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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장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0건 조회 893회 작성일 01-03-1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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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지진의 과학
『지진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땅속에 축적된 에너지가
암반이 급격히 어긋나면서 방출되어 대지의 진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규모가 워낙 엄청나기 때문에 지진을 과학적으로 쉽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PART 1에서는 지진이일어나는 원인과 그 종류, 지진파와 지진 규모 (매그니튜드) 등 지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간추린 다음,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지진이 일어날 때의 상황과 그 대비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본다.』

1. 지구는 ‘판’이라는 10여 장의 거대한 바위 덩어리로 덮여 있고,
판의 경계 부분에서 지진이 다발한다
지구는 ‘판(plate)’이라는 10여 장의 거대한 바위 덩어리로 덮여 있다. 각각의 판은
두께가 수십에서부터 200km까지 이른다.

태평양 등의 해저에는 ‘해령’이라는 부분이 있다. 여기는 판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지구 내부의 맨틀로부터 대류에 의하여 물질이 솟아 오른다. 지하에서 솟아 오른 고온의 물질이 식어 굳어지고, 판에 새로운 부분이 덧붙여진다. 판은 1년 동안 수 cm씩 이동하고 있다. 해저에는 또 ‘해구(trench)’라는 깊이 6000∼1만 m나 되는 곳이 있다. 해구는 판끼리 서로 충돌하는 곳으로, 판이 조금씩 지구 내부로 가라앉게 된다.
판끼리 경계를 이루는 부분에서는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이나 남북 아메리카 대륙의 서쪽 등, 태평양을 둘러싸는 것처럼 하여 지진 다발 지대가 분포하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4장의 판이 서로 접근하고 있는 부분에 위치한다. 그 때문에 일본의 주변에서는 매우 많은 지진이 일어나는 것이다.

2.지진에는 ‘해구형’과 ‘직하형’이 있다
지진에는 ‘해구형 지진’과 ‘직하형 지진’이라 불리는 두 유형이 있다. 해령에서 만들어져 해구에서 지구 내부로 침강해 들어가는 판은 충돌하게 된 다른 판의 끝부분을 함께 지구의 내부로 억지로 끌어들이려 한다. 끌려 들게 된 판은 원위치로 되돌아가려 한다. 판끼리의 마찰력보다도 원위치로 복귀하려는 힘 쪽이 크면 끌려 들게 된 판이 튀어 오르면서 원위치로 복귀한다. 그때 일어나는 지진이 해구형 지진이다.

해구형 지진은 매우 그 규모가 크고 또 흔들림이 넓은 범위에 미친다. 1923년에 일본 도쿄나 요코하마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힌 간토 대지진은 바로 이 유형의 지진이다.

판 위에 실려 있는 지각의 내부는 강한 곳도 있고 약한 곳도 있어 균일하지 않다. 판이 끌려 들어갈 때에 판 그 자체나 지각의 내부가 변형하여 부분적으로 부서지게 되는곳이 생긴다. 변형이 한계에 도달하면 이곳은 금이 가듯 실제로 부서져서 단층이 된다. 그 현상이 도시의 바로 밑에서 일어날 때가 ‘직하형 지진’이다.

이 현상은 과거에 생긴 단층에서 되풀이되는 경우도 있다. 반복하여 활동하고, 앞으로도 활동하리라고 여겨지는 단층은 ‘활성 단층’이라고 한다.

해구형에 비하면 직하형 지진은 지진의 규모 그 자체는 작다. 그러나 진원이 얕은 경우에는 도시에 큰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다. 1995년에 일어난 일본 한신 대지진(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고베 지진’이라고 한다)은 이 유형의 지진이다.

3. 연약한 지반에서 지진파는 증폭된다
지진이 일어나면 그 충격이 진원에서 방사상으로 전달된다. 지진파에는 ‘P파(세로파)’와 ‘S파(가로파[횡파])’ 2종류가 있다. P파는 파의 진행 방향으로 진동하고, S파는 진행 방향의 수직 방향으로 진동한다. P는 S파보다 2∼3배 정도 빨리 전달된다. 지진이 일어나 진동을 느낄 때, 보통은 처음 작게 흔들리고 그 다음에 크게 흔들린다. 최초의 진동을 으키는 것이 P파이고, 큰 진동을 일으키는 것이 S파이다. 그리고 P파와 S파의 전달속도의 차이로부터 관측 지점에서 진원까지의 거리를 추정할 수 있다.

진원에서 나온 파는 단단한 지반에서 연약한 지반으로 들어갔을 때, 진폭, 즉 지진의 동이 커진다. 일본 한신 아와지 대지진(고베 지진) 때 진도 7(일본 기준)을 기록했던 여러 지역은 바로 이 지진파의 증폭 때문이었다고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지반이 연약 할수록 진폭의 증폭율이 커진다. 그래서 지반이 연약한 곳에서는 건물의 도괴와 같은 피해가 많아진다. 진원으로부터 멀어도 지반이 연약한 쪽이 오히려 진동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4. 지진 규모(매그니튜드)와 진도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에서 지진의 피해가 보도될 때는 반드시 ‘지진 규모(매그니튜드)’ 는 말이 사용된다. 지진 규모 또는 매그니튜드는 지진 그 자체의 크기를 나타내는 위로서 흔히 M으로 나타낸다. 한편 진도는 지표에서 어느 정도의 진동이 있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100W의 전구에서도 전구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밝기가 달라진다. 와트(W)는 전구 그 자체의 밝기 단위이며, 장소마다의 밝기는 럭스(lx)라는 단위로 나타낸다. 매그니튜드와 진도는 이러한 관계와 비슷하다.

진도는 일본 등과 같이 지진이 많은 지역에서 재해 대책 등을 위해 나라별로 따로 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과거에는 전문가들의 체감으로 결정해 왔지만, 한신 아와지 지진(고베 지진) 이후인 1996년 10월부터 진도계로 측정하게 되었다. 일본의 경우 도 5 이상에서는 ‘5 약’ ‘5 강’ ‘6 약’ ‘6 강’ ‘7’로 구분하고 있다. 고베의 지진 때는 아직 과거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진도 7의 진동이 발생했다. 진도 7이 되면 무거운 가구 등이 날아갈 정도로, 이 상황에서는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진 규모(M)는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의 진동폭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진동폭의 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상용로그가 사용된다. 즉 진동폭이 10배가 되면 M이 1만큼 지고, 100배가 되면 M은 2만큼 커진다. 지진 그 자체의 에너지는 M이 1만큼 커지면 32배, 2만큼 커지면 약 1000배나 커지게 된다. 1923년의 일본 간토 대지진은 M7.9, 1995년의 고베의 지진은 M 7.2였다. 간토 대지진 쪽이 10배 이상 에너지가 컸던 셈이다. 그리고 1703년의 겐로쿠 지진은 M 7.9∼8.2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도쿄에 피해를 입힌 지진 가운데 가장 에너지가 큰 것이었다. 지진 그 자체의 에너지는 작더라도 진원으로부터의 거리나 지반 등의 영향으로 지표에서의 진동이 커지고 가옥 도괴 등의 피해가 생기기도 한다.

