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이나 생태가 확연히 다른 3종의 어류가 사실은 동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어류가 성장단계와 성별에 따라 전혀 다른 3가지 모습으로 자라는 것을 미국 연구팀이 밝혀 냈다고 AP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미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 데이비드 존슨(Johnson) 박사팀은 ‘웨일피시(whalefish)’의 일종인 ‘세토미미데(Cetomimidae)’와 ‘빅노우즈 피시(bignose fishㆍ학명 Megalomycteridae)’, ‘테이프테일 피시(tapetail fishㆍ 학명 Mirapinnidae)’ 등 세 어류의 DNA를 조사한 결과 동종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존슨 박사는 “그간 이 세 어류는 골격만 비슷할 뿐 모양이나 생태 등 차이점이 너무 많아 다른 종으로 분류됐다”면서 “이번에 비교해부학적인 연구를 통해 이들이 같은 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위의 세 어류는 성별과 성장단계에 따라 모양이 달라져 다 자란 암컷(세토미미데), 다 자란 수컷(빅노우즈 피시), 성장기(테이프테일 피시) 등 세 가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성장기까지는 먹이가 풍부한 수심 200m 지역에서 서식하다 다 자라면 수백 미터 아래 심해로 내려간다. 성장기에는 긴 꼬리 모양의 부속지(付屬肢)가 생겨 ‘테이프테일 피시’란 이름으로 불려 왔다.

다 자란 암컷은 먹이가 부족한 심해에 잘 적응하도록 입이 커진 형태로 모양이 변한다. 이들은 아가미에서도 치아가 자라 제2의 입 기능을 한다. 다 자란 수컷은 성장기 왕성하게 먹이를 씹던 턱과 소화기관이 퇴화하고 대신 간 크기가 커져 열량을 많이 저장할 수 있도록 발달한다.

또한 ‘빅노우즈 피시’라 불리는 수컷은 이름에 걸맞게 심해에서 냄새를 잘 맡을 수 있도록 코가 크게 발달한다. 연구팀은 이것이 암컷의 냄새를 잘 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연구팀은 암컷의 몸에서 ‘페로몬’을 분출하는 기관으로 추축되는 특이한 조직을 발견했다. 존슨 박사는 “피부에서 분리된 이 기관은 발광성이 없고 기타 기능도 없어 페로몬을 분출해 수컷이 심해에서 쉽게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 이 세 종의 어류는 모두 ‘세토미미데’로 분류된다. 존슨 박사는 “그간 수컷, 또는 암컷만 관찰되던 이 세 종의 어류가 모두 같은 종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많은 수수께끼가 풀렸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가 아직도 심해 생태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번 주 발간된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지에 실렸다.

(사진설명 : 위부터 각각 성장기, 다 자란 수컷, 성장기 암컷 세토미미데의 모습. 이번 연구를 통해 전혀 다른 모습의 세 어류가 동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Biology Letters)

추천1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