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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별자리 여행] 요즘 가장 밝은 별은 거문고자리의 '직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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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장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5회 작성일 03-10-2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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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1년 중 하늘이 가장 청명한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그만큼 가을은 별이 잘 보이는 계절이다. 맑은 밤하늘에서 별똥별을 세노라면 시인이나 우주탐험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을철 별자리 여행을 떠나자=22일 새벽에 발생한 유성우 현상은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을 잘 보여준다. 유성우는 혜성이 뿌리고 간 잔해들이 별똥별이 되어 떨어지는 것이다.



꼬리가 달린 별로도 알려진 혜성은 한마디로 지저분한 얼음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얼음 덩어리가 태양에 가까이 오면서 녹아내린 가스와 먼지들이 혜성의 꼬리를 형성한다. 혜성이 지나간 궤도에는 꼬리에서 떨어져나간 부스러기가 널려 있는데, 이 길을 지구가 지나칠 때 부스러기들이 대기권으로 빨려들어와 타게 된다. 이것이 유성우, 즉 별똥별의 소나기다.

자, 이제 별자리를 찾아 하늘로 여행을 떠나보자. 가을의 별자리 여행은 눈과 마음으로 떠나는 사색의 여행이다.

저녁 하늘 머리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직녀다. 칠월칠석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직녀는 거문고자리의 으뜸별로, 요즘 보이는 별자리 중에서 가장 밝다. 직녀의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밝게 빛나는 별은 독수리자리의 으뜸별인 견우다. 시골의 밤하늘이라면 이 두 별 사이에서 멋진 은하수를 볼 수 있다.

직녀와 견우의 근처에서 빛나는 또다른 밝은 별은 백조자리의 으뜸별 데네브(꼬리라는 뜻)다. 이 3개의 별은 직녀를 중심으로 커다란 직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거문고자리는 신화 속에 나오는 음악의 신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던 작은 하프의 모습이다. 오르페우스가 사랑하던 아내 에우리디케를 잃고 그 슬픔으로 방황하다 숨졌을 때, 그의 음악에 감동했던 제우스신이 이 하프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독수리자리와 백조자리는 모두 제우스신이 변신한 모습으로 제우스신이 스스로 만든 별자리라고 한다.

올해의 가을 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것은 6만년 만에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온 화성이다. 화성은 저녁의 동남쪽 하늘에서 보이기 시작해서 밤새 가장 밝은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화성은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아니라서 일반적인 별자리 지도에는 그 위치가 나와 있지 않다. 따라서 별자리 속의 별들과 착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밤이 깊어가면서 여름 별자리들이 서쪽으로 넘어갈 무렵 머리 위에는 밝은 4개의 별이 커다란 사각형 모양으로 놓여 있는 것이 보인다. 이 4개의 별은 가을의 가장 대표적 길잡이 별인 페가수스자리다.

페가수스자리는 아리따운 부인의 별자리와 붙어 있다. 그리스신화에서 별자리가 된 안드로메다 공주 자리다. 페가수스자리 뒤에 나타난 또 다른 별자리는 바로 페르세우스자리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가장 멋진 기사, 절망의 순간 어디선가 번개처럼 나타나 공주를 구해주는 페르세우스 왕자. 아마 신화 속에서 그보다 더 멋지고 극적으로 등장하는 기사도 없을 것이다.

자, 가을철의 별자리들을 보면서 이야기에 맞춰 상상을 해보기 바란다. 어렵지 않게 가을 밤하늘의 전경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별자리 여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별을 보는 사람의 상상력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별보기에 필요한 것들=별을 보기 가장 좋은 곳은 불빛이 없는 까만 시골 하늘이다. 가로등이나 창밖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과 도시의 오염물질들은 별빛을 가리는 장애물들이다.

하지만 별을 보기 위해서 꼭 시골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서도 불빛만 피하면 생각보다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이제 막 별을 보기 시작하는 초보 별자리 여행자에겐 도시의 하늘이 훨씬 좋다. 시골 하늘에는 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초보자가 별들을 구별해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도시 하늘에선 밝고 중요한 별만 보이기 때문에 별자리 찾기가 훨씬 수월하다. 단, 도시에서도 가로등 밑이나 불빛이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

물가에 가까우면 새벽에 안개가 많이 끼므로 물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좋다. 높이 올라갈수록 대기 중의 오염물질이 줄어든다. 따라서 고도가 높은 곳을 택한다. 하늘을 가리는 장애물이 많지 않은 곳이 좋다.

여행을 떠날 때 지도는 기본. 별자리 여행에서도 성도(星圖·별지도)는 꼭 있어야 한다. 초보 여행자들에겐 복잡한 성도보다는 별에 관련된 책에 나와 있는 간단한 별자리판이 좋다.

성도를 볼 때는 붉은 셀로판지로 손전등의 앞을 가리는 것이 좋다. 밝은 빛을 보고 바로 하늘을 보면 별이 잘 안 보인다. 붉은 빛은 눈동자에 영향을 가장 적게 준다.

가을철 밤공기는 겨울과 같은 한기를 느끼게 한다. 별을 오랫동안 보고 싶다면 두꺼운 방한복을 꼭 챙기도록 한다.

별자리 여행은 누워서 하는 것이 제일 좋다. 담요가 있다면 금상첨화이고, 바닥이 젖어 있다면 의자는 필수다. 푹신한 방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별 보는 것도 배가 고프면 힘드므로 간식거리와 음료수도 잊지 말기 바란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밝은 별을 보고 눈이 어둠에 충분히 익숙해진 다음 희미한 별을 찾아야 한다. 쌍안경이나 망원경이 있으면 더욱 좋다.

(이태형·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회장)

◇ 이태형 교수는...

천문우주기획 대표. 충남대 천문우주학과 겸임교수. 2001년 국내 최초로 소행성을 발견, ‘통일’이라고 명명(국제천문연맹 공인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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