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시절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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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겨울의 일입니다. 저희 부대는 초소가 3군데 있었는데 모두 나무로 된 계단을 15분 가량 올라가야 곳에 초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통 앞 조들이 고참일 경우에는 초소에서 교대를 하는 게 아니라 미리 계단 밑에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거기서 교대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날도 앞 근무조가 우리보다 고참이라서 당연히 계단 밑에서 교대하게 되었습니다.
'고생해라'
'수고하셨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필승!'
하고 교대를 하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올라가다가 앞서 가던 고참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겁니다.
'뭐 하십니까'하고 물었더니 아무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더라구요.
'올라가십시오' 하면서 살짝 몸을 밀었더니
손가락으로 초소 쪽을 가리키는데.....
그림자 두 개가 보이는 겁니다.
저도 순간 너무 혼란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위쪽에서 욕지거리가 쏟아지는 겁니다.
'야, 이것들이 안 올라오고 뭐 하는 거야!!!'
우리는 둘 다 총을 야무지게 움켜쥐고 엄청 경계하면서 계단을 올랐습니다.
결국 우리는 조인트 몇 대 까이고 위쪽에서 FM대로 교대를 했습니다.
근무 내내 우리는 아무말도 못하고 북쪽만 바라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까 우리가 교대한 거 귀신인 거죠?'라고 물을 법도 한데...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그 고참하고도 이후로 제대할 때까지 그때 일로 얘기한 적은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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