묏자리 잘써야 후손 잘된다 > 유령/혼령/유령

'묘자리를 잘 써야 후손이 잘 된다'. 귀신의 세계에서는 옳은 말이다. 아울러 묘의 주인,
즉 조상 영혼은 몇대를 내려가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친정 형제들이 느닷없이 생활고에 쪼들리게 된 S여인이 구명시식을 청했다. 그녀의 아버
지 혼령을 차길진 법사(49.후암정사)가 법당안으로 불렀다.

S여인의 막내동생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친정 형제들이 합작한 사업도 실패,
모두가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구명시식은 '원인없는 결과란 없다'는 점을 새삼 확인해줬다. S여인의 아버지는 생전에
첩을 두었다. S여인의 할머니는 며느리(S여인의 어머니)를 유독 미워했다. 결국 본처는
한겨울에 돈은 물론 변변한 옷가지도 챙기지 못한 채 내쫓기고 말았다. 갈 곳 없이 헤매
던 며느리는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객사했다. 그 한이 자식들에게 씌운 것이다.

법당에 들어온 S여인의 어머니 영가(영가)는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차법사가 "그만
큼 자식들 재산 말아 먹었으면 되지 않았소. 이젠 물러나시오"라고 호통쳤다. 그러자 다
소 누그러진 기색의 어머니 영혼이 하소연했다 . '이미 이승에서 엎질러진 물이라 그리
쉽게 해원할 수는 없소. 게다가 온몸이 가시에 찔려 견디지 못하겠단 말이오.'

식을 마친 뒤 S여인과 형제들은 한동안 잊고 지내다시피 했던 어머니 무덤을 찾아 갔
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아카시아가 산소 아래쪽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봉분
을 파하고 보니 이미 뿌리가 관을 휘감아 파고든 상태였다.

사업가 이모씨(43)가 "하는 일마다 안풀린다"며 차 법사에게 왔다. 이씨조상들의 영가
를 차례로 불러냈다. 4대 조부의 혼백이 무수한 원혼들에 둘러싸여 나타났다. 개중엔 원
한에 사무친 흉칙한 모습의 정령들이 많았다. 한 정령이 외쳤다. '사또가 남의 말만 믿고
태형(태형)을 가했소. 그래서 목숨까지 잃게 된 원혼이오.' 이씨의 4대조는 어느 고을의
부사였다.

원혼의 저주 때문인지 평소 얌전하기만 한 기독교 신자 이씨는 이따금씩 무엇에 홀린듯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고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일쑤며, 특히 술이라도 한잔 걸치
면 정도가 심해진다고 했다. 그 때마다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죄다 조상 탓이었다. 이씨 집안을 배회하는 원귀들의 소행이었다.




* 선장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5-3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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