5. 격렬한 진동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1995년 1월에 일어난 일본 효고현 남부의 지진에서는 지진 발생 직후 약 12초 동안
매우 격렬한 진동이 일어났는데, 이 짧은 시간에 많은 가옥이 쓰러졌다. 사람들은
이 커다란 진동 속에서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이 지진 후에 실시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진 중에 화재의 우려가 있는 것의 점검이나
처리를 한 사람은 8.5%, 책상이나 식탁 밑으로 몸을 숨긴 사람은 2.4%였다. 그에 대해
몸이 흔들리기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답한 사람은 39.5%나 되며, 답이
많았던 차례대로 열거하면, “이불을 뒤집어 썼다”가 28.0%, “자신의 몸을 지키기에
급급했다”가 20.5%였다. 지진이 일어나면 먼저 ‘화재의 우려가 있는 것의 점검 및
처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격렬한 진동 이 일어나면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처럼 행동의 자유가 박탈될 정도로 거대한 지진이 일어날 경우를 생각하면,
넘어질 우려가 있는 가구를 미리 고정시키는 등 평소의 대비책이 중요하다.

신속하게 피해 상황을 파악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이 일어나기 꼭 1년 전인 1994년 1월 17일 오전 4시 31분(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북서부에 있는 노스리지 부근을 진원으로 도시 직하형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8km, 지진 규모(M)는 6.7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소방국에 의하면, 이 지진에 의한 사망자는 61명(1994년 2월 18일 현재)
이었다. 일본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의 사망자·행방 불명자가 6482명(일본 소방청
2000년 1월 11일 발표)인 것과 비교하면 인적 피해가 아주 적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재해 상황의 파악이 신속했던 것을 들 수 있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의 보고가 총리 관저에 이르기까지 몇 시간이 걸렸는데 비해 노스
리지 지진의 경우 불과 15분 만에 클린턴 대통령에게 지진 발생의 제1보가 도착했다.

이 노스리지 지진 때 ‘큐브(CUBE)’라는 지진 상황 정보 서비스가 미국의 라디오나
텔레비전 등의 미디어, 소방이나 재해 대책 본부, 그리고 공공 사업을 하는 업체들에게
제공되었다.

CUBE는 Caltech/USGS Broadcast of Earthquakes의 약자로서, 1990년 지진의
정보를 방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미국 연방정부의 지질조사소
파사데나 지소에 의해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현재는 실시간으로 지진 및 지진동 분포의
정보를 제공하는 ‘트라이넷(TriNet)’으로 발전되어 있다.

PART2 도교 대지진-화재
『거대 지진이 대도시를 덮쳤을 때 최악의 피해를 가져다 주는 것은 화재이다. 가옥의 붕괴나 철도의 탈선, 고가도로 나 교량의 낙하 등과 같은 물리적인 피해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화재는 바람의 세기 등 기상 조건에 따라 피해의 규모가 전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1995년의 일본 한신 아와지 대지진(고베 지진)의 경우 마침 이른 아침 발생했고 더욱이 바람이 거의 불지않았다. 만약 사람들이 조리 기구나 난방 기구를 많이
쓰고 있는 시간대에 일어났다면, 훨씬 많은 화재가 일어났을 것이 분명하다. 또 고베에서는 가스 탱크나 공장등으로부터는 불이 나지 않았지만, 그것들이 폭발하면서 화염이 치솟을 가능성이 있었다. 도쿄에도 그 같은 위험한 장소는 많이 있다. 그리고 간토 대지진 때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화재 선풍’은 결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면 현재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것이다.
진도 7(일본 기준)의 지진이 오후 6시반 대도시 도쿄에서
발생한다면…….』

1. 최악의 사태에서는 불이 나는 곳이 3만이나 되고, 도쿄 전 도시의 약 20%가 소실한다

1995년 1월 17일, 일본 한신 아와지 대지진(고베 지진)은 오전 5시 46분에 일어났다.
그 시간대는 아직 많은 사람이 취침 중이었으며, 사람들이 활동을 개시하기 전이었다.
그래서 난방이나 조리 기구 등의 화기 기구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일 중에 고베시, 아시야시, 니시노미야시만 하더라로 215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최종 집계에 의하면 고베시에서만 합계 175건, 아시야, 니시노미야,
나아가 오사카부 등을 포함하여 지진에 의한 화재는 전체적으로 294건이 발생하고,
합계 7121동이 전소되었다. 0.66km2가 타서 없어졌다는 전후 최대의 화재가 된 것이다.

밤에 자고 있을 때 석유 난로 등 출화의 원인이 되는 난방 기구를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1월이라 한참 추울 때이므로 한낮이었다면 난방 기구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매우 많았을 것이 분명하다. 또 식사의 준비 등으로 조리 기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시간대였다면 사태는 전혀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저녁에서
밤까지의 시간대였다면, 음식점의 대부분이 영업을 하고 따라서 불을 사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시간대에 지진이 일어났다고 한다면, 훨씬 많은 수의 화재가 일어났을
것이다.

음식점의 대부분이 영업을 하고, 많은 가정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오후 6시
반경에 지진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화재에 의한 최악의 사태가 눈앞에 보인다. 최저로
잡아도 20배의 화재가 발생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지진 발생 당일에 고베,
아시야, 니시노미야의 세 도시만 하더라도 4300건의 화재가 나고, 최종적으로는
13.2km2의 지역이 소실되었을 것이다.

피해가 컸던 한신 지역(오사카와 고베 일대)과 도쿄를 비교하면, 도쿄는 다양한 면에서
규모가 매우 큰 도시이다. 인구에서는 약 9배, 음식점의 수는 6배 이상이다. 인구로
단순히 계산하면 약 3만 8500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약 118km2가 소실되며, 음식점의
수로 계산하면 약 2만 7000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약 83km2가 소실되고 만다는
계산이다. 118km2라면 도쿄 전체 면적의 약 18%에 해당된다.

2. 겨울 저녁 오후 6시, 거대 지진 발생과 동시에
여러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번져 나간다
일본 도쿄도에서는 어떤 특정한 직하형 지진을 가정했을 때, 어느 정도의 피해가 생길
것인가 하는 조사 결과를 1997년 발표했다. 그 피해 예상에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느 정도의 지역까지 번지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예상하고 있다. 여기 양쪽에 걸쳐
있는 화상은 그와 같은 도쿄도의 최신 피해 예상을 바탕으로 하여 거대 지진이 일어
났을 때 생길 수 있는 화재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진원은 도시 바로 밑이며, 겨울 저녁
오후 6시에 지진이 발생, 북북서로부터 매초 6m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조건 하에서
이루어진 가정이다. 시내에서만 627건, 교외의 다마 지구까지 합치면 총 824건의
화재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이 피해 예상에는 불이 나면 주민들이 초기 진화를 하는 것까지 감안되어 있다.
그리고 주민이 대응하지 못하는 화재는 소방 당국에 의하여 진화 활동이 이루어진다고
가정되어 있다. 그러나 극심한 진동 속에서 초기 진화란 어림도 없다. 또 도로에서는
소방차가 통행할 수 없어 소방 활동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여기서 보는 화상
보다 더욱 나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3. 고베에서의 사례를 바탕으로
도쿄에서 일어날 최악의 화재를 시뮬레이션한다
고베의 사례를 바탕으로 하여 생각해 볼 경우, 도쿄에 거대 지진이 발생할 때에는
어떠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인가? 42~43쪽에서 살펴본 것처럼, 단순히 계산하면 도쿄
에서는 3만 건 이상의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 또 도쿄도의 예상으로는 풍속이
매초 6m이지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여 풍속이 매초 20m 정도인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가정하여 시뮬레이션한 것이 여기 양쪽에 걸쳐 있는 그림이다. 화재 발생이 너무
많아서 소방 활동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데다 강풍을 받아 불과 연기가 땅위를
휩쓸면서 급속히 번져 나가게 될 것이다.

