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이 녹는다 > 미스테리

10년마다 0.5도씩 상승… 영구凍土층까지 녹아


북극이 계속된 지구온난화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북극의 기온은 400년 만에 최고 수준.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解氷)도 최고 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주변 강들의 방류량이 늘어나고 있고,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하고 있다.

◆북극의 변화=최근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은 북극의 최근 심각한 상황을 보도했다. 북반구의 호수와 강에 얼음이 덮이는 시기는 1850년보다 평균 16일 짧아졌다. 위성사진 촬영 결과 북극의 눈보라 없는 기간은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10년마다 북극 기온은 섭씨 0.5도씩 상승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북극지역 평균기온은 400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빙하 역시 지난 10년 동안 침식 속도가 3배로 뛰었다. 해수면은 지난 10년 동안 2㎜ 높아졌다. 1978년 이후 여름 동안의 해빙면적은 7%가 늘었다. 이와 함께 본래 지표면 아래서 영원히 얼어 있어야 할 영구동토층까지 녹고 있다.

러시아 하천들에서 북극해로 흘러드는 담수들 역시 지난 60년 동안 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해의 얼음 역시 녹고 있다. 북극해에서 얼음이 덮인 부분은 1972년부터 10년마다 3%씩 줄고 있다. 북극해에 미국 크기의 얼음이 떠 있다고 하면, 이 중 뉴햄프셔주와 콜로라도주를 합한 만큼의 면적이 10년 동안 녹고 있는 것이다.

수십년간 얼음의 두께 역시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일부 기후학자들은 2080년이면 북극해가 여름에는 얼음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구동토층과 빙하층이 녹고 하천의 방류량이 증가하면서, 지구 전체의 해양 순환도 교란될 위험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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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이 녹는 이유?=도대체 북극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온실가스의 지속적인 농도 증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일부에서는 자연적인 순환에 따라 간빙기가 좀더 길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과학자들은 여기에 충분히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가 없다. 이는 북극에서의 기후 변화가 한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순환 시스템이 연계돼 있기 때문. 이 중 가장 중요한 효과는 얼음-알베도 되먹임(Ice-albedo-feedback)이다. 알베도란 물질이 빛을 반사하는 정도다. 알베도가 1인 표면은 모든 빛을 반사하고, 0인 곳은 모든 빛을 흡수한다. 놀랍게도 북극은 거의 0에서 1까지 다양한 알베도를 가진다. 얼고 눈 덮인 곳에서는 0.85의 높은 알베도를 보이며, 얼음이 없는 곳에서는 0.07까지 알베도가 떨어진다.

얼음-알베도 되먹임이란 북극의 얼음에 덮인 지역이 햇빛을 반사, 북극의 낮은 기온을 유지하는 효과를 말한다. 따라서 북극의 온도가 상승하면 얼음이 녹아 알베도가 낮은 맨땅이나 연못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북극이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가져오게 만든다. 알베도 효과만 생각한다면, 단순하게 지구 온난화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일어나는 되먹임 현상은 복잡하다. 예를 들면 알베도가 감소하면 기후가 따뜻해지고, 대기는 좀더 많은 수증기를 품어 구름을 만든다. 구름은 마치 양산처럼 햇빛이 북극 지표면에 직접 쏟아지는 것을 차단하지만, 담요처럼 긴 파장의 복사열을 잡아두는 효과도 가진다.

과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햇빛이 적은 겨울철에는 담요 효과가 월등하고, 햇빛이 많은 여름에는 구름의 성질에 따라 담요 효과와 양산 효과가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극에 방대하게 동결돼 있는 토탄(土炭)도 기후에 관여한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이 토탄이 녹기 시작하고, 온실효과를 갖는 이산화탄소를 내놓아 지구 전체를 덥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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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진동(NAO·North Arctic Oscillation)’이라고 불리는 북극의 대기순환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최근 나타났다. 바이킹 시대부터 알려진 이 순환은, 아이슬란드 부근의 저기압대와 북대서양의 아조레스제도 주변의 고기압대가 연동하면서 일으키는 다양한 변화를 가리킨다. 두 기압대가 모두 강하면, 고기압대에서 아이슬란드 저기압대 주변으로 따뜻한 바람이 북유럽과 북유라시아 대륙으로 흐른다. 동시에 그린란드 부분을 감싸고 있는 차가운 공기는 북아메리카 쪽으로 쓸려내려간다. 두 기압대가 모두 약해지면 반대현상이 일어난다. 1970년 이래 두 기압대는 거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온난화를 설명해준다.

이같은 북극에서의 다양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국가기관들이 SEARCH(Study of Environmental Arctic Chang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북극 연구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북극지역은 마치 댐이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처럼 지구 전체의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북극의 얼음층이 녹기 시작하면 직사광선 반사는 줄어들고, 극지방은 열대지방의 열을 받아들이지 못해 지구 전체가 더워지는 현상이 가속화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정용승 한국교원대 교수가 1990년대 후반부터 7년여 동안 북극 위성사진 2654장을 세계 최초로 분석, 북극의 온난화로 인해 발생한 수증기가 한반도를 포함한 북반구 전체의 강수량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북극에서의 변화가 지금 추세를 유지한다면, 지구의 기후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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