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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선발 8개월 체험 “꿈없이 가능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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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광석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23회 작성일 06-12-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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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1
태극마크 우주복의 주인은 누가 될까.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2명이 25일 최종 발표된다. 이들은 내년 4월부터 1년간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으며 최종 선발되는 1명만 우주선에 탑승한다. 우주인 선발 작업은 지난 4월 시작됐으며 필기·실기 시험과 무중력 테스트를 거쳐 6명으로 압축됐다. 한국인 최초 우주인의 영광을 향한 지난 8개월의 생생한 여정을 장준성씨(25)의 일기 형식으로 재구성해 본다.

#꿈을 꾸다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된다. 꿈 없이 가능한 일은 없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정치가 앙드레 말로의 말이다. 내 좌우명이기도 하다. 올 봄 동네 편의점 입구에 세워진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 홍보물을 처음 보았을 때 받았던 그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 찾은 느낌이었다. 결과는 중요치 않았다. 도전을 통해 뭔가 배울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4월21일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인터넷으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1주일 만에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접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주눅이 들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사진#02
#첫번째 관문

9월2일. 첫 관문은 3.5㎞ 달리기. 기초체력 평가였다. 외근 형사로서 체력에는 자신있었다. 별 어려움 없이 통과했다. 17일 상식시험에는 예상 밖으로 난해한 문제가 많았다. 진땀이 났다. 예측을 벗어난 상식 시험 때문에 탈락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 공군항공우주의료원에서의 신체검사 기회가 주어졌다. 450명의 지원자들을 처음 만났다. 하나같이 열정적이고 도전적이었다. 미국 유학생은 두달치 용돈을 털어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우주를 향한 열정

2차 심층평가에는 245명이 참가했다. 1박2일 동안 치러진 일반·영어 면접, 심리검사는 꽤 어려웠다. 평가 도중 곳곳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체력평가 후 가슴과 배 근육이 당겨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원자도 많았다. 경찰로서 받은 훈련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245명은 경쟁자였다. 우주를 향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았다. 합숙평가 동안 한 방을 쓰게 된 항공역학을 전공한 교수님과 밤새 ‘우주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 분의 열정과 학식에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245명 모두가 각기 다른 색깔로 우주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지금도 1차 시험 통과자 245명은 온·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우주 개발에 든든한 후원자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03
#시험은 점점 어려워지고

2차 선발자는 30명. 합격 전화를 불법 사행성 게임장 단속 중에 받았다. 한참 심각한 상황에 벨이 울렸다. ‘합격했습니다.’ 너무 기뻐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1주일 동안 청주와 대전에서 정밀 신체검사와 상황대처능력 평가를 받았다. 검사 때문에 서너끼 굶기는 예사였고, 주사도 10대 이상 맞았다. 피곤이 몰려왔다. 기계 앞에 서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힘들수록 우주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강해져만 갔다.

‘영어로 된 설명서를 읽고 직접 과학실험해 보고서 제출하기’ ‘즉흥적으로 주어진 주제를 15분 동안 발표하기’ ‘영어 강의를 듣고 심사위원의 질문에 답하기’. 지금까지 시험 중 가장 어려웠다. 시험 결과가 실망스러웠다. 여기서 꿈을 접어야 하나. 눈물이 찔끔 났다. 법학 전공자로서 과학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1주일에 과학서적 한권씩 읽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페이스 캠프 10인’, 합숙평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떨어질 줄 알고 합숙 준비도 안했다. 휴가도 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10인에 선정됐단다. 기적적이었다. 이제 관건은 2주간의 휴가 만들기다. 올해 연차와 내년 휴가를 모두 당겨서 급하게 휴가를 냈다. 갑작스러운 휴가로 당황했을 텐데도 서장님은 잘 하고 오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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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기분

8명의 후보가 러시아로 떠났다. 첫날 가가린우주센터에서 러시아 의료진에게 신체검사를 받았다. 10시간의 비행과 계속되는 강행군 때문인지 편도선이 부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상태로는 우주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한 후보가 고막 출혈로 탈락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둘째날, 말로만 듣던 무중력 비행기에 올랐다. 일류신(IL-76 MDK)이란 이름의 수송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중력 비행기다. 상공 6,000m와 9,000m를 오르락내리락하며 20여초간 무중력 상태가 됐다. 몸이 두둥실 뜨는 느낌. 사람이 날 수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환상적이었다. 셋째날에는 수중유영 평가가 진행됐다. 국제우주정거장 러시아 모듈이 설치돼 있는 수중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했다.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사방이 적막한 가운데 조용한 호흡소리만 들으며 내려다본 국제정거장 모듈은 실제 우주 유영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 평가에서 한 명이 탈락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6명뿐.

사진#05
#기다림

러시아에서 돌아오니 경찰서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다들 알아보셨다. 자고 일어나보니 유명해졌다는 말을 실감했다. 25일 대한민국의 첫 우주인이라는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도전정신을 가진 멋진 사람들과 만난 소중한 추억이 이미 선물 아닌가.

내 나이 스물다섯살. 한국 최초 우주인이 탄생하는 2008년이면 27살이 된다.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구 소련의 유리 가가린도 27살이었다. 젊지만 어리지는 않고, 성숙하지만 노쇠하지 않은 인생의 절정기에 우주인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내겐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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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광석님의 댓글

셈야제애인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왜 두명인가하니. 만약 선발요원이 문제가 발생-이를테면 질병, 부상, 개인적인 사정 ...등의 이유-하게 되면 항상 대타 요원이 기용되기 위하여 두명정도 뽑는줄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NASA도 항상 대타로 투입될 수 있는 요원을 선발해 놓고 똑같은 훈련을 받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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