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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제갈공명의 천재성, 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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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식탐험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9건 조회 6,965회 작성일 11-03-3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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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적벽대전>의 제갈공명(금성무 분).
ⓒ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할머니 할아버지의 성함을 모르는 사람들은 많아도, <삼국지> 주인공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만큼 <삼국지>와 유비·조조·손권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존재다.

너무나 친숙해진 나머지, 이것을 처세술의 모범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다. 개중에는 이 책에 나오는 권모술수에 탄복하고 이를 따라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삼국지>를 그대로 모방했다가는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 권모술수를 모방하는 일이 옳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 내용의 상당 부분이 허구이기 때문에 낭패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진실도 아닌 것을 마치 진짜처럼 믿고 실제생활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성공보다는 낭패의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글 서두에서 '소설 <삼국지>'라 하지 않고 그냥 '<삼국지>'라 했지만, 이것을 정사 <삼국지>로 이해한 사람들보다는 소설 <삼국지>로 이해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이 두 가지가 잘 구분되지 않는다. 물론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가 별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자의 차이를 잘 분간하지 못한다.

이 점은 역사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쓴 신문기사나 역사서에서도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가 어지럽게 뒤섞여 있는 예를 숱하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역사학자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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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발행된 <삼국연의>.
ⓒ 진청출판사

그 정도로 우리는 소설 <삼국지>에 깊이 세뇌되어 있다. 뼛속 깊숙이 말이다. <삼국지연의>라고도 하고 <삼국연의>라고도 하는 소설 <삼국지>의 저자인 나관중은 정말 기립박수를 받아도 부족한 인물이다.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놓고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허구를 진짜처럼 전달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은 "내가 이제부터는 여러분을 속일 테니 정신 바짝 차리십시오!"라고 경고를 해놓고 수많은 사람들을 깜빡 속일 수 있는 재주와 유사한 것이다. 사이비 종교를 창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종교이론부터 구상할 게 아니라, 작가 나관중에게서 이런 창작능력부터 배워야 할지 모른다.

나관중이 우리 머릿속에 주입한 수많은 허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이 적군의 화살 10만 개를 빌려 썼다는 대목이다. 영화 <적벽대전>에서도 나왔던 장면이다. 소설 <삼국지> 제46회 '제갈공명, 계략을 써서 화살을 빌리다'에 나오는 이야기다.

나관중이 주입한 적벽대전의 대표적인 허구

북중국을 장악한 조조(위나라)가 무서운 기세로 밀고 내려오자 남중국의 손권(오나라)과 유비(촉나라)는 손을 맞잡지 않을 수 없었다. 남하하는 조조와 방어하는 유비·손권이 맞붙은 곳은 중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양자강(장강)이었다. 양자강 남안(南岸)의 적벽(赤壁)이 두 세력의 격전장이 되었다.

전투 중에 불빛이 절벽을 붉게 물들이는 것을 본 주유가 '적벽'이란 글씨를 써넣었다 해서 그런 이름이 생겼다는 전설도 있다. 1998년에는 중국 정부에 의해 이 지역의 명칭이 아예 적벽시(츠비시)로 바뀌었다.

적벽을 무대로 한 이 전쟁은 조조의 압승이 예상되는 싸움이었다. 병력으로 보나 무기로 보나, 이 싸움은 골리앗과 '다윗들'의 대결이었다. '다윗들'이라 한 것은 다윗 손권과 다윗 유비가 골리앗 조조에 맞서 연합했기 때문이다.

애당초 게임도 되지 않는 이 전쟁이 다윗들의 승리로 끝난 데는 유비의 책사 제갈공명의 천재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탁월한 지략을 바탕으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적벽대전 초기에 적진에서 화살 10만 개를 빌려온 기상천외함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불세출의 지략가였다. 다윗이 던진 돌멩이가 전세를 역전시켰듯이, 돌멩이보다 야무진 그의 머리가 전쟁의 승패를 갈라놓았다.

그가 적진에서 화살 10만 개를 빌리게 된 사연은 다윗 연합군의 내부 알력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손권 쪽 도독인 주유는 제갈공명을 시기했다. 그래서 주유는 제갈공명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일부러 어려운 과제를 내주었다.

"지금 군중(軍中)에 화살이 부족합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화살 10만 개를 만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걸로 적군을 상대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공적인 일이오니, 선생께서는 혹시라도 거부하지 마십시오."