4. 대규모 화재 때에는 화염의 합류가 발생한다
거대 지진이 발생하고, 화재가 동시 빈발하여 대규모 화재로 발전해 버리면 소규모
화재 때와는 다른 현상을 볼 수 있다.
화재가 일어난 장소에서는 대기가 데워져서 상승 기류가 발생한다. 그에 따라서 화재
현장의 주위로부터는 공기가 흘러 들어온다. 대규모 화재의 경우, 상승 기류에 의하여
검댕 가루가 하늘 높이 올라가고 거기에 수증기가 응결하여 비가 내리는 일이 있다.
이것은 간토 대지진 때도 볼 수 있었던 현상이다.

대규모 화재 때에는 타오르고 있는 건물의 화염끼리 서로 합류하여 거대한 화염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 또 주택 등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가스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화염이 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밀도로 화재가 일어나면, 주위에서 흘러 들어온
공기 중의 산소는 화재의 가장자리 부근에서 거의 사용되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화재의 한가운데 부근에서 생긴 가연성의 가스는 산소와 반응하지
않은 채 상승한다. 그리고 산소가 있는 곳까지 상승한 시점에서 산소와 반응하여
타오르게 된다. 그래서 대규모 화재 때에는 통상보다도 매우 화염이 높아지는 일이 있다.

화염이 합류하여 커지면 주위에 미치는 복사열도 늘어나고, 타다 남은 주택 등에서는
가연성의 가스가 나온다. 그 가연성 가스에 의하면 화재가 더욱 커지게 된다. 그것이
더욱 가연성 가스의 발생을 촉진시키고, 화재를 눈덩이처럼 크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된다. 이처럼 화재는 커질수록 걷잡을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화재는 그야말로
폭주하기 쉬운 성질을 갖게 된다.

5. 일본 간토 대지진 때 대피소였던 피복창 자리에서
3만 8000명의 인명을 앗아간 화재 선풍
1923년의 간토 대지진 때 혼조라는 지역에 있던 겨우 10만 m2 정도 면적의 피복창
자리에서만 약 3만 8000명이나 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이것은 대규모 화재에 의하여
발생한 ‘화재 선풍(회오리바람)’이 하나의 요인이었다고 여겨지고 있다. 화재 선풍이란
대규모 화재 때 종종 발생하는, 화염과 불티를 내포한 용오름과 같은 것이다.

당시 지진은 오전 11시 58분경에 발생했다. 그 직후부터 혼조 주변의 사람들은 피복창이
있던 공터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계속하여 대피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기만 하였고,
오후 4시경에는 그 수가 약 4만 명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피복창 자리에 대피해 있을
때, 지진 직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화재는 피복창 자리를 향해 북쪽, 남쪽, 동쪽의
3방향으로부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거기서 화재 선풍이 일어난 것은 오후 4시경의
일이었다. 그 무렵에는 화재가 피복창 자리의 3면을 ㄷ자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서쪽에도 북쪽에서 다가온 불이 옮겨 붙으려 하고 있던 때였다.

일본기상협회 야마시타 고문은 피복창 자리에서 화재 선풍이 일어난 요인의 가능성으로
①ㄷ자 모양으로 화재가 일어난 것, ②상당히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고 생각되는 것,
③아주 가까이에 스미다 강이 있었다는 것, 이들 셋을 지적하고 있다. “ㄷ자 모양의
건물 등에 특정 방향으로부터 바람이 불어 오면, 소용돌이가 발생하기 아주 쉬워진다.
화재가 ㄷ자 모양으로 발생해 있으면, 그것에 의해 생긴 상승 기류가 마찬가지의
작용을 하는 일이 있다. 소용돌이가 발생하려면 상승 기류를 이겨 내지 못할 정도의
적당한 속도의 바람이 필요하다. 또 강 위와 육지 사이에는 가로 방향의 바람에 강약이
있는데, 그 강약이 소용돌이의 발달을 촉진시켰을 가능성이 있다.”(야먀시타 고문)
그리고 그 소용돌이가 화재 선풍으로 발달한 것이다.

간토 대지진 때의 화재 선풍은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았던 작은 것도 포함하여 100개
이상이 도쿄나 요코하마에서 발달하였다고 한다. 화재 선풍의 발생이나 이동의 방식은
분명하게 규명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목조 건물이 밀집해 화재가 대규모화하면
언제나 화재 선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6. 최악의 사태 ㅡ 화재 선풍이 다수 출현
화재 선풍이 어디서 일어나느냐에 대해서는 지금의 연구 수준으로는 아직 해명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도쿄도의 피해 예상에서는 화재 선풍에 의한 피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실례로 화재 선풍이 일어나면 화재에 의한 피해가 비약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도쿄도 등에서는 대피 장소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 등도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화재 선풍은 고려되어 있지 않다. 화재 선풍을 고려하면 안전한 대피 장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규모 화재 때에는 언제나 화재 선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쟁 중의 공습 때도
각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또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 고베시 안에서도 소방관이
작은 선풍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다.
화재 선풍은 단순한 용오름과는 달리 화염이나 불티, 연기, 유독 가스 등이 포함되어
있어 매우 위험하다. 화재 선풍에 말려 들면 가옥 등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여 버린다.
화재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대규모의 화재 선풍이 많이 발생할 때는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7. 대규모 화재에서는 언제나 화재 선풍이 일어날 수 있다.
대피 장소도 안전하지 않다.
화재 선풍은 매우 무서운 것이다. 화재 선풍은 어떻게 발생하여 이동해 가는가? 그것에
대하여 분명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한다고 생각되고 있다.

화재 때에는 상승 기류가 일어난다. 그때에 바람이 불고 있으면, 옆에서 불어 오는
바람과 상승 기류가 충돌하여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 상승 기류는 옆 바람에 의하여
기우는데, 동시에 상승 기류의 단면은 말의 발굽처럼 U자 모양이 된다. U자 모양의
우묵한 곳으로 옆에서 불어 온 바람이 돌아서 들어간다. 돌아서 들어가는 바람은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고, 강해졌다 약해졌다 한다.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화재로 생긴
상승 기류와 비교하여 온도가 낮으므로 그 찬 공기의 흐름이 상승 기류의 일부를
절단하는 작용을 한다. 절단된 부분이 소용돌이를 치고, 그것이 화염을 휘감으면서
이동해 나가 화재 선풍이 되는 것이다. 이동해 가는 곳에 타기 쉬운 것이 있으면 선풍의
이동에 따라 화재가 확대된다.

