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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지영 기자] 천문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미뤄졌던 미 항공우주국(NASA) 의 빅 프로젝트인 망원경이 오는 23일 플로리다에서 발사되기 때문이다.

이 망원경의 이름은 적외선 우주 망원경(SIRTF.Space Infrared Telescope Facility). 발사에 성공하면 '허블'망원경처럼 유명 과학자의 이름을 딴 새 이름을 갖게 된다.


이번에 발사되는 망원경은 옆에 대형 헬륨 냉각 탱크를 달고 올라간다는 점이 특이하다. 온도를 아주 낮춰 망원경 자체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막아야만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방해받지 않고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헬륨 탱크는 망원경의 온도를 영하 2백70도까지 낮춰준다.


적외선 망원경을 만든 미 코넬대 연구팀의 제임스 호크 교수는 "지금부터 우주탄생까지 약 3분의 2 정도 거슬러 올라가는 시점까지만 연구됐는데 이제 그보다 더 옛날 일도 관측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1백억 광년 떨어진 먼 곳에서 수소.헬륨과 티끌이 막 뭉치기 시작했다고 하자. 처음에는 천천히 돌다가 뭉칠 때는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이렇게 원반 모양을 형성하다가 한 가운데는 모여 별이 된다. 즉 아주 차가운 우주공간(영하 2백50도)에서 성운(星雲)이 자신의 몸을 움츠려 뭉치면서 별을 탄생시킨다.


별의 주변부는 행성.소행성.위성이 돼 태양계 같은 항성계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평면 궤도를 형성해 돌고 있는 태양계가 그 증거라고 천문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렇게 별이 막 태어나는 초기에는 온도가 낮고 적외선이 많이 나온다. 따라서 적외선을 관찰하면 막 태어나기 시작한 아기별의 탄생과정을 규명할 수 있는 것이다.


우주 역사는 유한한데 지금은 별의 탄생이 활발하지 않다. 따라서 유한한 우주 역사의 어느 한 시점(몇십억년 전)에선 별들이 한꺼번에 왕성하게 태어나는 아기별의 '베이비 붐'이 있었을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 적외선을 관찰하면 어느 시점에 베이비 붐이 일어났는가 같은 우주 탄생의 흥미진진한 면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백30여억년의 역사를 훑으면서 우주의 출생률 조사를 하는 것이다.


막 태어나기 시작하는 아기별을 관찰하면 생명의 기원 규명에도 한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별이 있기 전에 우주 물질은 수소.헬륨이 주였다. 이 두 물질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탄소가 처음 태어난다.


탄소는 결합력이 좋아 복잡한 분자의 유기물이 생겨났다. 세종대 이희원 교수는 "별 탄생은 우주가 단순한 동네에서 복잡한 동네로 바뀐 계기"라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별 탄생으로 생겼다"고 설명했다.


적외선 우주 망원경이 올라가면 별과 우주의 기원을 찾기 위한 NASA의 네가지 빅 프로젝트가 일단 마무리된다. NASA는 1980년대부터 별 탄생과 소멸의 비밀을 풀기 위해 각기 다른 네가지 빛의 파장대를 관찰해 서로를 보완하는 총 수조원대의 초대형 망원경 우주 탐사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해서 1990년대부터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허블이, 감마선은 콤턴(Compton)이, X-레이는 찬드라(Chandra) 망원경이 발사돼 관찰해 왔다. 이들 망원경은 지금까지 서로 경쟁하듯 우주의 비밀에 좀 더 접근하는 자료들을 지구에 보내왔다.


우주로 올라간 거대 망원경은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빛을 관찰할 수 있다. 별이 1백억 광년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별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빛이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떨어진 별을 가까운 별과 비교하면 별들이 어떻게 태어나서 자라고 죽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거대 망원경은 과거를 들여다보는 타임머신"이라고 천문학자들은 말한다.


NASA의 빅4 프로젝트로 불리는 허블, 찬드라, 콤턴, 적외선 망원경이 관찰하지 못하는 빛의 영역을 보는 틈새 망원경도 지난 4월 발사됐다.


연세대 연구팀이 참여한 갤렉스(Galex)다. 갤렉스는 자외선 영역을 관찰하는 망원경이다. 그동안의 초기 안정화 과정을 거쳐 이제 막 관측 데이터들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있다.


자외선을 관찰하면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막 태어난 아기별 근처에는 성간 먼지.성운.가스가 많다. 별에서 나오는 빛은 주변의 가스.먼지에 흡수됐다가 방출된다. 자외선이 먼지에 흡수된 뒤 가열되면, 먼지는 적외선을 방출한다.


따라서 갤렉스의 자외선량을 알면 별에서 나오는 빛 에너지의 전체 방출량을 계산해 낼 수 있게 된다. 또한 자외선은 뜨거운 온도의 별에서, 적외선은 차가운 온도의 별에서 주로 나온다. 이번에 발사되는 적외선 망원경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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