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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바람타고 날아온 바이블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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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장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2건 조회 2,916회 작성일 01-01-1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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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바람타고 날아온 바이블 코드
20세기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지금, 세기말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신비의 책' 한권이 등장했다. 3천년 전 쓰여진 성서 속의 암호를 풀면 지금 세계의 모습이 나타난다는 주장을 담은 '바이블 코드'가 바로 그것이다. 이 허무맹랑한 주장의 진실을 뜯어본다.

대통령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서로 "내가 대통령이 돼야 나라가 잘 된다" 자기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앞날을 내다보는 신통력을 가진 이가 있다면, 그의 눈에 지금의 아수라판은 콧방귀가 나올 만큼 우스운 일임에 틀림없다.

모든 결과는 '완료'의 상태이며, 당선자는 어떤 곡절이 있어도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도록 '절대자'에 의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통령 선거 뿐만 아니라,
박찬호가 내년에는 몇 승을 올릴 것인지, 한국이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것인지, 좀 거창하게는 국가의 앞날, 전 인류의 미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특별한 '신의 계시'를 받지 않은 당신도 조금만 노력하면 이 모든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서, 특히 구약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아무도 모르고 있던 이 비밀은 미국의 한 전직 기자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집에 놓여 있는 성서에는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굵직한 사건들이 이미 3천년 전에 언급돼 있다고 한다. 믿어지는가?

성경 속에 또하나의 성경이

마이클 드로스닌. 미국의 월스트리트와 뉴욕타임스에서 일하던 전직기자로, 최근 '바이블 코드'란 책 한권으로 어마어마한 인세 수입을 올리고 있는 작가다. 지난 6월 미국 서점에 등장한 이 책은 올 여름을 관통해 지금까지도 세계 각국의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라 있을 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도대체 눈에 보이는 현상을 좇아 다니는 것에 익숙한 기자가 온 인류의 비밀을 파헤치는 천기누설의 주인공으로 변신한 까닭은 무엇일까. 드로스닌이 책에 밝힌 과정은 대략 이렇다.

지난 92년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인사를 만나 취재를 벌이던 그는 우연히 헤브루대학의 수학자인 립스박사의 연구 내용을 전해 들었다. 립스박사가 성서에서 현대와 미래의 사건을 말해주는 암호를 발견했는데, 걸프전이 발발하기 3주 전에 그 시기를 맞추었다는 것이다.

양자물리학을 가능케 하는 수학분야인 '그룹 이론'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학자인 립스는 다른 2명의 동료와 함께 구약성서의 첫부분인 창세기에서 9-18세기에 살았던 현인 32명의 이름과 출생·사망일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대다수를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립스 박사의 연구는 또다른 수학자들의 3단계 검증을 거쳐 학술지인 '통계 과학' 94년 8월호에 발표됐다. 또 처음에는 이 논문의 진실성에 회의적이었던 미국 정보기관의 암호 해독가가 이를 확인해본 결과 사실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의 신빙성은 99.999%이며 우연만으로 발견될 확률은 1천만분의 1이라는 수학자들의 지지가 뒤따랐다.

립스 박사가 단어를 찾아낸 방법은 '등거리 문자 배열'이라 불린다. 헤브루어로 된 총 30만4천8백5개의 모세5경 원문 글자를 띄어쓰기 없이 일렬로 배열해놓고 일정한 숫자 간격으로 건너뛰면서 글자를 모아 단어를 만드는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토라어로 쓰여진 모세5경(이 때문에 모세5경은 토라라고도 불린다)은 원래 모두 한권의 책이었으며, 모세가 신으로부터 성경을 받았을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단어처럼 붙어 있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성서를 등거리 문자 배열 방법으로 살핀 것은 체코의 프라하에 살던 유태인 랍비 와이스만델이 처음이다. 그는 헤브루어로 된 모세5경 각각의 첫 부분에서 50개씩 글자를 뛰어넘으면 '토라'라는 단어가 되는 것을 밝혀냈다. 결국 립스의 연구는 여기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여하간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연결돼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단어들로 암호화돼 있다"고 확신한 드로스닌은 바이블 코드의 존재를 확신하고 모세5경, 즉 구약의 창세기, 출애급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로 범위를 확대했다.

