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 암탉이 되다(처음에는 성전환 한줄 알앗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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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태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09회 작성일 05-01-17 23:04본문
▲ 태어난지 닷새만에 암탉이 죽자 어린 병아리들 옆에 항상 수탉이 붙어있다.
ⓒ2004 오마이뉴스 안현주
생명의 끈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일까.
21일간의 고요를 깨고 마침내 7마리 새끼 병아리가 부화한 것도 잠시. 그러나 갓 세상에 나온 새끼 병아리들이 살아남을 거라고 장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태어난지 닷새만에 갑자기 어미 암탉이 죽은 것이다. 원인 모를 병이었다.
관상용의 일종인 '차보'종 닭 암수 두 마리가 이준경(44·광주시 광산구 평동 용동마을)씨 집에 들어온 것은 지난해 4월초. 비둘기, 금계(관상용 닭의 한 종류)와 함께 애완용으로 들인 것이다. 어느덧 암수는 사랑을 싹 틔웠고, 그 뒤 암컷은 유정란을 품기 시작했다. 부화에 들어간 것이다.
새끼 병아리 품고 죽어간 암탉
"암탉이 어쩌다 둥지에서 한번 나와, 얼른 모이만 주워먹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들어가곤 했지요. 숨만 가쁘게 들이마시더군요. 알을 깰 때까지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성이지요."
마침내 삼칠일(21일)이 되던 날, 딱딱한 껍질을 깨고 7마리의 병아리가 태어났다. 막 태어나 솜털이 보송보송한 7마리의 새끼 병아리였다.
그러나 불과 3일여가 지났을 즈음, 암탉의 움직임에 이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웅크리고 앉아 자울자울 졸기만 했던 것. 움직임이 없을 뿐 아니라 모이를 대하는 것도 확연히 달라 보였다. 새끼들을 보고 눈망울만 힘없이 굴리는 것을 보고있자니 적잖이 속이 상하더라는 주인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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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닭장 안에 있는 금계 한 마리가 병아리들한테 다가오자 수탉이 경계에 나섰다. |
ⓒ2004 오마이뉴스 안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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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자 마자 어미를 잃은 새끼 병아리 한 마리가 수탉에 올라 재롱을 부린다. |
ⓒ2004 오마이뉴스 안현주 |
뒷산에 암탉을 묻은 이씨는 닭장을 걱정스레 쳐다봤다. 사람들은 남은 병아리들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태어난 뒤 한동안은 따뜻한 체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직 날개조차 나오지 않은 때였다.
수탉, 암탉 대신 새끼 병아리 품다
사람들을 경악케 한 일은 그 날 밤 벌어졌다. 어둠이 지자 느닷없이 수탉이 새끼 병아리를 품고있는 것. 한때 양계 농장도 해봤던 이씨였지만, 수탉이 병아리를 품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씨의 조그만 닭장에는 새끼병아리들 이외에 비둘기 몇 마리와 같은 관상용의 일종인 금계 3마리가 함께 서식하고 있다. 자연히 새끼병아리들에게 이들의 짓궂은 장난이 없을 리 만무한 것.
어린 병아리들이 눈에 밟혔던 것일까. 난데없이 수탉이 그날 밤부터 바닥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죽기 전날까지 품어주던 암탉을 대신해서 직접 새끼들을 품고 밤을 새는 것이다. 영락없는 어미 노릇. 지금까지 단 하루도 예외 없이 횃대(닭장 높은 곳)에서만 잠을 청해 왔던 수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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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한 마리가 먹이를 물고 한쪽으로 도망가고 있다. 어느덧 이만큼 자랐다. |
ⓒ2004 오마이뉴스 안현주 |
"꾸꾸꾸, 꾸꾸꾸꾸…."
병아리들을 불러모으는 신호이자, 주위를 맴돌고 있는 금계를 경계하는 신호인 것. 암탉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다니며 내는 특유의 소리를 수탉이 대신 내고 있는 것이다.
50대 후반의 마을 한 아주머니는 "세상에 수탉이 병아리들을 품을 줄 누가 알았겠냐"며 "동물들도 보면 묘하더라"고 말한다. 아주머니는 "개들도 보면 자기 엄마 묻어놓은 자리 가서 꼭 있더라"며 "어미가 묻힌 자리를 아는 개들은 하루종일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얼마나 비정한 세상입니까"
암탉이 죽은지 한 달여가 지난 시간. 제법 날개도 돋고 병아리들의 움직임도 민첩해졌다. 이제 한 고비를 넘긴 것이다. 사람들은 죽을 줄만 알았던 병아리들이, 지금은 깃털도 나오고 꽁지까지 생겼다고 흐뭇해한다.
암탉을 먼저 보낸 수탉이 연신 발톱으로 땅을 파헤쳤다. 모이 먹는 법을 가르치는 것. 병아리 한 놈이 잽싸게 먹이 하나를 낚아채더니 뒤뚱거리며 한쪽으로 도망간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새끼들은 수탉의 위세를 호위 삼아 금계와 비둘기 앞에 잔뜩 호기까지 부렸다.
"얼마나 비정한 세상입니까. 부모가 아이들까지 갖다버리고, 이라크에서는 김선일씨가 살려달라고 해도 정치권에서는 눈 한번 끔쩍 안하고…."
자살이다 파병이다 가뜩이나 어두운 소식만 있는 요즘. 새삼 사람이 초라해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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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시도 마음을 못 놓고 있는 수탉. |
ⓒ2004 오마이뉴스 안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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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영님의 댓글
최태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음 놀랏죠 처음글읽을때는 ㅡ.ㅡ
김형근님의 댓글
최태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번쩨사진에서 세끼닭이 큰닭을 쩨려본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