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100마리뿐인 뿔제비갈매기···한국에 7마리 있다

4년째 전남 영광 육산도로 귀환

수컷 2마리, 번식 활동했던 성조

수컷 버리고 이혼 선택한 암컷도

다리에 가락지 부착해 개체 식별

뿔제비갈매기가 지난 5월 3일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서 알을 품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지구에 100마리밖에 남지 않은 뿔제비갈매기 중 7마리가 4년째 한국을 번식지로 간택했다. 짝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바닷새가 다른 파트너와 번식한 사례도 확인됐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7일 철새 이동 연구용 가락지와 사진 분석으로 뿔제비갈매기 7마리가 2020년부터 4년째 전남 영광군 육산도로 귀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육산도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육산도는 문화재청의 공개 제한지역, 환경부의 행위 제한 지역으로 지정돼있어 관리·학술 목적 등으로만 출입할 수 있다. 생태원은 “국내 번식지는 보호지역으로 출입이 통제돼 있고 인간에 의한 방해가 최소화돼 있다”라며 “종이 아예 다른 괭이갈매기와 인접해서 교잡 위험도 없다”고 설명했다.

육산도에서 뿔제비갈매기가 처음 확인된 건 2016년이다. 국립생태원은 무인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번식, 행동 등 기초 생태 자료를 확보했다. 그 이후 5~7마리가 계속 육산도를 찾자 2020년부터 ‘같은 개체가 반복적으로 오는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뿔제비갈매기는 2020년 연구 결과에서 세계 생존 개체가 약 100마리로 추정됐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급’으로 등재된 국제 멸종위기종이다.

사진을 통해 확인한 결과, 7마리 중 수컷 2마리는 2016년 육산도에서 번식 활동을 했던 성조로 확인됐다. 바닷새는 보통 4살 이후에 번식할 수 있으니 이 두 마리는 이제 최소 12살이 된 셈이다. 뿔제비갈매기의 수명은 20~30년 정도로 추정된다.

뿔제비갈매기 수컷이 지난 5월 3일 전남 영관 육산도에서 알을 품다가 암컷과 교대하고 있다. 생태원 연구진은 “보통 포란에 능숙한 쌍들은 알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데, 상대적으로 미숙한 암컷 덕에 알을 구경했다”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제공

새끼를 품은 아비새와 암컷을 쫓아다니며 구애하는 버림 받은 수컷. 국립생태원 제공

뿔제비갈매기는 보통 3월 중순~말 국내 번식지에 도착한다. 4월 말까지는 밤에만 섬으로 자러오다가 이후에는 대부분 시간을 섬에서 보낸다. 최근 5년간 매년 4월 15일~19일 사이에 두 쌍이 각 1개씩 알을 낳았다. 중국 뿔제비갈매기 산란 시기보다 약 50일 빠르다.

‘이혼’을 한 뿔제비갈매기도 확인됐다. 7마리 중 암컷 1마리가 2016년부터 6년간 육산도에서 함께 번식 활동한 한 수컷을 버리고 올해는 무리의 다른 수컷과 짝을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바닷새는 짝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경 국립생태원 보호지역팀 전임연구원은 “원래 짝이었던 수컷은 물고기를 물어다가 주는 등 끊임없이 구애 행동을 했고 짝짓기 시도도 했지만, 암컷이 계속 거부했다”라며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 이혼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 수컷을 맞이한 암컷은 버림받은 수컷의 괴롭힘으로 새끼를 잃었다. 이 연구원은 “전에 짝이었던 수컷이 주변을 계속 맴돌며 암컷을 괴롭혔고, 너무 어린 새끼가 밖으로 노출되면서 위험해졌다”라며 “이후 괭이갈매기에게 공격당하며 새끼가 크게 다쳤고, 어미가 급히 품었지만 이미 늦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는 이 암컷이 어떤 수컷과 번식 활동을 할지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괭이갈매기, 뿔제비갈매기 등은 일반적으로 서로 모여서 번식을 한다. 매와 같은 천적에 함께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번식을 하다 보니 다른 어린 개체가 둥지로 접근하면 자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어린 개체를 쪼아서 죽이는 습성이 있다.

전남 영광군 육산도를 한 번이라도 찾았던 9마리 뿔제비갈매기의 부리 모양. 1~7번 개체가 올해 육산도를 찾았다. 국립생태원 제공

그동안 육산도를 한 번이라도 찾은 뿔제비갈매기는 총 9마리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뿔제비갈매기 다리에 부착한 가락지와 평생 변하지 않는 부리 끝 얼룩 등으로 개체를 확인했다. 

박소영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특정 도서 등 국가 보호지역이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안정적인 번식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 다시 확인된 만큼 이곳의 보전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12.07

경향신문 강한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