그는 립스박사가 현인의 이름과 관련된 날짜를 찾는데 동원한 것과 같은 방법을 통해 세계사적으로 굵직한 단어를 찾기 시작했다.

드로스닌이 책에 기술한 '성경 속의 숨은 예언'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듯 사건의 관계자와 날짜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전율케 한다.

95년 11월에 발생한 이스라엘 라빈 총리 암살과 암살범의 이름, 클린턴의 미국 대통령 당선,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미국대공황,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날짜와 당시 닐 암스트롱이 한말(한 인간에게는 작은걸음이지만, 전체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 슈메이커-레비혜성과 목성의 충돌, 히틀러의 등장과 아우슈비츠 만행, 고베대지진 ….
드로스닌은 이같은 암호가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것은 컴퓨터가 없기 때문이며, 컴퓨터의 등장으로 암호가 풀릴 것이라는 것 조차 바이블 코드에 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성경의 모든 문장과 구약의 헤브루 원전 밑에 숨어 있는 모든 문장들이, 종횡으로 연결된 단어와 문구들의 복잡한 네트워크'라고 성서를 정의한 그는 이렇게 단언한다. "성경 속에 또 하나의 성경이 있다." 과연 그럴까.

"터무니 없기로는 특허감"

이 책에서 드로스닌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학자들을 여럿 등장시켰지만, 그에 못지 않은 수의 성서학자와 수학자로부터 격렬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심지어 드로스닌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립스박사 조차 "그와 만난 적은 있지만 드로스닌의 바이블 코드에 관한 연구와 그가 내린 결론, 추론 모두를 지지하지 않으며, 모세5경의 메시지로부터 특정한 예언을 끄집어내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일"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밝혔다.

얼핏 신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처럼 보이는 이 책이 성서 학자들에게 '쓰레기' 대접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허무맹랑하다는 것이다. 랍비이자 하버드대학의 수학교수인 슈로모 스텐버그는 학술지인 '바이블 리뷰' 8월호에서 드로스닌의 책이 '터무니 없기로는 특허감'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유대교 뿐만 아니라 가톨릭이나 신교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성서란 있는 그대로 읽혀져야지, 여기에 글자를 제 맘대로 떼어내 예언과 결부시키는 것은 시한부 종말론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집단들의 발호를 부추길 뿐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런 류의 책에 현혹되기 보다는 그 시간에 성서 한구절을 더 읽어보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성서 해석상의 문제는 관점의 차이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니 논외로 친다 해도, 드로스닌이 구사한 방법론에 대한 수학자들의 지적은 훨씬 신랄하다.

통계학자들 사이에서는 드로스닌의 방법론을 '유치한 장난'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통계학적으로 커다란 덩어리 속에서 원하는 자료(암호)를 찾아내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성경이 아닌 다른 텍스트를 이용해서도 얼마든지 '장난'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 설명된 바에 따르면 그는 암호를 풀기 위해 몇 개의 문자를 같은 숫자로 건너 뛸 것인지를 선택하지 않았다. 즉 원하는 단어가 나타날 때까지 숫자 간격을 계속 바꾸었다는 얘기다. 이런 작위적 방법을 통해 얻은 결과를 신의 예언이라고 말하는 것은 기만에 불과하다. 통계학자들은 이런 식이라면 성서 아닌 어떤 책을 대상으로 삼아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 컴퓨터과학과 브렌든 맥케이 교수는 드로스닌이 사용한 방법과 동일한 방법을 통해 요한계시록에서 '윌리엄 게이츠'(빌 게이츠) '선동가' '지도자'란 단어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름이 쓰여진 곳의 좌우, 상하, 대각선 내에서 'MS-DOS' '왕좌에 앉은 이' '공포의 소프트웨어' '가상 현실' 등의 단어를 찾아냈다. 이로 보자면 요한 계시록에는 이미 빌 게이츠가 소프트웨어계를 평정할 것이라는 예언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드로스닌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멜빌의 소설 '백경'(모비 딕)에서 '수상 암살'(assassination of prime minister)이란 단어를 찾아내보라"고 반박하며 암호가 모세5경 안에서만 발견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맥케이교수는 뉴멕시코주 페랄타대학의 수학자 데이브 토머스와 함께
이 소설 안에서 인도의 간디 수상 암살과 마틴루터 킹의 암살을 '예언'한 부분을
찾아보임으로써 드로스닌을 무안케 했다.

