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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도 버릇은 못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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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장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4건 조회 1,347회 작성일 01-01-0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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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못 끊는 버릇이 있다.

감히 절 주변을 맴도는 대범한 귀신도 있다.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고 눈이 침침해지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는
중년여인이 구명시식을 청했다. 시집은 물론 친정까지 돌보며 보스 기질을 과시하는 억척
여성이었다.

스스로 "아마 사업 실패로 폐인이 되다시피 방황하다 홧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혼령이
씌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귀신은 귀신이었다. 하지만 아버지 귀신은 아니었다.

차길진 법사(49.후암정사) 앞에 나타난 귀신의 이름은 백영숙. 중년여인은 한참만에야
'백영숙'이 자신의 사촌언니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귀신 백영숙은 여느 혼령들과 달
랐다. 현령하자마자 법당안의 촛불과 제기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현장에 모인 사람
들의 얼굴마다 공포의 그림자가 서렸다.

귀신은 하소연했다. '수술 후유증, 그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마약에 빠지게 됐고,
결국 마약 탓에 죽었습니다.' 중년여인과 가족들이 일제히 해원의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귀신은 오로지 마약 생각 뿐이었다. '한 대만, 한 대만 놔줘....' 귀신은 천도를 거부했
다. 마약만을 요구하면서.

한편, 서울의 어느 사찰에서 물길을 덮는 공사를 벌였다. 장독대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
였다. 그 후 그 절에 다니는 사람들이 초파일을 전후해 다치거나 화재로 죽는 일이 잦아
졌다.

그중 한 신도의 집에 불이 났다. 만취해 귀가한 남편의 담뱃불이 화근. 딸이 소방서에
신고해 진화는 됐다. 하지만 딸 방으로 옮아간 불만은 어쩔도리가 없었다. 혼기에 이른
딸은 그렇게 갔다. 어머니는 계속해서 딸의 천도제를 지내 주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며 나날이 고통스러워졌다. 딸은 영혼결혼식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
다.

그 절에는 '소리불', 즉 노래와 법문을 테이프에 담아 신도들에게 나줘주며 포교하던
스님이 있었다. 자금에 여유가 생기자 빌딩 지하에 녹음실을 얻어 테이프를 대량 제작하
던 스님은 난데없는 화재로 입적했다. 모든 것이 숯덩이로 변했지만 스님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들만은 그을음 한점 없이 멀쩡했다. 스님의 유품을 거두던 상좌들은 '1년안에 세상
을 뜬다 뜬다 하시더니...'라며 슬퍼했다. 물귀신의 기운을 막은 게 잘못이었다. 불귀신
의 기운이 너무 강해졌던 것이다.




* 선장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5-3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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