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황후를 꿈속에서 괴롭힌 마애불 > 전설속으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전설속으로

당나라 황후를 꿈속에서 괴롭힌 마애불

페이지 정보

작성자 현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2건 조회 4,566회 작성일 10-01-08 12:27

본문

봉화산 마애불에 얽힌 전설 한 토막


1262919245.595430_IE001153302_STD.jpg
▲ 진영 봉화산 마애불 경남 김해시 진영의 봉하마을 위의 봉화산에 있는 마애불로 고려시대의 작품인 것으로 추정된다.(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0호)
ⓒ 오은석
1262919245.655718_IE001153303_STD.jpg
▲ 봉화산 마애불 세부 마애불의 머리 부분을 확대해 찍은 사진이다. 민머리에 상투가 올려져 있고. 자애로운 미소를 띄고 있다.
ⓒ 오은석

봉화산을 자암산(紫岩山)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봉화산 마애불이라고 부르지 않고 자암산 마애불이라고도 불린다. 이 마애불에 대해서는 예로부터 전설이 하나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전설의 배경은 신라시대로, 당나라 황실의 이야기가 나온다.

당나라 황제에겐 어여쁜 황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황후가 시름시름 앓으면서 몸이 허약해져갔다. 황제는 훌륭한 의사와 약을 써도 황후의 병이 차도가 없자 크게 근심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황후가 헛소리를 하며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다. 황제는 재빨리 황후를 깨워 진정시키고, 왜 그런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황후는 잠이 들면 꿈에서 한 청년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하면서 흐느껴 울었다. 황제는 이를 듣고 여러 유명한 절을 찾아다니면서 불공을 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황제도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두 승려가 남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황제는 그 두 승려에서 신비한 느낌을 받아 서서히 따라갔다고 한다. 얼마쯤 가니 남쪽에 산이 하나 나오고, 그 산에서는 황후의 꿈에서 나오던 청년이 두 승려의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두 승려 중 한 승려가 크게 꾸짖으며 말했다.

"네 이놈! 너는 불법을 어기고 당나라 황후를 밤마다 괴롭힌 놈이로다. 내 너를 가둬 그 버릇을 고쳐 주겠다. 백년이고 천년이고 네가 죄를 뉘우치는 날 다시 구해주리라."

라고 하며, 그 청년을 바위 틈에 넣고 두 승려는 가던 길로 떠나갔다. 꿈에서 깬 황제는 사람들을 시켜 그러한 산과 바위를 찾도록 신하들에게 시켰다. 하지만 당나라 어디에도 그 산과 바위가 보이지 않아, 다른 나라까지 뒤져보게 되었다.

마침내 신하들은 신라의 김해에 당도하고 자암산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황제가 말한 바와 같은 모습의 청년과 꼭 같이 생긴 석불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황제에게 가서 이를 보고하니, 황제가 매우 기이하게 여겼다. 그리고 그 후부터 차츰 황후의 병이 차도가 생기더니 결국 완쾌되었다. 하지만 석불 속의 청년은 황후를 연모하는 마음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여 아직도 바위틈에서 고뇌를 계속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은 사실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에서도 널리 볼 수 있다. 전남 고흥의 팔영산에서도 중국 황제의 세숫대야에 8개의 봉우리가 비쳐서 기이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신하들을 시켜 찾게 하였더니 바로 고흥의 팔영산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설들이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중국의 산천보다 해동의 산천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였던 선조들의 자랑 섞인 기개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기구한 마애불의 인생역전?

1262919245.707075_IE001153304_STD.jpg
▲ 봉화산의 모습 봉화산 마애불이 위치한 봉화산의 모습. 사진에 보이는 바위는 노무현 대통령이 운명을 달리한 부엉이바위이다.
ⓒ 정동귀

봉화산 마애불의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화순 운주사의 와불 이야기가 떠오른다. 화순 운주사의 와불은 일어서지 못하고 누워있는 미완성된 불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이 와불이 일어서는 날 미륵이 와서 세상이 평화로워 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봉화산 마애불의 청년 또한 자신의 죄를 뉘우치면서 앞서 자신을 가둔 신승(神僧)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설은 그럴지라도 불상 조성 이후의 일반인들의 마음은 또 달랐을 것이다. 매일처럼 산에 올라 이 마애불에게 기도를 하고 절을 올리면서 자신들의 소원을 빌고, 또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였을 것이다. 마애불의 미소를 보면서 부처님의 가호가 자신들을 감싸주길 기대하였고, 그렇게 하루를, 일 년을, 그리고 일생을 보냈으리라.

또한 지나가던 아이들도 장난을 멈추고 불상 앞에 와서는 경건하게 고사리 손을 모아 합장을 했을지 모른다. 부처님이 제대로 앉아있지 못하고 옆으로 뉘어 있는 모습이 자못 의아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온화한 미소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을 것이다.

마애불의 운명을 생각해보니 어찌 보면 참 기구하다. 고려시대의 한 이름 없는 석공의 손에서 만들어졌지만, 석공의 실수인지, 하늘의 조화인지 무너져버려 누워있는 불상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마애불에 대한 과거의 경건한 믿음은 중국 황후에게 몹쓸 짓을 한 청년의 설화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야 다시 빛을 보게 되었지만, 여전히 예전처럼 눕혀져서 그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 마애불의 존재도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억에서 잊힌 문화재의 경우 그 보존과 관리가 다소 부실해 질 수도 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기에 정토원에서는 물론 김해시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보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곳에 묻힌 한 사람과 함께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는 잊히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추천6 비추천0
Loading...

댓글목록

Total 159건 5 페이지
전설속으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비추천 날짜
79 현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6 9 0 08-28
78 현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8 5 0 08-19
77 현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9 8 0 08-17
76 지식탐험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0 8 0 08-17
75 현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7 7 0 08-14
74
예수는 신화다 댓글+ 85
사철나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77 8 0 07-15
73 불타는필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3 7 0 05-26
72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6 8 0 04-30
71 지식탐험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4 6 0 03-02
70 룐건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1 9 0 10-16
69 jay77…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7 6 0 09-18
68 룐건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2 5 0 09-10
67 비슈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2 6 0 09-03
66 룐건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6 8 0 08-29
65 룐건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2 5 0 08-21
64 룐건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3 7 0 08-17
63 룐건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5 5 0 07-26
62 룐건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52 6 0 07-26
61 룐건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1 5 0 07-20
60 룐건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2 6 0 07-14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구글 OTP 인증 코드 입력

디바이스에 앱에서 OTP 코드를 아래에 입력합니다.

OTP 를 잃어버렸다면 회원정보 찾기시 해지 되거나,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이메일 인증으로 해지 할수 있습니다.

OTP 해지하기

론건맨 상위 순위 10

  • 1 사라랜스390,961
  • 2 선상반란302,220
  • 3 eggmoney116,327
  • 4 샤논115,847
  • 5 nabool98,450
  • 6 바야바92,756
  • 7 차카누기91,573
  • 8 기루루86,197
  • 9 뾰족이84,625
  • 10 guderian008383,195

설문조사

론건맨 싸이트가 열리는 체감 속도는 어떤가요.?

설문조사

론건맨이 부활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접속자집계

오늘
2,060
어제
1,619
최대
2,420
전체
14,178,788
론건맨 요원은 30,999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