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고리-위성 타이탄 베일 벗기나 > 행 성

토성고리-위성 타이탄 베일 벗기나

[한겨레 2004-07-06 18:07]

사진#1

[한겨레] 궤도진입 성공한 토성탐사선 ‘카시니’
미국항공우주국(나사)과 유럽우주국(에사)이 보낸 토성탐사선 ‘카시니-호이겐스’가 80개월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지난 1일(한국 시각) 토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데 이어 토성의 신비한 영상을 잇달아 보내오고 있다.
이번 토성의 영상은 1979년 파이어니어 11호와 1980·81년 보이저 1·2호가 토성을 지나며 촬영한 것과 달리, 토성 궤도에 들어 근접 촬영한 것이어서 토성의 최대 수수께끼인 토성 고리와 위성 ‘타이탄’의 정체가 한꺼풀 더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12월25일 소형탐사선 호이겐스가 모체에서 분리돼 내년 1월14일 타이탄에 착륙함으로써 탐사는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 토성 고리는 얼음 먼지와 암석들
가장 큰 관심은 무엇보다 ‘토성 고리’다. ‘태양계의 보석’으로도 불리는 토성의 고리는 1610년 토성을 처음 발견한 갈릴레오가 1616년 이것을 토성의 ‘귀(손잡이)’라고 발표한 이후 오랜 동안 밤하늘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 고리가 과연 무엇인지는 근래에 와서야 알려졌다.

고리는 검은 띠 모양의 빈 공간인 ‘카시니 간극’으로 나뉘는 바깥쪽(A-고리)과 안쪽(B-고리)의 고리가 중심을 이루는데, 더 안쪽에선 다소 희미한 제3의 고리(C-고리)까지 지상에서 관측할 수 있다. 파이어니어와 보이저의 탐사 덕분에 고리는 현재 가장 안쪽에서 디(D)-고리, 바깥쪽으로 에프(F), 지(G), 이(E)-고리가 잇달아 발견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고리는 거의 순수한 물(H2O)의 얼음이 덮인 작은 입자들이나 암석들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리기원·나이등 비밀캐고
광화학 스모그로 가려진 타이탄 지질구조 밝혀낼듯
● 토성 고리는 어떻게 생성됐나
과학계는 아직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여러 가설들이 제기되는데, 대표적 학설은 토성의 위성들이 무언가 큰 충돌로 산산이 부서져 조각들이 고리를 이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성분이 얼음인 토성 고리는 다른 행성들의 고리 성분과 완전히 달라 이런 일반적 가설은 충분히 지지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토성의 고리가 한꺼번에 형성돼 그대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한편에선 새로 생겨나며 한편에선 소멸하는 ‘진행형’에 놓여 있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카시니-호이겐스는 토성 고리의 기원·나이와 함께 토성 고리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비결, 토성과 고리의 상호관계에 초점을 맞춰 탐사할 계획이다. ● 토성 고리의 규칙성, 또는 불규칙성

가까이 들여다본 토성 고리의 미세구조는 어떠할까. 카시니-호이겐스가 처음 보내온 고리의 영상들은 과학계를 흥분시켰다. 토성 고리의 미세구조는 독특하게도 일정한 규칙성을 지닌 듯한 패턴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성현일 박사는 “일종의 파동처럼 밀도가 높고 낮은 규칙성을 볼 수 있다”며 “토성 고리의 성질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돼 매우 흥미로운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보이저가 보낸 영상들에도 이미 특이한 구조들이 관측됐다. 보이저가 바깥쪽 고리인 에프-고리를 촬영한 영상에는 고리가 여러 가닥으로 이뤄져 다소 비틀리고 꼬인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에프-고리 주변을 따라 도는 작은 위성들의 중력 작용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 얼굴 감춘 타이탄의 베일 벗기기
카시니-호이겐스의 또다른 주요 임무는 토성의 최대 위성인 타이탄의 실제 모습을 탐사하는 것이다. 두터운 질소 대기층을 지녀 ‘행성급 위성’으로 불리는 타이탄은 매우 심한 광화학 스모그로 덮여 있어 타이탄의 땅을 들여다보기는 불가능했다. 다만 보이저와 허블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일부 영상자료를 바탕으로, 타이탄의 표면에는 액화 에탄·메탄·아세틸린과 탄화수소가 대량으로 담긴 호수나 바다가 존재하며, 일부 지역에선 얼음도 발견될 것으로 추측해왔다.

최근 카시니-호이겐스가 보낸 영상에서도 타이탄 남·북반구의 밝기가 서로 달라 지질 구조나 성분의 차이가 뚜렷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더욱 굳히고 있다.
사진#2


성 박사는 “태양과 토성·위성들의 중력, 그리고 토성에 밀어닥치는 태양풍, 토성의 거대 자기장들이 복잡하게 얽혀 신비한 토성의 운동을 유지한다”며 “이런 토성 운동의 비밀과 더불어 타이탄의 지질구조는 흥미로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전파안테나 ‘딥 스페이스’토성서 보낸 영상 지구로
토성탐사선은 12억㎞나 떨어진 곳에서 어떻게 영상을 시시각각 보내올까.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운영하는 지구 규모의 강력한 전파 수신 안테나인 ‘딥 스페이스’ 덕분이다. 탐사선은 먼저 빛을 감지하는 장치에서 렌즈와 색채필터를 통해 영상정보를 ‘픽셀’ 단위로 모아 이를 지상에 전송한다. 카시니-호이겐스가 보내는 신호는 대략 1시간 안에 지상에 도착하는데 날마다 시디롬 1장 분량에 가까운 500메가바이트를 전송할 수 있다.

이렇게 보낸 신호는 미국 캘리포니아 골드스톤,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 스페인 마드리드 등 3곳에 설치된 딥 스페이스 안테나에 수신된다. 수신된 신호는 가장 먼저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JPL)로 전송된 뒤 자료 보정과 색채 조정 등을 거쳐 우리가 보는 영상자료로 변환된다.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1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