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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피로 담금질한 ‘청룡언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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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순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0건 조회 1,174회 작성일 15-04-2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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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칼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一揮掃蕩 血染山河).” 충무공의 검명(劍銘)에는 왜적의 침입을 받아 위급존망지추에 놓인 조국 강산을 지키려는 해군 제독의 기개와 절절함이 잘 배어 있다.

조조와 유비 그리고 손권의 세 영웅이 자신들의 칼과 천하를 피로 물들이면서 각각 위와 촉 그리고 오의 세 나라를 피땀 흘려 세우고 새로운 황제의 혈통을 세운 이야기. 소설 ‘삼국지’를 간단히 줄이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피는 생명을 상징한다. 따라서 제물로 바쳐진 사람이나 짐승은 그 자체보다 몸속에 흐르는 생명의 상징인 따뜻한 피로 신에 대한 인간의 지극한 정성을 표시하는 도구가 된다.


칼과 천하를 피로 물들이다
생명을 상징하는 피의 신성한 힘과 영험을 빌리고 싶은 옛사람들의 욕구는 민간설화에도 남아 있다. 무속 신앙에서 거의 신격화된 인물로 추앙받는 관우는 멋진 수염,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명마인 적토마와 함께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가 상징이다.

청룡언월도에는 이름 그대로 청룡이 새겨져 있다. 반달 모양으로 생긴 칼이다. 언월(偃月)은 반달이란 뜻이다. 칼등은 큰 톱날처럼 생겼다. 무게만 해도 자그마치 40kg에 달한다. 관우는 도검 제작의 명인에게 부탁해 푸른빛이 나는 큰 칼을 얻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몇 달 이상 지속적으로 담금질을 하게 했다.

어느 날 이 칼을 꺼내 다시 담금질을 하려는 순간 칼에서 한줄기 빛이 솟았다. 이 빛은 마침 하늘을 날고 있던 청룡에 꽂혔다. 청룡한테서 흘러나온 핏방울이 칼에 떨어지면서 칼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났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이 칼이 반달을 닮은 데다 청룡의 피로 담금질했다고 해서 청룡언월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물론 전설이다. 언월도 형태의 칼은 송나라 이후에 나온 것인 만큼 한나라 말기에 이런 칼이 있었을 리 없다. 피의 신성성, 그것도 동양에서는 지극히 상서로운 동물로 손꼽히는 용의 영험을 빌리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이런 전설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모든 생물의 피는 하나님에게 속한 것이다. 그러므로 카인이 동생 아벨을 제 맘대로 죽인 살인은 용납될 수 없는 신성모독이 된다. 또 희생 제물의 피는 속죄의 의미가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야훼 하나님에게 제사를 지낼 때 흠이 없는 순결한 흰 양을 바쳐 속죄를 구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것은 인류의 죄를 대신 속죄하겠다는 사랑과 희생이 담긴 고육책이었다. 그러므로 십자가에서 희생양으로서 예수가 흘린 피는 인류 구원의 상징이다.

한편 희생 제물의 피를 통한 맹세는 신에 대한 맹세를 상징한다. 유비와 관우 그리고 장비의 3형제가 도원결의를 할 때 검은 소와 흰 말을 희생 제물로 바친다. 이때 이들 형제는 소와 말의 피를 술잔에 받아 함께 나눠 마셨거나 피를 입술에 발라 자신들의 맹세가 얼마나 굳센지 확인했을 것이다.

