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메이커, 소행성 안착…덤으로 얻은 우주정복 쾌거 > 행 성

12일 오후 3시7분(한국시간 13일 오전 5시7분) 이뤄진 소행성 탐사선 ‘지구 근접 소행성 랑데부(NEAR)-슈메이커’(이하 슈메이커)의 소행성 433-에로스 안착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쾌거라는 점 외에도 지난 99년 화성남극탐사선 착륙 실패 등으로 손상된 미 우주 탐사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이 탐사선을 발사,운영해온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 과학자들은 12일 오전 10시31분 탐사선에 로켓 점화 신호를 전송,에로스 표면으로 하강을 시도해 4시간 반 만에 에로스의 표면에 안착했다.

착륙지점은 ‘히메로스’로 명명된 움푹 파인 지역으로 이곳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2개 지질학적 구조의 접점이라는 사실 때문에 착륙지점으로 선택됐다.

‘안착’이라고는 하지만 별도의 착륙장치가 없는 슈메이커호가 하강속도를 줄이기 위해 엔진을 20초 가량 작동했기 때문에 ‘소프트 랜딩’이 아니라 ‘통제된 충돌(controlled crash)’이라는 표현이 걸맞는다.에로스의 표면은 바윗덩이로 척박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따라서 과학자들은 탐사선이 착륙시 바위로 뒤덮인 에로스 표면과 충돌하면서 십중팔구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하강 직전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측이 “탐사선이 완벽하게 착륙할 가능성은 1%도 안되기 때문에 소행성 상공 200m에 접근할 때까지 계속 사진촬영을 시도할 것”이라며 “슈메이커는 지금까지 16만여장의 사진을 보내오는 등 계획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으므로 착륙 성공은 임무완수 후의 ‘보너스로 실패를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여운을 남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슈메이커의 안착은 소행성에 관한 많은 지식제공과 함께 향후 10년 내에 혜성 착륙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유익한 성과이다.

에드 웨일러 NASA 수석연구원은 “슈메이커호의 안착으로 얻은 정보와 경험을 토대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탐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슈메이커를 받아들인 소행성 에로스는 길이 33㎞,지름 13㎞로 미국 뉴욕의 맨해튼섬만한 크기이며 지구보다 오래 전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껍데기에 싸인 땅콩처럼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간 모양이다.

중력이 희박해 지구에서 495㎏인 슈메이커호의 무게가 에로스에서는 0.5㎏ 정도에 불과하며 머리 높이에서 동전을 떨어뜨리면 바닥까지 5초 가량 걸린다.

이날 슈메이커가 착륙을 시도하면서 촬영한 사진들은 17분 동안 우주공간을 날아와 NASA 웹사이트(www.nasa.gov)를 통해 생중계됐다.

/윤재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