"10만 개의 화살이 언제쯤 필요하십니까?"라고 제갈공명이 묻자, "10일이면 끝내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주유는 되물었다. 열흘 안에도 끝낼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그렇게 말한 것인데, 제갈공명은 뜻밖의 말로 주유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조조군이 곧 다가올 텐데, 열흘씩이나 기다리면 필시 일을 그르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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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강 남안(南岸)의 적벽. 별표 윗부분의 바위 벽면에 붉은 글씨로 적벽(赤壁)이라 쓰여 있다.
ⓒ 김종성

속으로 '이게 뭔가?' 했을 주유. 상대방의 의도가 궁금해져 "선생께서는 며칠이면 끝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라고 물었다. 제갈공명은 답했다. "딱 3일이면, 화살 10만 개를 갖다 바칠 수 있습니다."

"군중에서 농담이란 없습니다!" 주유는 말끝을 올리며, 확인하듯 못을 박았다. 이참에 제갈공명을 제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속으로 들떴을 것이다. 제갈공명도 스스로 제거되고 싶다는 듯, 한술 더 떴다. "어찌 감히 도독을 놀리겠습니까? 3일 내에 못 마치면 중벌을 받아야지요." 배 20척과 군사 600명을 빌려주고 청포(靑布)로 배에 장막을 쳐주면, 3일 안에 일을 끝마칠 수 있다고 그는 호언장담했다.

3일 동안 화살 10만 개를 만들어내겠다고 큰소리친 제갈공명은 주유 쪽 사람들의 관찰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 해달라는 것을 다해주었는데도 마찬가지였다. "첫째 날, 제갈공명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둘째 날, 역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드디어, 셋째 날. 이 날까지 임무를 마치지 못하면 제갈공명은 중벌을 받아야 했다. 이 날은 유난히도 안개가 뿌옇게 끼어 있었다. 청포로 장막을 친 선박 20척에 군사 600명을 태운 제갈공명은 "화살 가지러 갑시다"며 손권 쪽 사람인 노숙을 데리고 조조 진영으로 접근했다.

적군의 갑작스런 출현에 놀란 조조군은 화살을 쏘아대며 공격에 나섰다. 조조군의 화살은 쏘는 족족 연합군 선박의 장막에 꽂혔다. 화살을 충분히 수거한 연합군이 뱃머리를 돌렸지만, 조조군은 안개가 너무 짙어 연합군을 추격할 수 없었다.

제갈공명이 3일간의 말미를 얻은 뒤 이틀 동안 꼼지락거리기만 했던 것은, 3일째 되는 날 안개가 끼리라는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제갈공명이 10만 개의 화살을 마련했고 그를 없애려던 주유의 계략은 실패했으며, 나아가 제갈공명의 지략 덕분에 연합군이 적벽대전에서 승리했다는 게 <삼국지>, 아니 소설 <삼국지>의 이야기다.

정사 속 적벽대전에서 발휘된 제갈공명의 천재성은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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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호북성 적벽시에 있는 삼국적벽고전장(三國赤壁古戰場). 위·촉·오 삼국의 항쟁에 관한 대규모 전시관이다.
ⓒ 김종성

이 외에도, 소설 <삼국지> 적벽대전 편에는 독자들이 무릎을 탁 치도록 감동을 주는 대목들이 많다. 제갈공명이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었구나! 누구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를 잘 쓰면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그렇게 감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적벽대전에서 발휘된 제갈공명의 천재성에 관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허구에 불과하다. 특히 '화살 대출' 건은 실제 역사와 완전히 무관하다. 정사 <삼국지> '위서' 무제 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무제(武帝)는 조조의 시호다.

"건안 13년 12월, 공(公, 조조 지칭)은 적벽에 도착하여 유비와 싸웠지만 불리했다. 이때 큰 역병이 일어나 관리와 병사들 중에 죽은 자가 많아서 군대를 이끌고 퇴각했다."

건안(建安)은 당시의 연호이고, 건안 13년 12월(음력)은 서기 208년 12월 25일부터 209년 1월 23일까지다. 이 기사에 따르면 조조군이 패배한 핵심요인은 대규모 전염병이었다.

이 점은 정사 <삼국지>의 여타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삼국지> '오서' 주유 편 같은 데서도 전염병이 전쟁의 승패를 갈라놓았다고 말했다. 정사 <삼국지> 어디에도 제갈공명의 지략이 적벽대전의 향방에 영향을 주었다는 기술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는 <삼국지> '촉서' 제갈공명 편에서마저 그의 역할은 기술되지 않았다.

