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알려진 신비의 심해생물 일반 > 괴물/희귀동물

불과 1백5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심해에 생물이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박물학자 에드워드 포브스(1815~1854)는 약 2천5백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에게해에서 관찰했던 해양생물과 비교하기 위해 채집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수심이 깊어질수록 생물의 종류가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고,심해에는 생물이 살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당시 사람들은 포브스의 심해 무생물 가설을 믿었다. 그러나 1860년대 전보 송신용 해저케이블을 설치하면서 이 가설은 위기를 맞게 됐다. 지중해에 깔려있던 해저케이블을 수리하기 위해 끌어올렸더니 그곳에 심해동물이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왜 심해에 생물이 살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심해는 빛이 없어 캄캄하고,수온은 거의 섭씨 0도에 가까워 얼음처럼 차갑고, 물 덩어리가 내리누르는 수압이 엄청나기 때문일 것이다.

수압은 수심이 10m 깊어짐에 따라 약 1기압씩 높아지므로, 수심 1만m에서의 수압은 지상에서의 1천배인 1천기압이 된다. 이는 1㎠ 면적에 1t의 무게로 내리누르는 힘에 해당하며, 사람 손바닥에 몸무게 4t 정도인 코끼리 약 25마리를 올려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식물은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심해에서 살 수 없다.

그러나 암흑의 심연에도 동물은 살고 있다. 심해에 사는 동물은 다른 동물을 잡아먹거나 표층에서 가라앉는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을 먹는다.

이처럼 표층으로부터 가라앉는 유기물 조각들을 '바다눈'이라고 한다.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심해에 사는 생물들에게 바다눈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양식이다.

심해 동물들은 특이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표층에 사는 생물들과 다른 점이 많다. 희미한 빛이 있는 곳에 사는 생물은 약한 빛을 감지하기 위해 눈이 발달했지만, 빛이 없는 곳에 사는 동물의 눈은 퇴화했다.

심해 어류인 윈테리아는 빛을 잘 모을 수 있는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어 어둠 속에서도 시력이 좋다.

그러나 더 깊은 암흑의 심해에 사는 어류는 눈이 퇴화돼 아주 작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심해에 사는 어류는 부족한 먹이를 확실하게 잡기 위해 입이 매우 크거나,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 심해아귀.풍선장어.포대앨퉁이처럼 심해에 사는 어류는 자기 크기 만한 먹이도 잡아먹을 수 있게 늘어나는 위와 몸에 비해 큰 입을 가졌으며, 입안에는 무시무시한 이빨이 있다.

심해에는 반딧불이처럼 빛을 낼 수 있는 생물 또한 많다. 생물이 내는 빛은 루시페린이라는 물질과 효소 루시페라제의 반응 결과로 나온다.

심해생물은 먹이 생물을 유인하거나 찾고, 포식자로부터 피하고,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배우자를 찾을 때 빛을 이용한다. 한편 기체가 들어있는 부레는 높은 수압에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심해어류는 부레가 퇴화된 대신 부력을 얻기 위해 몸에 기름을 축적하고 있다.

심해는 탐사의 어려움 때문에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많은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이 신비를 풀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는 '넵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걸쳐 있는 북태평양 바다 속에 총 3천㎞에 달하는 광케이블과 전력선을 깔아 해저실험실을 만든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곳에는 원격으로 조절되는 무인잠수정과 실험기구들이 배치돼, 해양학자들은 해저 화산 폭발과 심해생물 등을 관찰하며 해저 환경변화를 조사할 것이다.

30여개의 실험실에서 수집된 정보는 2007년부터 연구자와 네티즌들에게 제공될 계획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안방에서 바다 속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어느 날 컴퓨터 모니터에 우리가 난생 처음 보는 생물이 불쑥 등장할지도 모른다.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2003-03-27 생명과학 / 중앙일보

추천-1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