“상승 기류와 옆 바람과의 상호 작용에 의하여 소용돌이가 생기기 쉽다는 것은 알고
있다. 또 지상의 건물 형태나 화재가 U자 모양을 이루면 바람이 돌아서 들어가
소용돌이가 쉽게 생긴다. 동시 다발적인 화재의 경우에는 작은 소용돌이가 많이
생기는데, 그때에 소용돌이끼리 합쳐져 더욱 강한 화재 선풍이 일어난다. 대규모
화재 때는 소용돌이가 생기는 빈도가 높아지고, 소용돌이끼리 상호 작용에 의해
큰 화재 선풍이 생기는 빈도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야마시타 고문)

그러나 강한 선풍이 발생하더라도 주위에 타기 어려운 내화 건물이나 수목 등이 있으면
약해진다고 한다. 반대로 타기 쉬운 것이 있으면 선풍의 활동이 강해진다. 대피 장소에
타기 쉬운 것이 많으면 주위에서 발생한 선풍이 대피 장소 안으로 이동하여 피해를 증대
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가연 물질이 있는 대피 장소는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다.

PART3 흉기로 돌변하는 도시
『철도나 고속 도로, 지하 상가 등 도시의 시설은 사람들의 쾌적한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그러나 일단 거대 지진이 발생하면, 그것들은 인간의 생명에 위협을줄 수 있는 흉기로 바뀐다. 일본의 한신 아와이 대지진(고베 지진)에서는 철도의 탈선이나 고속 도로의 붕괴, 지하철 천장의 함락 등 다양한 피해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특히 한신 고속 도로의 고가가 635m에 걸쳐 옆으로 쓰러진 모습은 안전성을 믿고 있던 일본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도쿄는 고베보다 훨씬 거대한 도시이다. 철도나 도로는 그물처럼 얽혀 있으며 매일같이 몇 백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고베에서는 지진의 발생 시간이 이른 아침이었던 탓인지 철도 사고에 의한 사망자는 없었다. 그러나 도쿄에서 아침 8시 러시 아워에 거대 지진이 일어난다면 철도의 승객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똑같은 사고가 고속 도로나 지하철 등에도 일어날 수 있다. 대도시에서 지진이 일어날 경우의 위험성을도쿄를 모델로 살펴본다.』

◎철도의 탈선

1. 고베에서는 13개 열차 중 9개 탈선,
도쿄에서는 최악의 경우 300개 열차 중 200개 탈선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 한신 지역(오사카와 고베 일대)을 운행 중이던 열차 가운데
16개(정지 중이었던 2개 열차 포함)가 탈선하여 승객 50명, 철도 종사원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고베만 하더라도 여러 노선에서 운행 중이던 13개 열차 가운데 9개 열차가
탈선했다. 이 구간에서는 70% 가까운 열차가 탈선한 셈이다.
탈선한 열차는 모두 진도 7(일본 기준)의 지역이나 그 부근을 운행하고 있었다.
지진의 진동에 의해 차바퀴가 떠오르는 등의 이유로 탈선이 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진도 7이라는 엄청난 진동이 일어나자 무거운 중량의 열차마저도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철로를 지탱하는 교량에도 막대가 피해가 생겼다. 여러 노선에 산재해 있던 많은
교량들 가운데 32개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내려앉지는 않더라도 손상을 입은 고가
철로도 많았다. 신오사카역에서 출발하는 하카타행 신칸센 열차는 지진 발생 14분 후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신오사카역에서 고가가 무너진 곳까지는 불과 수분의 거리였으며,
속도는 최고 시속인 220km에 도달해 있었을 것이다.

“만일 한신 아와지 대지진이 오전 8시에 일어났다면, 한신 지역 철도의 승객만 하더
라도 최악의 경우 1100명 가량 사망하고 사상자는 약 1만 명에 이르렀을 것이다.”
일본 교토 대학 방재연구소의 가와다 요시아키 교수의 말이다.

가와다 교수는 과거 30년간의 철도 사고를 분석하고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신칸센 열차의 피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만약 예컨대
만원의 신칸센 열차가 다리가 내려앉는 곳에 돌입한다면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도쿄에서 러시 아워 때 거대 지진 일어날 경우 어떻게 될까?
예상되는 철도 사고는 탈선이나 다리가 내려앉는 것만이 아니다. 다리가 내려앉은
곳이나 쓰러진 역 시설에 열차가 돌진하거나, 탈선해 있는 열차에 다른 열차가 달려와
충돌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가와다 교수는 러시 아워 때는 이런 현상 때문에 철도
사고의 발생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침의 러시 아워 때 도쿄 시내에는 적어도 약 300개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70%라는
고베의 탈선율로 단순히 계산해 보면 최악의 경우 200개 이상의 열차가 탈선한다는
답이 나온다.

◎철도의 위험성

2. 평일 아침 러시 아워에 철도 노선의 위험성이 가장 높아진다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평일 아침 8시이다. 수없이 많은 열차가
운행하고 있으며, 도쿄 시내만 하더라도 약 206만 명이 승차해 있다. 혼잡율도 아침
8시부터 9시 사이가 가장 높아 심한 경우에는 정원의 244%에 이르는 승객이 몰려
들기도 한다.

철도 회사는 각각 러시 아워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열차의 운행 간격을 단축해 왔다.
그래서 일부 역에서는 운행 간격이 최단 1분 22초까지 줄여져 있다. 이 때문에 철도
에서 가장 인명의 피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평일 8시의 러시 아워라고 생각되고
있다. 이것은 1999년 3월 도쿄 소방청의 화재예방심의회가 펴낸 ‘지진 발생시의 인명
위험 요인의 규명과 대책’에 따른 것이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평일 아침 8시 도쿄 도내에서 진동 6강 수준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철도 피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평일 12시에 발생할 경우의 약 7.8배, 평일 18시의
약 2.4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철도에 피해를 입히는 요인의 하나는 지반 때문이다. 지진의 진동이 가장 심해지는
것은 ‘충적층’에서이다. 충적층은 자갈이나 모래, 진흙이 퇴적하여 약 1만 8000년 전
이후에 형성된 새로운 지층이다. 이 지층에서는 두꺼워질수록 지진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기 쉽다. 도쿄 시내의 지층 가운데 다수가 충적층이며 철도 노선의 일부도
그 위를 통과하고 있다.
화재의 위험도가 높은 것은 난방 기구 등의 사용이 많은 겨울 저녁이었다. 그러나 철도
사고의 경우, 평일의 러시 아워에 가장 높아진다.

◎도시 고속 도로의 고가

3. 고베에서는 고가 도로 25km에서 25군데 손괴,
도쿄에서는 최악의 경우 약 140km에서 140군데가 손괴
철도와 더불어 도쿄의 운송을 분담하고 있는 것이 도시 고속 도로이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 한신 고속 도로 고베선의 고가가 635m에 걸쳐 옆으로 쓰러졌다. 철근
콘크리트로 된 교각 18개가 진도 7(일본 기준)의 진동으로 뿌러져 버렸기 때문이다.
고베선은 1965년에 건설된 고속 도로이다. 그래서 뿌러진 교각은 이전의 설계 기준에
따라 세워져 그 내부의 철근이 현재의 기준보다 많지 않았다.