이처럼 짐승의 피를 서로 나눠 마시거나 입에 바르는 행위를 ‘삽혈’이라고 하는데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중국 주나라 시대에 제후들이 함께 모여 맹주를 정하는 회맹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제후들은 한 장소에 모여 짐승의 피를 잔에 받아 나눠 마시며 자신들이 제정한 맹세를 지키겠다는 의식을 가졌다.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망하고 난 뒤 신라 문무왕과 죽은 백제왕의 아들 융, 당나라 사신 유인원 세 사람이 웅진의 한 산상에 모여 삽혈 의식을 치렀다는 기록도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한고조 유방이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 황후인 여태후와 조정 중신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은 흰 말 한 마리를 죽여 제물로 바치고 피를 나눠 마시며 유방의 유언을 지키겠다고 하늘에 맹세했다. “유(劉) 씨가 아닌 자가 왕이 되려고 한다면 천하가 함께 그를 공격하라!” 이것이 이른바 ‘백마(白馬)의 맹세’다.

이 백마의 맹세를 지키려고 가장 절치부심했던 사람이 유비 현덕이다. ‘유방의 한실(漢室) 천하 부흥’은 유비 필생의 비전이었다. 유비가 틈만 나면 자신이 한고조 종실의 후예라는 것을 강조한 것도, 한나라 황제의 숙부라는 뜻을 가진 유황숙(劉皇叔)이라는 별명을 좋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손가락 깨물어 쓴 황제의 혈서
유비는 공명에게 유언한다. “그대의 재주는 위나라 조비보다 열 배는 뛰어나오. 내 아들 유선을 도와 나라를 다스릴 만하면 그를 도와주고 유선이 능력이 많이 처지면 아예 그대가 황제가 되시오!” ‘유 씨 유일사상’이 골수에 박힌 유비 현덕이 세상을 떠나면서 과연 자신의 아들 유선이 아닌 이성(異姓)을 가진 제갈 씨 혈통에 나라를 맡기려고 했을까. 단언하건대 노회한 유비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을 것이다.

한편 조조가 황제를 옆에 끼고 천하를 호령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황제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이름만 위왕일 뿐 조조는 황제 이상의 권력을 쥐고 천하를 주물렀다. 조조의 위세에 눌려 숨도 쉬기 어려웠던 헌제는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그는 전 황제의 장인인 동승에게 조서를 내린다. 헌제는 친히 손가락을 물어뜯어 피로 쓴 조서(血詔)를 내린다. “조조를 죽여 사직을 바로잡으라!” 동승은 유비·마등·오자복 등을 규합했다. “조조를 제거하고 한나라 황실을 부흥시키자!” 그들은 피를 섞어 마시며 맹세했다. 안타깝게도 이 삽혈의 맹세는 발각되고 피바람이 일었다. 동승의 가족과 시종들을 비롯한 700여 명의 관련자가 형장의 이슬이 됐다.

인과응보일까. 유 씨의 한나라를 멸망시켰던 조조 일파의 위나라는 자신들이 한나라 황실에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당한다. 조조의 아들 조비가 위나라 초대 황제에 오른 이후 2대 조예를 거쳐 3대 조방에 이르면서 위나라 조정은 사마(司馬) 씨 집안의 꼭두각시로 전락한다.

위나라는 사마의의 아들 사마사와 사마소 형제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불안과 공포에 떨던 황제 조방은 속옷에 손가락을 깨물어 쓴 혈서를 내렸다. “사마 씨 형제를 토벌해 사직을 구하라!” 그러나 사마 씨 형제 제거 작전은 혈서를 받은 장집 일행이 발각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또다시 피바람이 불었다. 황제 조방은 쫓겨나고 조비의 손자 조모가 14세의 나이에 황제가 됐다. 실권 없는 황제의 친위 쿠데타는 실패하기 마련인가 보다.


사족: 그나저나 위·촉·오의 세 나라를 세운 조조·유비·손권은 자신들이 피땀 흘려 창업한 나라가 자신들의 사후 40여 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스러져 가는 것을 보면서 저승에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피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하다가 피를 토하고 기절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언젠가 제갈량이 아끼던 부하 장포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통곡하다가 피를 토하며 기절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영 구구한 억측은 아닐 것이다.
출처;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6&nkey=2015040901010000301&mode=sub_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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