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잊지 못하는 독거미 > 미스테리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 암컷 독거미(wolf spider)는 어릴 때 만났던 `첫사랑'과 닮은 수컷과 사랑하기를 바라며, 수컷이 첫 사랑과 닮을수록 데이트 기간에 암컷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낮다고 과학자들이 말했다.

27일 영국 BBC 인터넷판과 A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코넬 대학의 에일린 허베츠 박사 팀은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독거미의 이같은 생태를 소개하면서 무척추동물들도 전 생애에 걸쳐 무엇인가를 기억할 수 있는 사회적 인지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생에서 수컷 독거미는 암컷보다 훨씬 빨리 성장한다. 이에 따라 암컷은 미처 성장하기도 전에 이미 성숙한 수컷의 유혹을 받게 되는데 이 중대한 시기에 암컷이 만나는 `첫 사랑'은 나중에 성적 상대를 찾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컷은 보통 앞다리를 흔들면서 암컷을 유혹하는데 독거미의 다리는 털이 많고, 다리 색깔은 어두운 갈색부터 흑색까지 매우 다양하다. 암컷은 보통 수컷 다리색으로 상대를 분간하며, 미숙한 시기에 만났던 `첫사랑'의 다리 색과 비슷한 상대와 교미하기를 원한다.

첫 사랑의 다리 색과 다른 거미가 데이트를 신청했다가는 `점심'용으로 잡아먹힐 정도로 암컷은 잘 알지 못하는 상대와는 데이트를 꺼린다.

연구 책임자인 허베츠 박사는 "사회적 경험은 배우자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번 연구는 무척추동물도 사회적 인지능력을 갖고 있으며, 허물을 벗고 털갈이를 하는 과정에서도 그것이 계속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독거미의 이같은 행태는 진화론적인 우월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허베츠 박사는 "어떤 진화론적인 우월성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튼튼하고 힘센 수컷이 더 빨리 성숙할 것이며, 암컷은 보통 새끼 아버지로 힘센 수컷을 원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 성적으로 원숙해 보였던 상대와 같은 짝을 고르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생후 20일이 돼야 성숙해지는 독거미들은 최대 3주간 사회적 기억들을 간직하는 것으로 이번 실험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독거미의 수명이 1년 정도인 만큼 추가 실험을 통해 더 오랜 기억능력을 가졌는지를 검증해볼 여지가 있다.

허베츠 박사는 "우리는 이 거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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