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번도 아니고…태평양 해변에 네가 왜? > 괴물/희귀동물

이달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발견된 심해어 ‘퍼시픽 풋볼피시’. 수심 800m에서 서식하는 이 물고기는 올해에만 세 번이나 해변에서 발견돼 그 이유를 놓고 과학계가 연구에 들어갔다. 스크립스해양연구소 제공

수심 800m에 서식하는 ‘퍼시픽 풋볼피시’가 태평양 해변에 떠밀려오는 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심해어인 이 물고기가 올해에만 세 번이나 출몰한 이례적인 상황을 두고 과학계가 긴급 조사에 나섰다.

최근 스미소니언 매거진 등 외신은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가 지난 10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안에서 ‘퍼시픽 풋볼피시’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퍼시픽 풋볼피시는 800m 수심에 서식하는 심해어이다. 이 정도 깊은 바다는 수면과 서식 환경이 판이한 만큼 신체 형태도 특이하다. 가장 큰 특징은 머리 부위에 낚싯대처럼 길게 달린 대롱이다. 대롱 끝에는 빛을 내는 방울이 있어 먹이를 유인하는 미끼로 활용한다. 주둥이는 몹집에 비해 무척 크다. 안쪽엔 날카로운 이빨이 촘촘히 박혀 있다. 이번에 해변으로 떠밀려온 퍼시픽 풋볼피시는 길이 33㎝, 중량 2.5㎏인 암컷이었다.

퍼시픽 풋볼피시는 올해 들어서만 캘리포니아 해안에 세 번이나 떠밀려왔다. 지난 5월과 지난달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집된 퍼시픽 풋볼피시의 표본이 31개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물고기가 한 해에 이렇게 자주 모습을 보인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게 과학계의 분석이다.

스크립스 해양연구소는 퍼시픽 풋볼피시가 갑자기 자주 출몰하는 이유에 대해 아직 분명한 답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식 환경에 대한 기초 자료가 워낙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이번에 발견된 퍼시픽 풋볼피시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몸통을 엑스레이로 촬영했고, 유전자 분석을 위해 조직 일부를 채취했다. 특히 심해 먹이사슬을 연구하기 위해 위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확인할 것이라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심해 환경에 예기치 못한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과학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경향신문 이정호 기자

입력 : 2021.12.26 21:25 수정 : 2021.12.26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