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사과먹인 사람은 계모 아닌 친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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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월트 디즈니의 첫번째 장편 만화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비롯해 영상과 무대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동화 중의 동화다. ‘백설공주’는 종종 패러디의 대상이 되지만, 어미가 딸을 독살하려고 한 원작은 그 어떤 패러디보다 충격적이고 흥미롭다.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인 동화는 원래 민담에서 출발했다. 인간의 내밀하고 근원적인 욕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서구의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종종 동화 분석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한다. ‘백설공주’ 원작도 그런 의미에서 잘 읽어보면 여성의 무의식을 기괴하게 보여준 것이고, 거기에 살을 붙이면 모녀 관계에 내재된 갈등 구조를 형상화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스키너의 심리 상자 열기’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미국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로렌 슬레이터가 ‘백설공주’를 왕비의 시선으로 뒤집어 본 심리 동화 ‘루비 레드’를 썼다. ‘그때 백설공주의 생리가 시작되고 나의 것은 끝이 났던가? 아니면 남편 역시 나이가 들면서 침대 위 우리 사이에 권태가 점점 생기기 시작했던가? 식욕이 줄었던가? 아무튼 흔히 있을 수 있는 가혹한 현실이 우리에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화 ‘루비 레드’의 화자인 왕비에게 친딸 백설공주는 노화를 깨닫게 하는 거울과 같다. 백설공주가 바로 말하는 거울인 셈이다. 왕비는 난장이들에게 딸을 맡긴다. ‘나는 두려웠다. 그 애가 매춘부가 될까 봐. 임신을 하게 될까 봐, 특히 내 남편의 아이를 갖게 될까 봐 나는 두려왔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의 증오와 두려움이 무서웠다.’
자신에 대한 공포와 딸에 대한 애증의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 왕비는 딸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인다. 그러나 동화에서 그랬듯이, 공주는 왕자의 입맞춤으로 살아나 결혼한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백설공주는 아이 넷을 낳았지만, 왕자가 바람을 피워 신경쇠약에 걸린다.
백설공주는 친어머니를 찾아와 또 임신했다며 “그런데 난 너무 늙어서 아이를 낳을 수 없어요. 솔직히 아이를 원하지도 않아요”라고 울먹인다. 그러자 어미는 딸에게 “나도 너를 원치 않았단다”고 말한다. 출산의 굴레에 대한 여성의 항변이다.
하지만 그 순간 모녀는 같은 여성으로서 친자매와 같은 우애를 느낀다. ‘이제 나는 딸아이를 이해한다. 딸도 나를 이해한다. 우리는 둘 다 늙고 추하다. 우리는 식탁에 앉아 사과 하나를 나눠 먹는다. 주고받은 사과 한 귀퉁이에는 우리가 베어먹은 자국들이 찍혀 있다.’
이 책에는 ‘루비 레드’를 비롯해 이기적 사랑의 심리를 그린 ‘내 여자 친구의 팔’, 인간의 무모한 욕심을 조롱하는 ‘황금 알’, 부모와 자식의 갈등을 그린 ‘하늘 너머 하늘’ 등 15편의 심리 동화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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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쿠도님의 댓글

이거 진짜에요? 그냥 잔혹동화나 성인동화 이런거 옮기신거 아니고
이게 원판 맞아요??
김사랑님의 댓글

우리가알고있는 그림동화는 원래 잔혹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저게 원판 맞을겁니다.:)
growmi님의 댓글

원래 잔인한 내용이 원판인데 그림형제가 순화시켰죠
몬난탱구리님의 댓글

이런 그림 형제의 동화는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라는 책에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유럽문화 및 역사를 연구하는 '키류 미사오'의 한글 번역본인데 그림 형제의 초판에서부터 재판까지의 히스토리와 각 동화에 대해 시대적 배경 및 기타 상황 등을 설명으로 달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동화의 내용만을 보고는 충격이었는데 설명을 보며 시대적 배경이나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더군요. 총 3권으로 되어 있고, 3권에는 그림동화 외에 안데스센의 동화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베틀이장님의 댓글

신데렐라 이야기도 원본은 무쟈게 잔인 하던데요 ㅎㅎ;;
이야기들이 시대적 배경을 흐르다보니 많이 걸러 지는 것이라 생각 되네요..
걍....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