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딥 임팩트' 카운트 다운

이영완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5.10.04 18:14 49' / 수정 : 2005.10.04 18:21 56'



탐사선 ‘하야부사’ 소행성 이토카와 접근중
지난 7월 4일 인류는 말 그대로 ‘깊은 충격(Deep Impact)’에 빠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가 약 7개월 동안 장장 4억㎞ 이상을 날아가 구리로 된 충돌체(임팩터)를 ‘템펠1’ 혜성(彗星)을 향해 발사했고 정확히 명중시킨 것이다. 다음달 인류는 또 다른 ‘딥 임팩트’를 맞이하게 된다. 이번 드라마의 주인공은 일본의 탐사선이고, 상대 역할은 소행성(小行星)이 맡았다.



지표에 금속총알 쏴 먼지 채취할 예정

태양계 탄생당시 상황에 대한 단서 기대

일본 항공우주탐사국(JAXA)은 2003년 5월 9일 발사된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가 소행성 ‘이토카와’로부터 20㎞ 거리에 도착했다고 지난달 12일 발표했다. 하야부사는 딥 임팩트와 달리, 다음달 초순 직접 이토카와에서 암석 일부를 채취해 2007년 6월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하야부사가 계획대로 이토카와의 암석 일부를 갖고 돌아오면 달 이외의 천체에 착륙해 시료를 가져오는 첫 사례가 된다.


이토카와는 길이 500ｍ, 폭 300ｍ 정도의 소행성으로 지구로부터 약 3억㎞ 떨어진 곳에 있다. 일본 로켓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이토카와 히데오 박사의 성을 따 명명됐다. 하야부사는 이토카와로부터 20㎞ 거리를 비행하면서 X선 등으로 표면탐사를 실시, 착륙하기 좋은 장소를 물색했다. 곧 하야부사는 이토카와로부터 불과 7㎞ 거리를 비행하면서 착륙을 준비할 예정이다.



다음달 하야부사는 이토카와에 두 번의 ‘터치 다운(touch down)’을 하게 된다. 소행성에서는 인력이 약해 살짝 내려앉아도 금방 튀어오르기 때문에 탐사선이 지표면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대신 탐사선은 한 번 착륙할 때마다 지름 1㎝의 금속 총알을 초속 300ｍ로 발사하고, 그 충돌로 일어나는 먼지를 수집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네르바’로 불리는 작은 로봇 ‘메뚜기’를 내려보낸다. 이 로봇은 소행성 표면을 10ｍ 높이로 점프하면서 사진을 찍고 온도를 측정할 예정이다.


지구나 수성 등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소행성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합쳐지면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소행성 표본을 분석하면 45억년 전 태양계 탄생 당시의 상황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행성을 연구하는 데는 경제적 이유도 있다. 달이나 화성 등에 건축물을 세우거나 우주선의 연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들을 소행성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행성에는 철이나 니켈 같은 금속이 지구보다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들의 광물질을 모두 합하면 지구 전체인구 1인당 120조원이 돌아갈 수 있을 만큼의 재산가치를 가진다는 평가도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에서는 소행성을 탐사해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소행성의 광물 채굴은 경제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그러나 탐사선들이 계속 소행성의 물질 성분을 조사하고, 그중 유용한 성분을 추출하고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면 상업적인 우주자원활용사업도 그다지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지구에서 날아간 탐사선이 소행성과 혜성과 만나는 일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2월 27일 유럽항공우주국(ESA)이 발사한 세계최초의 혜성 착륙 우주선 ‘로제타’호가 시속 13만5000㎞로 목성 주변 혜성인 ‘추류모프-게라시멘코’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1969년 발견된 이 혜성은 6.57년 주기로 태양 주위를 시속 10만㎞로 돌고 있는데, 핵의 지름이 4㎞인 감자 모양이다. 로제타호는 2014년 5~6월쯤 혜성 궤도로 진입해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한 뒤 착륙선인 ‘파일래’를 분리, 혜성 표면에 직접 착륙시킬 계획이다.


사진#01
▲ 일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상상도


사진#02
▲ 유럽 해성착륙선 '로제타'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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