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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의 짧은 인연에 관한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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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환도장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1건 조회 751회 작성일 06-09-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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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는 제가 데리고 다니던 00 외에도, 직원중 한사람이 키우시던 애견 ** 이가 있었습니다. 이녀석은 콩알만한 토이와 미니어쳐의 중간 사이즈에 해당되는 강아지인데 종자는 슈나우져 였습니다. 처음에는 주인이 몇번 바뀌면서 심적으로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입었던 강아지였던지라, 성격이 매우 까칠한 녀석이었는데, 미술관의 기운때문인지, 주인되는 직원의 자상한 손길때문인지 어느덧 미술관의 느긋한 분위기에 동화되어 순하게 변한 녀석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녀석은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00 과 ** 둘다 처음에는 국진이를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그렇다고 적개심을 드러내며 '넌 누군데 여기와서 있느냐?' 는 식의 왕따를 시키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철저한 무관심, 즉, '뉘집 개가 여기있나?' 하는 정도의 반응일 뿐이었지요. 단, 00과 달리 **이는 자신의 밥그릇을 침해하는 것만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있다가도 국진이가 강아지 사료가 담겨있는 **이의 밥그릇에 접근만 하면 이를 들어내고 그르릉하는 위협의 소리를 내곤 했지요. 그럴때면 겁많은 국진이는 꼬리가 뒷다리사이로 쏙 들어가면서 황급히 기부스한 뒷다리를 끌면서 직원들 책상 및 한구석으로 가서 기가죽어 숨는 식이었습니다.

헌데, 직원들 못지 않게 그들이 키우는 강아지들, 즉, 00과 **이 역시 참으로 착했습니다. 한 2주정도가 지나면서 ** 이는 자기가 자기 밥그릇에다 코를 박고 사료를 먹고 있을 때도, 국진이가 함께 코를 들이밀면서 철없이 같이 사료를 빼았어 먹어도, 그냥 참고, 나중에는 '너먹어라' 라는 식으로 양보까지 하는 변화를 보이더군요. 즉, 자신들의 경계심을 아예 없애버리고, 자신들의 동생인양 한 가족으로서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3주 정도가 지났을 때, 국진이는 드디어 저에게도 마음을 허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철야작업이나, 야근할 때, 제가 집요할 정도로 국진이의 환심을 사기위해서, 먹을 것도 주고, 저에게 오기 싫어하는 국진이를 억지로 위협하여 강제로 무릎에 앉혀놓고, 한시간 이상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조금씩 친해지고자 했던 '작업'의 결과였습니다. 물론, 국진이 자체가 워낙 순한 강아지였고, 사람들이나 동물들에게 짖을 줄 조차 모를 정도로 겁쟁이인데다가,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극단적인 주눅이 들어있을 정도로 겁을 내는 상태였습니다. 제가 쓰다듬어 주는 시간 내내 - 최소한 제가 억지로 쓰다듬기 시작한 최초의 3일간은 -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공포에 질린 상태였기에 저로서도 호감을 표현한다기 보다, 호감을 위장한 고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어쨌든 국진이는 그런 과정을 통해 저에게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에게 가장 나중에 마음을 연것이었죠. 저는 키가 크고 덩치또한 큰 편인지라... 아마 어른남자에게 트라우마를 얻게된 국진이에게는 가장 공포스러운 겉모습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 했습니다.

한달 쯤 지나자 국진이는 생각보다 빨리 기브스를 풀 수 있었고, 다시 2주가 더 지나자, 국진이는 어느 덧 미술관에 잘 적응하여 00과 **이 하고도 형제처럼 장난도 치면서 잘내는 수준까지 발전했고, 직원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재롱을 피우는 관계가 될 정도로 직원들의 호의하에 사랑받으며 생활했습니다. 목욕도 몇번 시켜줬는데.... 저는 강아지 목욕시키면서 한번에 세차례나 강아지 샴푸로 때를 빼줘도 거의 까만색에 가까운 검정물이 나오더군요. 하여간 국진이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견격' 을 갖춘 어였한 예쁜 강아지로 변해갔습니다.

국진이도 미술관의 생활에 행복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느집의 애완동물처럼 사랑받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면서, 스스로가 가족의 일원이라는 자각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로부터 몇일 후, 제가 출근했더니 갑자기 국진이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지속적으로 직원들이 붙힌 벽보를 보고, 주인이 찾아와서 국진이를 데리고 갔다는 겁니다.

헌데, 이런 심정 아십니까? 어제 까지 함께 했던 존재가 - 비록 그 존재는 미약하고 작은 부분이라 할 지라도 - 갑자기 사라져,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때의 기분 말입니다. 저는 솔직히 허탈갑이 들었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많이 섭섭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옛 어른들 말씀처럼,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표난다' 는 말씀이 참으로 적절하고 옳은 표현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국진이를 주인에게 돌려주었다는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 주인이 국진이 찾아서 좋아해? " 직원은 "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 "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어? " , " 요앞의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이래요.", " 그래? ", " 그런데, 국진이도 별로 주인을 반가워하지도 않고, 꼬리는 움직였지만, 반갑다기 보다는 무서워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 말투는 어땠어?, 그리고 어떤 느낌의 사람이야? ", 직원이 말하길, " 국진이를 찾아가는데, 별다른 고맙다는 소리도 없었구요. 말투가 많이 거칠고 퉁명스러운 편이었어요. 그리고 등치가 크더라구요. " 저는 그때 알 수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국진이의 주인은 저와 비슷한 체구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또하나 생각한 것은, 우리가 큰 실수를 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인에게 국진이는 전혀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즉, 국진이를 주인을 찾아 돌려보낸다는 것이 결코 국진이를 위해서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 주인이라는 사람이 국진이를 어떻게 데리고 갔어? 아직도 다리를 약간 절고 있는데, 안아서 데리고 갔겠지? ", 그때 직원의 대답이 저를 아프게 하더군요. " 아니요. 안아서 데리고 가기는 커녕 따라오라 말한 후에 그냥 걸어갔고요. 국진이가 주저하면서 잘 못따라가고 망설이니까, 소리를 지르면서 국진이를 욕하던데요. 그리곤 결국 국진이는 주인을 따라갔어요.... 우리를 많이 뒤돌아 보면서요."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제일 섭섭해 했던 직원은 자신이 휴학한 학교에서 하던 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저녂에 돌아왔던 학생이었구요. 우리는 어쩌면 국진이를 위해서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국진이는 주인이 찾아와서 어쨌든 우리곁을 떠났고.... 결국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전,후 2번의 글로 마치려고 했었는데, 사연을 요약하기가 쉽지않군요. 잠시 후, 이어지는 글에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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