지진 발생 후 도로는 진화나 구조 활동, 물자 보급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 지진 다음날 통행 가능했던 도로는 국도 2호선 하나뿐이었다. 고속
도로(총연장 424.3km)가 무너져 내리거나 옆으로 쓰러진 곳은 무려 25군데나 되었다.
진도 7의 지역에는 18.8km의 고속 도로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19군데가 손괴되었다.
1km에 1군데의 비율로 손괴가 생긴 것이다.
도쿄의 도시 고속 도로는 약 80%가 고가로 되어 있다. 도내의 고속 도로 총연장
약 170km 가운데 약 140km가 고가이다. 고베와 같은 비율로 손괴가 일어난다고
가정하고 간단히 계산하면 약 140군데가 손괴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고가 도로의 건축·설계 기준은 여러 차례 대지진을 겪으면서 엄격해졌다. 1964년에
일어난 니가타 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1971년에 교각의 내진 설계 기준이 규정되고
액상화 현상의 판정 방법도 명문화되었다. 그리고 1980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진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근의 수를 늘리거나 교각의 지름을 굵게 하거나 하는 등
내진 강화책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80년 내진 강화책 이전에 개통된 노선에 철근
콘크리트로 된 교각이 아직 5000개나 남아 있다고 한다.


◎도시 고속 도로의 위험성

4. 고속 주행 중에 속출하는 위험한 상황
한신 아와지 대지진이 발생 때 자동차 주행 대수는 아침 5시라는 시간대여서 많지는
않았다. 도쿄 시내의 자동차 주행 대수는 아침 8시와 저녁 6시에 최대가 되어 각각
약 5만 4000대에 이른다.

도시 고속 도로에서는 교통량이 가장 많을 경우 시간당 약 7570대가 통과하는 구역도
있다. 이 가운데는 버스나 화물차 등의 대형 자동차도 34%에 이른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이 일어난 뒤 도쿄의 도시 고속 도로 당국은 내진 보강 공사를 해야
할 교각을 선정하고 1995년부터 3년간에 걸쳐 약 7200개의 교각을 보강했다. 그러나
1997년에 나온 보고서에 의하면, 대규모 지진이 발행할 경우 도시 고속 도로의 불통
구간은 20군데나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보고서에서는 교각의 내진 보강 공사는 고속 도로가 내려앉거나 옆으로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뿐, 이 밖에도 도로가 어긋나거나 교각이 이동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할 확률도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동차가 이런 곳을 고속 주행할 경우
사고는 피할 수가 없다. 균열 때문에 자동차가 넘어지면 뒤따라 오는 차들이 차례로
충돌하는 것과 같은 참사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주행 중에 진도 7(일본 기준)의 지진을 만나게 되면 교각의 도괴만이 아니라
추돌이나 차선 이탈, 커브 돌기 부자유, 측벽 충돌 등의 위험한 상황이 속출될 것이다.
고베시는 단단한 지반(홍적층) 위에 두께 5∼30m의 충적층이 겹친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지진 때 쓰러진 고베선 고속 도로도 충적층 위에 건설되어 있었다. 도쿄에서도
철도 노선과 마찬가지로 고속 도로의 일부는 충적층 위를 통과하고 있다.

◎건물의 붕괴

5. 고베에서는 사망자·행방 불명자의 74.4%가 건물의 붕괴 때문이었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에서는 10만 동의 가옥이 완전히 붕괴했다. 그 가운데 지진 발생
후 순식간에 붕괴한 가옥만 하더라도 30%, 약 3만 동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도쿄
소방청의 화재예방심의회에서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때 약 16만 4000명이 건물
아래 깔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사망자·행방 불명자 6435명 가운데 건물에 깔린
것이 원인이 된 사람은 74.4%로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98년 도쿄도 도시계획국에서 작성한 ‘지진에 관한 지역 위험도 측정 조사 보고서
제4회’에는 건물의 붕괴 위험이 높은 지역을 구별로 집계하고 있다. 이들 위험이 높은
지역은 1970년에 세워진 낡은 목조 주택이 두드러지게 많은 지역이다. 그리고 지반이
충적층으로 되어 있는 것도 위험성이 높아진 원인의 하나이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도 목조 주택의 붕괴에 의한 압사자가 매우 많았다.

1923년의 일본 간토 대지진 때는 가나가와현의 요코하마시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
요코하마의 사상자는 무려 인구의 90% 이상이나 되었다. 가나가와현에서도 지진의
피해 예상을 발표하고 있다. 1999년 3월에 나온 이 보고서에 의하면, 간토 남부 지방에
지진(M 7.9, 진원지는 사가미 해구)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커질 곳은 요코하마시와
가와사키시로 예상하고 있다. 요코하마에서는 5만 1000동, 가와사키에서는
2만 3000동의 목조 가옥이 각각 대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건물의 붕괴에 의한 사망자는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 시간대에 많아진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주택의 붕괴로 인한 인적 피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신 아와지 대지진은
최악의 시간대에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의 상황이 앞으로 도쿄의 거대
지진에서도 일어날지 모른다.

◎낙하물의 위험성

6. 낡은 건물에서 창유리나 타일, 간판 등이 떨어진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에서는 피해가 적었지만, 도쿄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경우 우려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옥외에서의 낙하물에 의한 인적 피해이다.
낙하물은 창의 유리나 타일 등처럼 깨어져 날아가는 것과, 간판이나 수조, 에어컨 등과
같이 그대로 떨어지는 것으로 분류된다. 3층 높이 이상의 건물 가운데 오래 된 건물
일수록 낙하물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도쿄 소방청의 화재예방심의회는 지진이 일어날 경우 낙하물과 전도물에 의한 인명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1999년 3월의 이 보고서에 의하면,
옥내의 낙하물·전도물의 위험성이 높은 시간대는 많은 사람이 집에 있는 심야이다.
반대로 옥외에서는 낮 동안의 시간대가 높고, 야간은 매우 낮아진다. 특히 철근
콘크리트 등의 건물 주변에 인구가 많아지는 평일의 주간은 위험성이 높아진다.

전봇대에는 큰 변압기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는 이
변압기가 떨어진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압기는 차량이 전봇대와
충돌해도 떨어지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 많은 전봇대가
넘어졌다. 예컨대 전봇대가 사람이나 자동차 등을 직격하면 피해는 불가피하다.

◎초고층 빌딩의 진동

7. 지진이 일어나면 초고층 빌딩도 크게 흔들린다
일본 최초의 초고층 빌딩은 1968년에 완공된 가스미가세키 빌딩(높이 147m, 36층)
이다. 일반적으로 높이 100m 이상의 빌딩을 초고층 빌딩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법규상
규정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은 일본의 초고층 빌딩이 체험한
최초의 지진이었다.
고베시에도 초고층 빌딩이 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아시야시에서는 피해가
생겼다. 아시야의 매립지에는 14층으로부터 29층까지의 고층 아파트 52동이 늘어서
있다. 이들 가운데 강철제의 기둥이 수평으로 파단된 것이 발견된 것이다. 이것은
철골이 파단된 일본 최초의 사례였다.

