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바다' 방랑 어류 속출 > 괴물/희귀동물

연근해 수온 평년보다 섭씨 1도 이상 높아

지난 6일 오후 강원도 주문진 인근 해역에서 자망을 끌어올리던 어민 이천식(57) 씨는 잡아 올린 생선을 분류하던 중 화들짝 놀랐다.

그물에 가득 찬 도루묵 사이에서 바다 생활 40년만에 처음보는 어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장어 같이 생겼지만 일반 장어보다는 입이 뾰족하고 길이가 2ｍ나 되는 큰 어류였다.

곧바로 국립수산과학원의 전문가에게 감별을 의뢰한 결과 툭 튀어나온 입으로 사람을 잘 문다고 해 이름 붙여진 '하모', 즉 갯장어였다.

난류성 어류로 주로 우리나라 남해안과 동중국해에서 서식하는 갯장어가, 그 것도 길이 2ｍ에 무게도 20㎏이나 나가는 초대형이 동해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것 뿐아니다. 동해에서는 지난달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남쪽 바다로 내려와야 할 오징어떼가 여전히 머물고 있다.

강원 연안에서 올 1월초 보름동안 잡힌 오징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0%나 많은 500t에 이른다.

때아닌 오징어 대풍에 이 지역 어민들은 즐거워하고 있지만 오징어 남하를 기다리는 남쪽 어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몇년 전 출현해 수산당국을 긴장시켰던 노랑가오리가 올해 동해에서 발견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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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이런 현상은 최근 이 일대 수온이 섭씨 13~15도로 지난해보다는 4도, 평년에 비해 1도 가량 높은 고수온 현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산과학원 자원관리팀 김정년 박사는 "공기를 섭씨 1도 올리는 것보다 물을 같은 온도로 올리는 데 드는 에너지가 10배가량 더 소요된다고 볼 때 바닷물이 1도 상승한다는 것은 지상에서 기온이 10도 이상 상승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더욱이 물이 식는 데 드는 시간도 공기가 식는 시간보다 월등하게 길기 때문에 수중 생물이 받는 스트레스는 10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김 박사는 설명했다.


사정은 남쪽 바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 같으면 3월 중순 넘어서야 나타나던 망치고등어가 지난달부터 대량으로 잡히고 있다.


지난달 부산지역의 망치고등어 어획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가 넘는 411t에 이를 정도며 이달 들어서도 꾸준히 잡히고 있다.


상자당 7만원씩 하는 참고등어에 비해 값이 2만원 가량 싸 설 대목을 앞둔 어민들의 시름이 크다.


또 낙동강 하구의 김 생산량도 줄었는데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양식 김 생산량이 4천522t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 감소했다.


날이 따뜻해 미역 잎이 녹아내리고 있고 수온 상승이 꾸준한 상태여서 이 지역 양식어민들은 예년보다 일찍 미역 농사를 접어야 할 형편이다.


이밖에도 수산과학원은 통상 3월 초 산란하기 위해 남해안으로 올라오는 멸치떼가 수온상승으로 이달 말이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올해와 같은 이상 기후가 지속되면 아열대성 어종의 연안 출현이 잦아지고 나아가 아예 정착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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