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대 중국에서 사용된 여자들만의 문자 - 뉘수 > 미스테리

본문 바로가기

뒤로가기 미스테리

전통시대 중국에서 사용된 여자들만의 문자 - 뉘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벨리사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616회 작성일 04-11-19 20:10

본문

1982년, 중국의 벽지인 후난(湖南) 성 장융(江永) 현에 사는 한 여성이 베이징의 친척들을 방문합니다. 그런데 친척들은 그녀가 생전 처음 보는 글씨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되죠. 친척이라고는 하나 혈연관계가 멀어서 그들은 장융 현을 찾아가본 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친척들 가운데 한 명이 이 놀라운 사실을 학자들에게 알립니다. ‘뉘수(女書)’, 즉 ‘여자들만이 쓰는 문자’는 이렇게 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사진#1
(뉘수가 사용되었던 지역-중국 후난 성 장융 현은 지도 왼쪽 아래 끄트머리, 江永이라고 쓴 곳이다)

전통시대 중국에서 대부분의 여자들은 교육의 기회를 차단당해 왔습니다. 문자 그 자체는 분명 중립적인 문화 요소지만, 구조 전체가 남성 중심적으로 짜인 중국사회에서 사실 한문, 즉 문자는 여자들에게 외국어나 다름없었던 셈이죠. 그러나 후난 성 남서쪽 귀퉁이에 살던 여자들은 좀 달랐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문자가 있었거든요.

사진#2
(뉘수와 한문의 비교)

위에서 보이는 것처럼, 뉘수는 한문과 완전히 다른 글자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나간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훨씬 위아래로 길고(필기체로 발전하기에 유리) 선들이 간략하며 부드럽습니다. 학자들은 뉘수가 한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발견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연구자들은 여전히 뉘수가 어디에서 기원했고, 누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일부 연구에 의하면 뉘수의 사용 시기는 3세기 무렵까지 거슬러올라간다고 하는데... 그 주장의 근거는 입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자는 결코 비밀 암호는 아닙니다. 장융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이걸 감추거나 속이지는 않았거든요. 올해 78세인 장융의 향토사학자 저우 숴이 옹에 의하면, 1920년대에 뉘수를 처음 본 부친(학교 선생)이 깊은 인상을 받고, 저우 옹이 어렸을 때부터 이 문자를 배우게 했다고 합니다. 네이티브 뉘수 사용자들이 거의 씨가 말라버린 지금, 저우 옹과 같이 의도적으로 뉘수를 배운 남자들이 오히려 이 문자의 보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뉘수가 사라져가게 된 것 역시 남자들의 방해나 사회적 억압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이 근대화되면서 초등교육이 여성들에게도 보급되자, 한문을 익히게 된 여자들이 굳이 뉘수를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던 거죠.

그러나 최근 중국이 급격하게 경제발전을 이룩하면서, 뉘수를 전통문화 유산으로서보다는 ‘관광자원’으로 보는 관점이 강화되었습니다. 썩 탐탁한 풍조는 아니지만, 뭐 이런 면에서라도 뉘수를 보존하고 연구하여 기원을 밝혀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3
(어린이들에게 뉘수를 가르치고 있는 전승자, 후메이웨. 워싱턴포스트 2004년 2월 24일자, 사진 에드워드 코디)



(사진자료 출처)

후난 성 지도 : http://www.hua2.com
뉘수와 한문 비교도 : http://www.ancientscripts.com/nushu.html
뉘수를 가르치는 후메이웨 : http://www.msnbc.msn.com/id/4356095
추천2 비추천0

댓글목록

김남석님의 댓글

김남석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나라에도 조선 중국어 중에서 왕비나 그보조에게서 글자가 통용되었다고도 합니다 저것과는 전혀다른 후세기에 있었던 일이지만요
 
아마도 생략글이나 비어 은어의 개념이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진다는 거 겠지요

상층의 이상적인 글자의 연구보급이나

하층의 자연적인 생략 단축 쉽게 쓰기 등등
오늘날 우리정음글자 와 한자의 대결을 보듯말이죠

승부를 떠나서 편리성에 의해서 좌우 되었다고도 보입니다
익히고나면 편리한것이 한문이고
익히지못하면 불편한것이한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문자는 문법 체계는 복잡하되  소통은 잘된다는 말이 있지요
그저 도움이 되었으면합니다



벨리사리님의 댓글

김남석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고자료 : 사진 2의 문장 해석(뉘수, 한문 동일 문장입니다)

그녀로 하여금 분장을 하고 머리를 빗게 했다네.
머리에 진주(장식)를 꽃으니 찬란한 빛이 나네.
다소곳이 앉아 있으니 마치 관세음보살 같구나.

벨리사리님의 댓글

김남석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료가 많지 않아 아직 뭐라 하긴 어렵지만, 한문과는 거의 닮지 않았어도 갑골문과는 유사한 형태의 자들이 눈에 좀 띄는군요.

어쩌면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하고 표준문자를 제정하기 전, 독자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던 초(楚)나라 문자가 외진 지역에서 살아남은 건 아닌지...(중국 남방은 모계사회의 유풍이 강하고,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화북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도 연관 있을지 모름)

Total 1,459건 17 페이지
게시물 검색
Copyright © www.sunjang.com. All rights reserved.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