초고층 빌딩은 철골 등의 유연성에 의해 진동을 흡수하고 파괴를 막는 ‘유연 구조’로
되어 있다. 강풍이 불어도 대나무가 휘어질 뿐 쓰러지지 않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다.
이런 의미에서 철골은 건물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진동이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초)을 ‘주기’라 한다. 건물에는 각각 ‘고유 주기’가
있다. 일반적으로 단단하게 세워진 건물, 낮은 건물일수록 주기가 짧아지고, 유연한
건물, 높은 건물일수록 주기가 길어진다. 건물의 층수에 0.1을 곱하면 대개 그 주기가
구해진다. 따라서 초고층 빌딩의 주기는 일반 빌딩보다 길어 50층 정도면 5초가 된다.

건물의 주기와 지진으로 인한 진동의 주기가 일치하면, 그 진동이 증폭되어 서서히
커진다. 이 현상을 ‘공진’이라 한다. 1985년 멕시코의 지진(M 8.1)에서는 공진에 의해
10∼15층의 건물이 차례로 쓰러졌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대지진의 경우는 주기가
대부분 1초 이하이다. 주기가 긴 건물은 짧은 주기의 지진에서는 잘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초고층 빌딩은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광둥 대지진에서는 진동의 주기가 8초에 이르렀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만일 초고층 빌딩의 고유 주기와 일치하는 지진이 발생한다면 공진에 의해 진동의 폭이
차츰 커지고, 건물 내부의 사람이나 가구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음식점의
대형 냉장고와 같은 무거운 물체에 사람이 끼이는 것과 같은 사고가 생길지도 모른다.

◎지하 상가의 위험성

8. 지하 상가에서는 공포 분위기가 재해를 일으킬지 모른다
땅속에서는 지표에 비해 지진의 진동이 상당히 작아진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지하
상가는 지면 가까이 비교적 얕은 부분에 확대되고 있다. 한신 아와이 대지진 때
고베시의 중심가에 있는 지하 상가도 진도 7(일본 기준)이 되었다. 고베에는 이 밖에도
지하 상가가 있지만 모두 쇼케이스가 쓰러지거나 유리가 깨지거나 진열장의 상품이
흐트러지는 등의 비교적 가벼운 피해로 끝났다. 구조를 받쳐 주는 기둥 등에는 전혀
피해가 없었다.

한편 도쿄도에는 지하 상가가 13개소에 이른다. 이들의 바닥 면적을 합치면 모두 22만
6000m2, 점포 수는 823개가 된다. 이 밖에도 역이나 건물의 지하층, 지하 통로
(지하도), 지하 주차장 등이 있다. 거대한 지하 공간이 존재하는 셈이다.
도쿄 소방청 화재예방심의회에서 발표한 1999년 3월의 보고서에서는 지하 상가의
인구가 최대가 되는 것은 낮 12시로 보고 있다. 이 시간에 시내 각지의 지하 상가에
있는 인구를 합산하면 약 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진도 6 강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부상자는 100명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 상가에서는 갑자기 공포 분위기가 엄습하여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출구로
쇄도하면 사망자나 부상자가 많아질 수 있다. 위에서 인용한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점이
지적되고 있다.

◎지하철의 위험성

9.지하철에서는 지반의 경계 부분이 큰 피해를 입는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에서는 지하철도 큰 피해를 입었다. 고베시에는 시영 지하철 외에
도심지에서는 일반 철도의 노선에도 지하 구간이 있다.
지진으로 벽의 콘크리트가 떨어지거나 평행하는 노선 사이에서 천정을 지지하는 중간
기둥이 파괴되는 등의 피해가 다수 생겼다. 시영 지하철의 경우 기둥의 13%가 피해를
입었다. 지진에 의한 지하철 피해는 일본의 경우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도쿄도의 지하철은 12개 노선에 역의 수가 235개, 연간 승객 수는 26억 4000만 명이나
된다. 하루에 평균 약 720만 명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고베의
경우 시영 지하철의 역은 16개, 연간 승객 수는 1억 1000만 명으로, 하루에 평균
약 28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하철은 아직 운행 전이었으므로 인적 피해는
없었다. 도쿄의 경우 지하철이 가장 혼잡한 시간은 아침의 러시 아워(7시∼10시)이다.
혼잡율은 정원의 약 1.5배∼2.1배에 이른다. 그리고 러시 아워의 운행 간격은 최단
1분 56초까지 단축되어, 1시간에 무려 4만 2000명이 통과하는 구간도 있다.

고베의 지하철에서 피해가 컸던 역은 연약한 지반과 단단한 지반이 걸쳐지는 곳이었다.
이 때문에 두 지반의 경계 부분에서 변형이 증가하여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고베의 지하철에서는 떨어진 콘크리트로 선로가 메워진 구간이나 선로 가운데의
기둥이 파괴되면서 천장이 내려앉은 역도 있었다. 예컨대 러시 아워에 이러한 경우가
생기고 거기를 열차가 통과하고 있다면 탈선하거나 차체가 손상될 것이다. 그러면 인적
피해는 불가피하다.

◎액상화의 위험성

10. 해안에는 액상화의 위험 구역이 집중되어 있다
한신 아와이 대지진에서는 고베항에 있는 인공섬 ‘포트 아일랜드’와 ‘롯코 아일랜드’
에서 세계 최대 규모라는 액상화 현상이 발생했다.
액상화 현상은 지하의 수위가 높고 수분을 많이 함유하여 포화 상태가 된 사력층에서
일어난다. 포화란 더 이상 물을 함유하지 못할 정도로 물이 지층에 스며들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거기에 지진의 진동이 전달되면, 모래가 물에 뜬 상태가 되어 지반이 액체처럼
유동적인 상태가 된다. 이것이 액상화 현상이다. 수압이 상승하면, 흙탕물이 지표에
분출하는 ‘분사’라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액상화가 된 지반은 건물을 지지하는 힘을 잃거나 경사지에서는 낮은 곳으로 흘러 내려
구조물에 피해를 입힌다. 포트 아일랜드에서는 분사에 의해 부두나 외곽 도로가
진흙탕이 되고, 지반이 20∼50cm이나 내려앉았다. 롯코 아일랜드에서는 해안선이
3m나 바다쪽으로 이동하고, 하물을 부리는 크레인의 다리가 부러지는 등의 피해가 일어
났다. 아시야시에서는 액상화 현상으로 목조 가옥들이 기우는 피해도 생겼다.
앞서 인용한 ‘지진에 관한 지역별 위험도 측정 조사 보고서 제4회’에 의하면 도쿄에서
액상화의 위험이 높은 지역은 해안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매립지는 거의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매립지는 모래 등에 의해 조성되고, 완성된 뒤 20∼30년밖에 되지 않아 지반이 느슨한
상태에 있다. 더욱이 바닷가이기 때문에 지하의 수위가 높고, 대개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있다. 이 때문에 액상화 현상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항구는 해운으로 물류를 유지하고, 방파제는 파도를 침수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 고베항의 기능은 전면적으로 정지되고 말았다. 도쿄에서는
방파제의 파괴로 해안 0m 지대에 침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가옥이 침수하거나, 도로가 두절될 것이다.

