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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동물원] “네 이 X, 죽어봐라!”...벌거숭이 여왕의 ‘피의 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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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ggm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0건 조회 153회 작성일 24-01-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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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동물원] “네 이 X, 죽어봐라!”...벌거숭이 여왕의 ‘피의 대관식’

 

 

불로장생의 설치류 ‘벌거숭이두더지쥐’
개미나 꿀벌처럼 여왕의 절대권력 행사
여왕 권력 쟁탈 위한 혈투 목격
동물원, 이례적으로 패자, 안락사 시키며 ‘개입’

 

 

‘여왕’이라는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올려지십니까? 기품과 고귀한 혈통, 무한한 존경과 사랑, 혹은 꺼지지 않는 권력욕! 이런 것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의 결정체라 하겠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아니 지구상에 생명체가 숨쉬기 시작한 이래 정말 수많은 여왕이 명멸했습니다. 사람이 구축한 왕조 뿐만이 아닙니다. 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짐승들 중에서도 여왕을 배출하고, 여왕에 의해, 여왕을 위해 살아가는 무리들이 있어요. 곤충 중에선 개미와 꿀벌, 흰개미의 무리가 있습니다. 젖먹이짐승 중에서는 강력한 모계사회를 구축하는 코끼리,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우두머리 암컷 지배 시스템을 구축한 하이에나가 대표적인 케이스지요. 오늘은 이들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권력욕과 카리스마로 따지면 절대로 뒤쳐지지 않는 한 여왕의 왕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독특한 생김새에서 이름이 비롯된 벌거숭이두더지쥐. 사람으로 치면 수명이 800살에 해당한다. /Smithsonian National Zoo
 독특한 생김새에서 이름이 비롯된 벌거숭이두더지쥐. 사람으로 치면 수명이 800살에 해당한다. /Smithsonian National Zoo
 
놈을 언뜻 보는 순간 흠칫할지도 모르겠어요. 갓 숙성한 보들보들한 명란젓에 네 발이 달려 움직이는 것 같아요. 기껏해야 어른 집게 손가락을 쭉 편 한뼘의 몸길이는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짐승 새끼인가 싶어요. 그 명란젓핑크색 몸뚱아리에 나다만 것처럼 듬성듬성 털이 돋아있죠. 이게 발이 달린 명란젓이 아니라 엄연한 짐승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말해주는 것은 입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돋은 한쌍의 기다란 뻐드렁니가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외모를 완성해줍니다. 놈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귀엽고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이름이 곧 외모를 말해주는 놈의 이름은 ‘벌거숭이두더지쥐’입니다.
설치류의 한 종류인 벌거숭이두더지쥐. 동아프리카 초원지대에 산다. /Smithsonian National Zoo
 설치류의 한 종류인 벌거숭이두더지쥐. 동아프리카 초원지대에 산다. /Smithsonian National Zoo
 
보면 볼수록 기묘하게 빠져드는 모양새 때문에 동물원에서는 제법 관객몰이를 하는 인기 아이템입니다. 그런데 삶 자체가 미스터리입니다. 놈이 속해있는 쥐들의 무리, 설치류는 신진대사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체로 조그마한 몸뚱아리를 하고 있고, 많이 낳고 엄청난 속도로 자라는 대신 그만큼 숱하게 잡아먹히고 빨리 죽습니다. 하지만 설치류인데도 놈은 다릅니다. 빨리 자라고 많이 낳는데 엄청나게 오래 살아요. 평균 수명은 30년인데, 이게 사람으로 치면 800살이예요. 해리포터의 최강 마법사이자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장 알버스 덤블도어보다 다섯배나 오래 산다는 거죠. 이 족속을 사육·전시하고 있는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지난해 11월 판다곰 세마리 가족을 중국으로 보내야 했던 그곳입니다.)이 최근 벌거숭이두더지쥐 왕국의 여왕 자리를 두고 벌어진 피튀기는 패권 쟁탈전을 이달의 동물원 소식 코너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제목은 ‘벌거숭이 두더지의 여왕은 어떻게 간택되나(How Do Naked Mole-Rats Choose a Queen?)’예요. 이 족속의 모습을 담은 동물원 제작 동영상을 보실까요?
mobile.m3u8 (클릭하면 영상 볼 수 있습니다.)
 