토마스 교수는 한발 더 나가 헤브루 성서를 이용한 드로스닌과 달리 영역본 창세기를 선택해 이 안에서 UFO, 로스웰이니 하는 단어를 찾을내기도 했다. 성서와 UFO, 혹은 로스웰 사건 등은 상식적으로 서로 연관을 가질 수 없는 단어들이다.

드로스닌이 히브리어를 바이블 코드의 텍스트로 삼아 자신의 주장을 펼친 것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원래 모음 없이 자음만으로 기록된 토라는 그 본문이 부정확하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히브리 성서는 나라를 잃고 흩어져 살던 유대 율법학자들이 서기 600-700년경 많은 구약성서 사본을 참고해 만든 것으로, 사본마다 철자가 달라 어떤 것이 가장 진짜에 가까운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

게다가 히브리어는 비슷한 문자들이 많아 이런 착오를 일으키키 쉽다고 학자들을 말한다. 글자 한 두자 틀리는 정도의 소소한 착오는 전체의 의미를 해석하는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를 코드화해 한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예언으로 내밀 때에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자 하나에 따라 뜻이 왔다갔다하는 일이 얼마든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책의 글자들을 재배열하는 것은 세계를 재편성하는 것과 같아. 여기엔 예외가 없어. 무슨 책이든 그래, 철자법 책조차도. …" 바이블 코드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한번쯤 음미해 볼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푸코의 추'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바이블 코드, 노스트라다무스, 정감록

드로스닌은 바이블 코드가 3천년 전에 기록된 성경의 메시지, 즉 신의 말씀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인류의 미래로 맞춰진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따른다면 앞으로의 인류가 맞닥칠 시간은 그리 조용해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책 끝머리에 바이블 코드가 "신에 의한구원의 약속도, 불가피한 종말의 위협도 아닌, 일련의 정보일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서기 2000년과 2006년이 '원자 대학살', '세계 대전'이란 단어와 교차해 나타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협박'으로 책을 맺고 있다.

"바이블 코드는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아닐 지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에게 '일어날 일'이 아니라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애기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이 파괴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그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바이블 코드의 경고가 사실이라고 믿어야 한다."

마치 편지를 받고 7일 내에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은 편지를 보내지 않으면 불행이 온다는 '행운의 편지'를 연상케 하는 이 대목은 바이블 코드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특히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허다한 예언이 종말론 등 극단적인 주장과 연관돼 세기말 바람을 타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던 것이다.

드로스닌은 특정한 사건에 관련된 인물의 이름과 연도 등을 적시함으로써 성경의 암호가 정확하고 자세하다는 점에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상 일이 일어난 다음에야 해석이 가능하며, 그 해석이 '꿈보다 해몽' 식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바이블 코드 역시 노스트라다무스나 격암유록, 정감록 등 이른바 비전(秘典)이라 불리는 범주의 서적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영화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바이블 코드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판권을 사들였다고 한다. 그동안 잘 팔리는 소설이 영화화된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논픽션류가 할리우드 제작자에 의해 영화화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바이블 코드가 그만큼 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한데, 이제 우리는 조만간 또한편의 'X파일'을 보게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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