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풍경화 '척척' 그림 그리는 견공 > 괴물/희귀동물

사진#01



개가 그림을 그린다. 그것도 제법이란다. 믿기지 않지만 폴란드에 천재 화견(畵犬)이 실제로 있다고 한다.

　'호모가니스 사비엔스 가루디엔시스 세프데무스 뮤단트'란 라틴어와 폴란드 말에 영어가 뒤섞인 긴 이름의 개는 보통은 '호모 데무스'라고 부르는데 '호모 7세'란 제법 귀족적인 이름을 가졌다. 파란옷을 즐겨입고 이젤 앞에 앉아 있을 땐 의젓하다.


　그는 오른 앞다리에 그림 붓을 칭칭 감고 보는대로 형상을 그린다. 붓 끝에는 립스틱을 꽂았다. 주인인 폴란드인 이예지와 그의 애인인 리가 이 천재 화견의 선생이자 조수(?)들이다. "수직선을 그어!"라고 영어로 명령하면 서슴지 않고 내리긋고 "옆으로 그어!"라고 말하면 옆으로 쭉 그어간다. 리 선생의 지시에 따라 자화상과 선생님의 초상까지 그린다.


　좀 복잡한 그림으로는 집에서 연기가 나오고 나무가 자라며 태양이 반짝이는 풍경화와 검은 고양이가 뛰어가는 모습도 그럴싸하게 그린다. 그림 그리기 솜씨만 놀라운 게 아니다. 피아노 연주 실력도 보여준다. '도레미파…' 등 천천히 건반을 치는 그의 모습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잘못이야!"라고 이예지가 외치자 부끄러운듯 계면쩍게 선생을 쳐다보다가 잘못된 곳부터 다시 치는 모습은 어린이들과 너무나 흡사하다. 정신 차린 이 개는 폴란드 민요인 '어린 고양이가 울타리에 올라갔대요'라는 곡과 '서머 타임' 및 '세일링'을 연주한다.


　호모 화견은 무예에도 소질이 있는 듯하다. 카우보이 복장으로 왼쪽 손(앞발)을 들고 오른쪽 손(앞발)에 플라스틱 권총을 잡고 쏘아 사과를 명중시킨다. 열 번 쏘아서 다섯 번 이상 맞추는 실력이다. 이예지의 말에 의하면 생후 1년 6개월 된 아들인 '호모 오구스다부스'(호모 8세)는 더욱 영리해서 손에 펜 라이트를 켜고 알파벳을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호모 가계의 지능 지수는 인간에 버금가는 수준이며 호모 8세는 폴란드 말을 언젠가는 할 것 같다"는 게 이예지의 설명이다.


　호모 견족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지만 어차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면 인간의 복잡하게 얽힌 삶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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