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과 유령에 얽힌 우리가족의 예 (중) > 유령/혼령/유령

제글들을 읽어보신 요원님들이라면, 다른 글들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전 영감은 별로 발달하지 못한 타입이라 직접 눈으로 그들을 본적은 별로 많지 않지만 - 있기는 있었습니다 - 의외로 직업상 그런 현상들을 접하는 기회가 종종 있었음을 아실겁니다.

그리고, 제가 박물관에서 야간에 작업할 때의 헤프닝도 아실것이고, 그러한 상황을 제가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도 역시 아실겁니다.

그 방법중의 하나가 재앙과 사귀를 물리칠 수 있는 영험한 칼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당장 집안의 문제 - 남에게 말한다해도 믿어주지도 안겠거니와, 말해도 아이가 몸이 허하거나, 저나 집사람도 약간은 이상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아파트의 이상현상 - 를 해결하기 위해, 무당이나, 퇴마사(저 속직히 말씀드려서 이런 분들 대부분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물론 아주 드믈지만 그런 능력이 있는 분도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들을 불러오기도 주변의 시선문제로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아파트에 귀신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 주민들 중 좋아할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해서, 저는 제가 경험해봤고, 제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 사인검이나, 칠성검과 같은 벽사의 위력을 가진 유물을 이용해볼 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워낙 많이 유명해진 조선시대의 보검인지라, 인터넷에서도 제법 많이 그 이름이 회자되는 대표적인 칼이기도 하지만, 이 일이 있던 당시에는 이름은 알지언정, 그 실체나 칼의 용도는 막연하게 알려진, 그리고 그 칼에 관한 정보가 매우 부정확한 설들이 난무하던 시기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지금도 사인검이나, 삼인검들에 대한 인터넷의 이론과 설들은 절반정도는 근거가 있고, 절반정도는 터무니없는 속설이 난무함은 변함이 없습니다. 인터넷에 개인들이 올린 그럴듯한 설들에 현혹되지 마시고, 가능한한 박물관의 학예지나 공인된 학술논문의 정보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각설하고,

문제는 사인검, 삼인검류의 유물은 박물관에서 허락없이 개인이 대여 - 아무리 직원이고 책임자일지라도 - 할 수 없는 워낙 귀한 유물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결코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의로 사용되서도 안되는 문화재이기도 합니다. 물론, 정히 사용하자면, 보수작업의 명분하에 유물을 외부로 반출해서, 실제로 작업을 하면서 사용하면 제 마음속의 죄책감이 좀 덜하기도 하겠지만, 양심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그런 식의 행동을 하기엔 저의 성격상 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제가 도덕군자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저도 남들 안보는 데서는, 정 급할 경우, 때로는 노상방뇨도 하고, 가끔은 휴지를 버리기도 하는 매우 정상적인 사람입니다.)

그 때, 한가지 생각이 떠오르더 군요. 당시 박물관에 최근 유입된 유물중에서 '용천검' 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용천검은 우리나라에서도 보검의 대명사로 시조나 지방의 민속노래등에 구전되기도 하고, 궁예전설이나, 임경업장군 전설에도 등장하는 중국과 한국에서 보검을 지칭할 때 흔히들 말하는 보검의 대명사였습니다. 가장 오래된 용천검은 만주에서 발견된 청동검에도 음각으로 시문된 것을 출토한 예가 있고, 중국고대의 용천, 태아 설화에서도 명검의 대명사로서 꼽히는 대표적인 칼들입니다. 후기에 중국의 명, 청대에 들어와서는 중국 절강성 용천지방이 도검생산의 산지로 바뀜에 따라, 절강의 용천지방에서 생산되는 장식용, 의장호신용 칼로 대량생산되어, 다른 나라로 수출되기도 했던 칼들인데, 명,청대의 용천검들은 벽사의 기능은 이미 배제된 기념품이나 장식품과 같은 성격으로 전락한 겉만 화려한 칼로 성격이 변질된 상태였습니다. 즉, 벽사의 힘을 가진 용천검은 명, 청대 이전에 만들어졌던, 칼들에 해당되는 사항이었습니다.

운좋게도, 당시 박물관에 들어온 용천검은 중국의 '원' 대에 만들어진 고분의 부장유물로서 칼날만 남은 상태로, 검신은 이미 까맣게 부식되어 있으나, 모양은 온전하고 검신에 금입사된 칠성문, 용과 봉황문, 그리고 용천검이라는 검명이 찬란하게 빛을 바라는 보기드믄 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칼은 박물관 소장의 칼이 아니라, 박물관과 미술관의 오너되시는 분의 개인소장품으로 유입된 것이라, 저에게 도검의 보수와 유물보강처리를 맡긴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 칼을 주인되시는 분에게 저의 집에서 작업을 하겠다고 허락을 얻었고 기한도 충분히 양해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고대의 보검이라 일컬어지는 용천검의 위력을 벽사용으로 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진정 용천검이 과거 전설에 나오는 그러한 칼이 분명하고, 용천검 설화속에서 용천검들이 가진 위력들의 일부라도 사실로서 존재했던 것이라면, 분명히 사인검이나 칠성검과 같은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라고 믿고, 그러길 바라면서 집으로 가져가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여기서 글을 마치고 나머지는 다음 글에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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