PART4 우리나라의 지진
『지금까지 주로 지진 다발 지역인 일본을 중심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자칫 지진이 남의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의 안전 지대가 아니다. 다만 비교적 그 횟수가 적고 규모가 작아서 일반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것뿐이다. 그러나 다음의 글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지진의 위력에 전전긍긍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지진으로 용상이 흔들렸는가 하면, 임금이 세자에게 양위할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도 크고 작은 지진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 다음에 수록하는 글은 이기화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의 역사를 개관하고, 그 가운데 대표적인 지진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다음, 우리의 지진 대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기술한 것이다. 이글을 읽고있는 독자들은 이 글을 통해 많은 의문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우리나라의 지형과 지질 환경
1. 우리나라에도 해마다 20∼30회의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 자연 재해 중 그 파괴의 규모나 격렬함에 있어서 지진은 다른 재해의 추종을
불허한다. 예로서 1556년 1월 23일 중국 산시성에서 발생한 지진은 83만 명의 인명을
앗아 갔다. 아마 핵전쟁이 아니고는 일시에 이렇게 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 외에도 1737년 인도 켈커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30만 명,
1908년 이탈리아 메시나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2만 명, 1920년 중국 간쑤성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8만 명, 1923년 일본 간토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4만 3천 명이
사망했다. 최근의 1976년 중국 탕산 지진은 65만 명의 인명을 앗아 갔고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78만 명에 이르리라고 추측하고 있다.

최근에도 1975년 일본 고베 부근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지진으로 5천 명이 넘는
사망자와 7조 엔의 재산 피해를 가져 왔고 1999년에는 타이완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하여 2천 명이 넘는 사망자, 많은 건물과 사회 기간 시설이 파괴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지진 발생 횟수가 연 20∼30회에 이르는 등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지진 재해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1996년 12월
13일 영월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지진은 지난 1978년 10월 7일 홍성에서 발생한 규모
5.2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진으로 진앙지 근처에 상당한 피해를 주었다.

우리나라의 지진 활동은 지진대에 속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낮은 편이나, 과거에
일어난 한반도의 지진 기록을 분석할 때 매우 활발한 지진 활동 기간이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요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0년 이후 국가 경제의 급속한 발전에 수반하여 원자력 발전소,
대규모 댐, 주요 공업 단지, 고층 건물 등 주요 산업 시설이 급격히 증가하여, 만일
앞으로 이들이 위치한 지역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 재해는 가공할 정도로
커질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나라 지진 활동의 역사와 그에 대한 대책을 조명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2. 지진은 판의 경계 부분뿐 아니라 판 내부에서도 일어난다
지진은 지각의 일부가 응력을 받아 파쇄될 때 발생한다. 지각에 응력이 작용하면
지각의 일부가 변형되며 응력이 수십 년 또는 수백 년에 걸쳐 장기간 지속하면 변형이
점차 증대하여 결국 암석이 파쇄된다. 이때 변형된 지각에 국지적으로 축적되었던 탄성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파동 에너지로 바뀌어 진동이 사방으로 전파하는 현상이 지진
이다.

지진은 전세계적으로 고르게 발생하지 않고 특정 지역에 많이 발생한다.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남·북아메리카 서해안에서 알래스카, 캄챠카, 일본, 필리핀, 인도
네시아로 이어지는 환태평양대와 지중해에서 그리스, 터키, 히말라야, 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횡아시아대이다. 이 가운데 환태평양대의 지진 활동이 더 높으며, 전세계적으로 진원 깊이 70km 미만의 천발 지진에 의하여 방출되는 에너지의 75% 정도가 이 지진대에서 방출된다. 횡아시아대에서는 전세계 천발 지진 방출 에너지의 약 23%, 그리고 해저 산맥 등 그 외의 지역에서 나머지 2%가 방출된다. 한반도는 지진 활동이 낮은 2%의 지역에 포함된다. 진원깊이 70km 이상의 심발 지진의 경우는 환태평양에서 거의 전부가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발생한 지진들은 심발 지진들이다.

지진은 판의 경계 부분에서 많이 일어난다. 1995년 고베 지진은 태평양판이 유라시아
판 밑으로 침강하면서 발생했고, 1999년의 타이완 지진은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침강하면서 일어났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므로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위치한 일본에 비하여 지진·화산 활동이 훨씬 낮은 편이다.
그러나 판의 내부에서도 인접 판에 의한 거대한 응력이 전파하여 지각의 파쇄대나
약대, 즉 주로 단층 지역의 암석이 파쇄되며 지진들이 발생한다. 이와 같이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지진 활동을 판 내부 지진 활동이라 부른다.

유라시아판은 태평양판과 오스트레일리아-인도판과 인접하고 있으며 태평양판은 일본
해구에서 유라시아판 밑으로 비스듬히 침강함에 비하여 오스트레일리아-인도판은
유라시아판과 충돌하여 서로 밀어 올려 대규모의 히말라야 산맥을 생성하였다.
한반도나 중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오스트레일리아-인도판과 태평양판이 유라시아
판과 마주쳐 작용하는 막대한 응력이 주원인이 되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인도판이 태평양판에 비하여 한반도에서는 더 멀리 위치하지만,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침강함에 비하여, 오스트레일리아-인도판은 유라시아
판과 충돌하므로 실제로 한반도에 더 큰 응력을 작용하게 된다.

3. 우리나라의 지질은 북쪽보다 남쪽으로 올수록 젊어진다
오늘의 한반도의 대체적인 모양은 백악기 말 내지 고제3기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악기 말 이래 동해안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육화와 더불어 침식에 의하여 선캠브리아 이언(Eon)의 변성암류와 심성암의 저반을
노출시킨 침식 지형이 지배적이다.

제4기에 있었던 남북 방향을 축으로 한 경동(傾動; tilting)으로 인해 태백산맥과 낭림
산맥으로 이루어지는 척량 산맥이 만들어졌으며,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지형적
특색이 나타났다. 한반도의 지형은 추가령 열곡을 경계로 하여 북쪽과 남쪽은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는데, 이것은 지질 및 지체 구조와 깊은 관련성을 갖는다.
추가령 열곡의 북쪽은 낭림산맥에 거의 직교하는 함경산맥, 강남산맥, 적유령산맥,
묘향산맥, 언진산맥, 멸악산맥 등이 요동 방향으로 뻗고 있다. 낭림산맥의 동쪽에 발달
하는 함경산맥은 마천령산맥을 가로질러 있으며, 매우 험준한 고산 지대를 이루나,
서쪽에 발달하는 산맥들은 서쪽으로 갈수록 낮아져 점차로 없어진다. 백두산을 비롯
하여 2000m를 넘는 산봉은 마천령산맥과 함경산맥을 포함하는 개마고원 지역에 분포
한다.

