 쉽게 열거나 진로를 다른 곳으로 바꿀 수 없다. 손가락을 갖다대서 담당자가 맞는지 확인한 후에야 동작하기 때문에 배달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사람이 지나가면 “조심하세요!” 하며 목소리로 경고를 해주고 소리 없이 서서히 움직이기 때문에 충돌사고를 내는 일이 거의 없다. 모서리가 둥근 커다란 육면체처럼 생기고 옆에서 보면 사람 얼굴 같이 생겨서 친근감을 준다. ‘터기(Tuggy)’라는 애칭도 얻었다.

신속성, 정확성, 안전성, 효율성을 두루 갖춘 터그는 병원에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다. 터그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이 많아서 앞으로는 전 세계 최신식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터그와 마주칠 일이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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