내용인즉슨 이렇습니다. 이 동물원에는 58마리로 구성된 벌거숭이두더지쥐 제국이 있습니다. 그 권력의 정점에는 여왕이 있습니다. 암수를 불문하고 다른 놈들보다 몸뚱이가 확연히 큰 여왕은 수컷과 부둥키는 흘레권을 독점하며 모든 무리들을 자신의 핏줄로 채웠습니다. 여왕의 무기는 출산입니다. 수컷들로부터 씨를 받아 계속 무리를 생산합니다. 종내에는 한 배에 무려 서른 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을 정도로 절대적인 능력을 과시하게 됩니다.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먹이를 먹고 있다. /Smithsonian National Zoo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먹이를 먹고 있다. /Smithsonian National Zoo
 
이렇게 태어난 무리들은 평생 자신들의 어머니이자 우두머리자 권력자인 여왕을 위해 봉직합니다. 개중 몇마리 수컷들은 간택돼서 여왕의 곁으로 끌려갔겠지요. 자신의 핏줄로 무리를 채워가며 절대자로 군림하는 여왕의 존재는 여신, 혹은 그 이상입니다. 이 무리의 여왕은 2012년생의 젊은 암컷이었어요. 여섯살인 2018년 즉위해 5년이 넘도록 무리의 지배자이자 지도자로 군림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가을 그 강력했던 체제에 균열이 갑니다. 왕관을 빼앗으려는 다른 암컷의 도전이 시작됐죠. 원문 내용에 상상력을 보태서 당시 권력 다툼의 주역들 사이에 오갔을 대화를 재구성해봅니다. 

여왕 :어인 일이냐? 

도전자 : … …

여왕 : 어인 일이라고 묻지 않느냐? 왜 꿀먹은 벙어리인게냐? 도전자 : 폐하, 그만 물러나시옵소서.여왕 : 무어라?

도전자 : 혼자서 평생토록 왕 노릇 하니 좋으시더이까? 말년은 보장해드릴 터이니 좋은 말 할 때 뒷전으로 물러나시옵소서.

여왕 : (부들부들 떨며) 네 이 X! 뚫린 입으로 뱉어내는 건 다 말이라더냐?

도전자 : (무섭게 쏘아보며) 뭐? 네 이 X? 정말 이 X이 보자보자하니까. 내가 이제 킹왕짱이니까 꺼지라니까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여왕 : 꼬물거리던 새끼때부터 먹여주고 키워줬더니 등뒤에서 칼을 꽂는구나. 이런 쥐새X만도 못한 X. 본때를 보여주마.

도전자 : 얌전히 뒷방으로 보내주려고 했는데, 어디 한번 죽어봐라 이 X아..

여왕과 도전자가 맞붙었습니다. 날카롭게 벼려진 뻐드렁니의 끝으로 두 마리의 암컷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서로를 겨냥합니다. 첫번째 혈투는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두번째, 다시 이어진 세번째 혈투에서 여왕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비참하게 무릎을 꿇습니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권력을 향한 쟁투에서 패자의 말로는 비참합니다. 5년간 누려온 권좌를 내어준 옛 여왕은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헐떡입니다. 이 거대한 권력투쟁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던 인간입니다.

벌거숭이두더지쥐와 새끼들이 먹이를 먹고 있다. /Smithsonian National Zoo
 벌거숭이두더지쥐와 새끼들이 먹이를 먹고 있다. /Smithsonian National Zoo
 
그러나 살아도 산게 아닌 산송장이 돼서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옛 여왕을 지켜본 동물원 스태프들은 어려운 결정을 내립니다. 원래 쭈그러들어있지만, 격렬한 몸싸움으로 더욱 쭈그러든 축출된 옛 여왕의 가냘픈 몸뚱이에 약물을 투입합니다. 몸부림치던 몸의 경련이 잦아듭니다. 혼이 빠져나가면서 명란젓핑크색 몸뚱이는 핏기가 빠져 창백해집니다. 죽음의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거대한 제국을 구축했던 여왕의 삶은 안락사로 마무리됩니다. 이곳이 야생이었더라면, 온갖 벌레와 박테리아들이 몰려들면서 여왕의 몸뚱이를 두고 한바탕 만찬이 벌어졌을테지요. 하지만, 인위적인 안락사로 살처분된 이상, 규정에 맞게 처리됐을 겁니다.
벌거숭이두더지쥐 무리들이 부둥켜있는 모습. /Smithsonian National Zoo
 벌거숭이두더지쥐 무리들이 부둥켜있는 모습. /Smithsonian National Zoo
 
이렇게 기존 권력이 퇴장하고 새로운 권력이 등장합니다. 이 새로운 여왕도 언젠가 때가 되면 미래 권력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고, 지금과 같은 처절한 싸움을 벌일 것입니다. 어렵사리 수성을 하든, 아니면 치명타를 입고 고꾸라져 피의 대관식의 희생양이 되건 둘 중 하나입니다. 세상의 모든 짐승들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스스로를 적응시켜왔습니다.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이렇게 낯선 행색을 하게 된 것도, 주요 서식지인 동아프리카의 삭막한 초원에서 땅굴을 파고 어둠컴컴한 지하공간에서 강력한 무리 생활을 하는 습성에 맞게 적응한 것이죠. 영생에 가까운 삶을 얻은 대신, 여느 동물들과는 다른 삶을 강요받게 됐습니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그게 바로 야생입니다.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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