추가령 열곡의 남쪽에 분포하는 태백산맥에서 서남쪽으로 뻗은 차령산맥, 소백산맥,
노령산맥 등은 중국 방향의 구조선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이들은 옥천대의 방향과
일치한다. 척량 산맥인 태백산맥은 추가령 열곡의 남쪽에서 동해안에 치우쳐 있어서,
낭림산맥 동쪽 지형과는 현저한 차이를 나타낸다. 그 서쪽에는 1200m를 넘는 산이
그리 많지 않다. 융기 지형의 특징을 보여 주는 동해안선은 직선의 모양을 이루고, 태백
산맥과 함께 ‘한국 방향’의 특성을 나타낸다. 이에 반하여 서해안과 남해안선은 굴곡이
심하고, 서해안은 4000년 전 이후 2700년 동안 해마다 1.4mm씩 침강했다. 백악기의
경상 누층군과 불국사 화강암이 분포하는 영남 지역은 앞에서와 같은 산계의 방향성은
나타나지 않으며, 비교적 낮은 편이나, 험준한 지형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NS 내지 NNE 방향의 대단층이 발달하고 있어서, 그와 관련된 소규모의 산계와 단층
곡이 현저하다. 이 방향은 ‘한국 방향’이라고 불리며, 추가령 열곡 남쪽의 동해안선
(이를 ‘한국호’라고 한다)과 일치한다. 이는 제3기 중엽부터 형성되었을 것으로 믿어
지는 동해의 형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추가령 지구대로 알려져 온 구조대는 3∼4개의 대단층계에 의하여 형성된 것으로서,
한탄강은 이들 열선 사이에 발달하는 작은 산계를 관통한다. 광주산맥과 마식령산맥은
추가령 열곡 양측에 발달하는 산계로서, NNE-SSW의 방향성을 갖는다. 한반도에서의
산계의 방향성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구조선의 방향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한국의 지질은 선캠브리아 이언의 지층에서 신생대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
한다. 이들 중 한반도의 기반을 이루는 선캠브리아 이언의 변성암류와 고생대 및
중생대의 심성암류는 여러 번에 걸친 지각 변동과 백악기 이후에 일어난 융기와 삭박
작용에 의하여 크게 노출되어서, 분포 면적에 있어서 우리나라 지질의 반 이상을 차지
한다.

지형적 특색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질에 있어서도 추가령 열곡을 경계로 하여 남과 북이
현저한 차이를 나타낸다. 북쪽에는 선캠브리아 이언의 변성암류와 고생대 지층이 우세
하게 분포하고 있는데 반하여, 남쪽에는 중생대 지층도 함께 넓게 분포한다. 지질
구조에 있어서도 북쪽에는 트라이아스기 말의 송림 변동에 의하여 형성된 요동 방향이
지배적인데 반하여, 남쪽에는 쥐라기 말의 대보 조산 운동의 산물인 중국 방향이
우위를 차지한다.

특히 중생대 화강암류의 저반이 북쪽에는 무질서하게 산재하는데 반하여, 남쪽에서는
중국 방향의 옥천대에 나란하게 큰 규모의 저반을 이룬다. 중생대층의 넓은 분포지는
한반도의 동남쪽 끝인 영남 지방과 남해안 지역에 있다. 따라서 선캠브리아 이언의
변성암류와 고생대층은 중국 대륙의 화북 지방의 것과 잘 대비되고, 백악기와 신생대
층은 일본 열도의 것과 대비된다. 제3기층은 동해안을 따라서 작은 조각으로 10여 곳에
분포하며, 서해안에서는 두 곳에서 발견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전체적으로
보아 한반도의 지질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갈수록 젊어지는 경향을 보여 주는 것과도
관련된다. 제4기의 화산암은 제주도, 울릉도, 백령도, 추가령 열곡, 길주-명천 지구대,
백두산 부근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의 지각 변동의 영향은 트라이아스기 말에서부터 시작하여 쥐라기 말에
걸친 송림 지변과 대보 조산 운동이 크게 작용하였다. 따라서 선대보 조산 운동의 지층
들은 크게 요곡되어 복잡한 지질 구조를 이루나, 후대보 조산 운동의 지층들은 단열
운동에 의하여 변형되었을 뿐, 습곡의 양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한국 지질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고생대 중엽 사일루리아기에서 하부 석탄기에 이르기
까지 대결층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서, 이 기간 중 범세계적으로는 격렬한 칼레도니아
조산 운동이 있었으나, 한반도에서는 조륙 운동만 있었다. 퇴적암층의 특징으로서는
석탄기와 페름기 사이를 경계로 하여, 그 이전은 대체로 해성층이나, 그 이후의 지층은
제3기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육성층이다.

한반도의 지체 구조는 추가령 열곡을 경계로 하여 남북이 현저한 차이를 나타낸다.
북쪽은 요동 방향에 지배되는 평남 분지, 두만 분지, 관모봉 육괴, 단천 습곡대, 낭림
육괴 등으로 되어 있고, 남쪽은 중국 방향에 지배되는 옥천대를 사이에 두고, 양측에
경기 육괴와 영남 육괴, 동남쪽의 등으로 되어 있다. 이들 중 낭림 육괴, 단천 습곡대,
경기 및 영남 육괴는 선캠브리아 이언의 변성암류와 고기 화강암류(대보 화강암과 그
이전의 고생대 및 중생대 화강암)로 구성되어 있다. 평남 분지와 옥천대에는 고생대 및
중생대의 퇴적암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평남 분지에는 원생대의 상원 누층군이
바탕을 이루고 있고, 옥천대에는 상원 누층군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반도의
동남쪽 끝에 위치하는 경상 분지는 백악기 지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남 일본의
지질과 유사하다.

한반도는 동북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어서, 중국 대륙 및 일본 도호(島弧; island arc)의
지체 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한반도의 대부분은 중국-한국 지괴에 속해 있고,
옥천우대는 중국의 양쯔 지괴와 연속된다. 한편 백악기 및 신제3기의 퇴적 분지(길주-
명천 지구대 및 칠보산 지루, 경상 분지, 연일 분지)는 러시아의 시호테-알린 산맥과
관련된 것으로 믿어진다. 제3기에 들어와서 형성되기 시작한 동해는 그 성인에 대한
논쟁이 많으나 동북 아시아 대륙에서 떨어져 나간 일본 도호와의 사이에 생성되었을
것이라는 학설이 유력하다.

4. 역사 기록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지진
과거의 지진 기록은 지진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전세계적으로 지진 자료는 크게 19세기 말 지진계가 발명되어 지진계에 기록된 계기
지진 자료와 그 이전의 역사 문헌에 기재된 역사 지진 자료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접한 중국 및 일본과 같이 수천 년의 매우 오래 된 역사 지진 기록을 갖고 있으며, 이
역사 지진 기록이 한반도의 지진 활동 분석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한반도와 같이
판 내부에 위치한 지역의 판 내부 지진 활동은 수천 년에서 수백 년에 이르는 긴 기간을
두고 지진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는 경향을 보이므로, 역사 지진 기록은 판 내부 지역의
지진 활동을 연구하는 데도 귀중한 자료이다.

한반도의 지진 자료는 일본 사람들에 의해 1905년 인천에 최초로 지진계가 설치되기
이전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 기재된 역사 지진 자료와 그 이후
지진계에 감지된 계기 지진 자료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지진 기록은 서기 2년(고구려 유리왕 21년)에 만주의 졸본 부근에서 발생한
기록부터 시작되어 1904년 3월 23일 서울에서 발생한 지진까지 1967회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지진 자료에 관한 최초의 분석은 일본 지진학자에 의하여 시도되었다. 그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증보문헌비고>, <승정원일기> 등을 조사
하여 서기 2년부터 1905년 2월 11일까지 1644회의 지진 기록을 발췌하였다. 이는
한반도 지진 활동의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 수집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감진 지역과 지진
피해 상황을 기록하였으나, 진앙을 결정하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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