사실, 적벽대전의 일등공신은 제갈공명이 아니라 주유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풀을 가득 실은 전함 수십 척을 이끌고 조조 진영에 가서 거짓 항복한 뒤 적군이 방심하는 사이, 아군 선박에 불을 질러 조조 진영에 옮겨 붙도록 해서 조조군의 기를 꺾어놓은 주역은 다름 아닌 주유였다.

그때 마침 바람이 사납게 불어 조조 진영에 불이 빨리 번졌으니, 머리를 잘 쓴 것도 주유고 하늘의 도움을 받은 것도 주유였다. 기름을 들이부어 승리의 불길이 활활 타올라 적벽을 붉게 물들이도록 한 주인공은 제갈공명이 아니라 주유였던 것이다.

'천재작가' 나관중이 부린 재주에 중국인들이 돈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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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의 주유(양조위 분).
ⓒ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소설 <삼국지>의 대표적인 대목인 적벽대전 이야기가 정사 <삼국지>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 이야기의 대부분은 실상은 역사가 아니라 허구에 불과하다. 그런 허구를 인생의 지침으로 삼는다면,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빗나갈 것인가.

그렇다고 뒤늦게, 소설 <삼국지>의 허구성에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보다는 작가 나관중의 상상력에 찬사를 발휘하는 편이 우리의 허탈감을 달래는 방편이 될는지도 모른다. 픽션이라는 타이틀을 걸어 놓고도 논픽션처럼 믿도록 만들 수 있는 천재 작가를 만났다는 것이 오히려 행운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런 허구를 실제 사실처럼 꾸며놓고 전 세계인들을 불러들여 대규모 관광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인들이 더 대단한지도 모른다. 중국인들이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장소마다 기념물을 조성해놓고 마치 실제 역사인양 홍보하고 있으니, 재주는 나관중이 부리고 돈은 중국인들이 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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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지식탐험자님의 댓글

지식탐험자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작성일

      중국사람들의 소설능력은 대단하지요.    아마도 그들의 뻥능력에 의해서 재창조된 인물이 제갈공명인지도 모름니다.    만약 당시 제갈공명의 능력이 그렇게 대단했다면 위.촉.오의 3개국의 통일을 조씨집안에서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혼땅님의 댓글

지식탐험자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작성일

      삼국지 보면 관운장이나 조운 다른 장수들과 대결시 거의 대등하게 싸워 결판이 잘 안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그럼에도 유독 이들이 무예에 뛰어난 돋보잡이라는 걸 많이 언급하죠.  독자에게 이렇게 생각하고 읽어라는 뭐 그런 강제성 느낌도  은근히 비춰집니다.<br />그리고 우리 고대소설에서도 흔히 보이는 우연의 일치도 제법 보이고....<br />주인공들이 위험에 쳐 있다 싶으면 구사일생으로 꼭 살아나고...아무래도  소설은 소설입니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는 안 읽어봐서 모르겠으나 나관중 삼국지는 거의 소설이죠.<br />적벽대전 제갈공명 화살 십만개에서도 만일 미친 척하고 위나라쪽에서 불활이라도 쏘아댔으면 어쨌겠습니까? 십만개 고사하고 제갈량 목숨도 부지 못했을 수 있었겠죠.

가면라면더님의 댓글

지식탐험자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작성일

      대륙이든 한국이든 열도든 세계어디든지간에, 먼 조상들을 조금이나마 신격화하는 그런게 있다라고 어디서 본거 같은데요, 그중에 동양쪽은 뭐 거의 신에 가까울정도로 ......<br />고대소설이든, 고대역사든... 저는 그냥 그런 사람들이 그런일을 했다 정도로만 보고 있습니다.<br />^^

돈들여원빈님의 댓글

지식탐험자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작성일

      <p>정사에 제갈량은 정치인으로 묘사되고 군사적인 전략은 별 언급이 없지요</p><p>적벽전을 승리로 이끈건 확실히 주유라고 적혀있구요</p><p>제가보기에는, </p><p>연의가 유비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다보니, 억지로 선악구조를 만든것 같네요</p><p>그러다보니 제갈량 조운은 과장됬구요, 조조가 무슨 악당처럼 나오는데</p><p>그게 아니죠? 군웅할거 시대에 악당과 착한사람의 경계는 없지요</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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