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피할 수 없다” 도둑 잡은 초능력 수사관…혹시 당신도? > 초능력/최면

최근 일본에서 흥미진진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수사관들이 ‘초능력’을 발휘해 도둑을 잡았다는 것이다. 한 번 스쳐간 얼굴이라면 절대 잊지 않는 이들은 ‘슈퍼 인지능력자(super recognizer)’로 불린다. 이 초능력은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

초능력 수사관의 활약

지난 2일 오전 10시45분 일본 후쿠오카현 카미타카하시의 길거리에서 현금수송 차량이 도둑을 맞았다. 범인은 7200만엔을 들고 달아났다. 경찰은 용의자로 A씨(65)를 특정하고 지명수배했다. A씨는 지난 18일 정오쯤 오사카시 키타구의 한 장외주권 판매장에서 오사카경찰서 수사관들에게 체포됐다.

당시 언론은 A씨 검거 소식만 전했을 뿐 범인을 잡은 수사관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범인을 검거한 수사관들은 비범한 사람들이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이들은 수백명에 이르는 지명 수배자의 얼굴을 항상 기억하고 다니며 혼잡한 길거리에서 특정 수배범을 집어낼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이었다.

A씨는 검거 당시 하얀색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숨겼지만 슈퍼 인지능력을 지닌 수사관들의 감시망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은 A씨의 눈매만 보고 단박에 기억 속에 저장돼있던 수백명의 수배범 중에서 A씨를 골라냈다.

슈퍼 인지능력을 가진 수사관들은 수배범 1명만 뒤쫓지 않는다. 이미 그들의 머리속에는 수백명의 수배범에 대한 인식 정보가 들어 있다. 이들 중 누구라도 초능력 수사관 시야에 포착되는 순간 독안에 든 쥐가 된다.

현대에 더욱 도드라진 능력

슈퍼 인지능력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강화된 독특한 ‘현상’이다.

중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평생 한 동네 주민 수백명만 알고 지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현대인들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기억해야 한다. 현대인은 더구나 상대방의 얼굴만 기억해선 안된다. 그들의 이름과 소속, 부서, 직무를 재빨리 기억해야 보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 심리학부의 리처드 러셀 교수와 켄 나카야마 교수는 지난 5월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용모 인식능력은 인류가 원래부터 갖고 있던 능력이지만 특히 최근 이 능력이 발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셀 교수 등에 따르면 슈퍼 인지능력자들의 경우 두 달 전 같은 상점에서 쇼핑하다 지나쳤던 사람까지 골라낼 수 있다. 상대방이 머리색을 바꾸거나 나이를 먹어도 슈퍼 인지능력자는 그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단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상대라도 기억하는데 문제가 없다.

러셀 교수 등은 슈퍼 인지능력자들이 일반인들과 다른 기억 저장 방식을 사용한다고 믿고 있다. 즉 얼굴 전체가 아닌 상대방의 직업이나 특징 등을 함께 기억한다는 식이다.

러셀 교수 등은 앞서 슈퍼 인지능력과는 정반대로 다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얼굴인식장애(prosopagnosia)’에 대한 학문적 체계를 마련하기도 했다.

중증의 얼굴인식장애를 지닌 사람은 친구는 물론 가족 얼굴마저 기억하지 못한다. 선천적인 경우도 있고 외상이나 감염으로 얼굴 인식 불능증에 걸린 경우도 있다. 유전자 결함 때문이라는 연구도 나왔다.

얼굴인식장애는 1947년 의학계에 첫 보고됐다. 러셀 교수 등은 몇 년 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2%가 이 증상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가수 신해철이 2007년 “아내를 몰라본 적이 있다”며 얼굴인식장애를 고백한 적이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target="_blank" rel="noreferrer noopener">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