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귀신이야기 들으면 등골이 오싹한 이유가 뭘까 > 유령/혼령/유령

－마음서 몸으로‘급속냉동’효과－
무더위를 이겨내는 피서법으로 귀신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매년 여름철이면 9개의 꼬리가 달린 구미호, 루마니아의 백작 드라큐라 등이 TV에 나타나 안방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비명을 지르며 한순간 더위를 완전히 잊는다. 영화가에서는 공포영화로 더위를 피하려는 관객들이 몰려 스릴러물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귀신이야기가 더위를 쫓아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생리작용을 면밀히 분석하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 몸은 공포를 느끼면 추위를 느낄 때와 같은 반응을 나타낸다. 더운 날씨에도 등줄기가 오싹해지면서 소름이 돋고 몸이 떨린다. 이같은 신체반응은 추위를 느낄 때와는 다른 과정을 거치게 된다.

몸이 추위를 느낄 때는 온도를 감지하는 감각기가 작용한다. 온도를 느끼는 감각기관은 두군데가 있다. 하나는 피부에 있는 감각기이고 다른 하나는 뇌의 시상하부이다.

피부의 감각기는 외부공기와 맞닿는 피부온도를 측정하고 시상하부는 체내의 온도를 감지한다. 시상하부는 두 온도의 차이를 측정해 체온을 조절한다.

여름철에 외부온도가 높아져 체온이 올라가면 시상하부는 호흡을 가쁘게 해 체내의 뜨거운 공기를 내뱉고 외부의 찬 공기를 들이마시도록 유도한다. 또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땀을 배출, 몸의 열을 방출한다. 땀이 증발할 때 시원하게 느끼는 것은 증발열과 함께 체열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밖이 추워 체온이 떨어지면 시상하부는 근육을 떨게 해 열을 낸다. 또 땀구멍을 닫고 혈액을 피부의 표면보다는 아래쪽 혈관으로 흐르게 한다. 이를 통해 열의 손실을 최소화한다.

납량특집극이나 괴기영화를 볼 때 우리몸은 추위를 느낄 때와 같은 반응을 나타낸다. 차가운 것이 피부에 닿으면 시상하부는 즉각 해당피부 근처의 혈관을 닫고 근육을 수축시킨다. 이로 인해 떨리는 감이 들면서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 공포를 느낄 때도 으스스함을 느끼며 목 뒷덜미의 털이 곧추서고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

이는 모두 피부혈관에 공급되는 혈액이 줄어듦에 따라 근육이 수축하면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추울 때 돋는 소름과 공포로 돋는 소름은 동일하게 느껴진다. 무서워서 으스스한 것이나 추워서 으스스한 것 역시 같은 반응이다.

다만 공포를 느낄 때의 신체반응은 추위를 감지한 시상하부의 작용이 아니라 뇌의 명령 없이 자신도 모르게 자율신경계가 작용해 일어나는 점이 다르다. 즉 자율신경계의 한 축인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추위를 느낄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공포감은 빠르고 강하게 밀려왔다가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이처럼 귀신이야기로 공포를 유발해 더위를 피하는 것은 변변한 냉방시설이 없던 시절의 피서법으로 애용됐다.

그러나 공포물을 너무 많이 접하면 간과 쓸개에 부담을 줘 몸을 해칠 수도 있다. 한의사들은 사람이 자주 놀라면 기가 흩어져 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크게 놀라고 나서 「간담이 서늘했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귀신이야기로 즐기는 피서도 정도를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선장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5-30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