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에 속속 등장하는 로봇무기들 > 군사무기

지난해 12월 러시아 소식을 전하는 한국어 매체인 ‘러시아(Russia) 포커스’는 러시아 육군에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는 무인 로봇무기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로봇 무기들이 2017~2018년쯤 러시아 육군에 활발하게 도입되기 시작해 2025년쯤에는 전체 군 장비의 무려 30%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첨단 컴퓨터 등 전자장비는 뒤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러시아 육군에서조차 로봇무기의 비중이 예상외로 빨리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잡지는 일부 로봇은 이미 사용되고 있다며 러시아가 개발한 전투 로봇 중 유망한 5종을 소개했다. 

우선 기관총과 30㎜ 유탄 발사기로 무장한 ‘플랏포르마-M’이 있다. 플랏포르마-M은 정찰 또는 순찰, 경비 용도로 주로 쓰이지만 화력 지원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비슷한 전투로봇인 ‘볼크-2’는 플랏포르마-M보다 조금 무겁지만 기관총과 중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고 시속 35㎞로 달리는 가운데 발포할 수 있다. 열영상 카메라와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갖춰 야간에도 정확하게 사격할 수 있다. ‘토폴-M’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경호용으로 전략미사일군에서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스트렐로크’라 불리는 소형 전투로봇도 있다. 크기가 작고 무게가 50㎏에 불과해 건물이 밀집된 시가지 지역에서 특공대 등 군인들을 보호하며 공격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속도는 사람과 비슷한 시속 4㎞이지만 무한궤도를 장착해 계단을 올라갈 수 있고 대테러 작전용으로도 쓸 수 있다. 2013년 9월 러시아 방산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무인 로봇무기는 원래 무인항공기(UAV)처럼 공중에서 활용되는 것들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상과 바다에서 활용되는 로봇무기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상 로봇무기들을 일찌감치 실전에서 사용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개발에 착수해 2002년 육군 개혁 프로그램이었던 FCS(FutureCombat System)에 따라 다양한 지상 로봇무기들을 개발했다. 폭발물 제거(EOD) 분야는 위험성 때문에 일찌감치 군용 로봇들이 사용돼 왔다. 미국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탤런(Talon)’이라 불리는 폭발물 제거 로봇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이라크전에서 활약한 EOD 요원들을 소재로 한 영화 ‘하트 로커’ 첫 장면에 등장했던 로봇이 이 탤런이다. 탤런은 폭발물 제거 로봇 중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탤런은 원격조종을 위한 카메라를 장착하고, 초고압 물대포 등을 쏴 폭발물을 무력화할 수 있는 원격조종 로봇 집게손(매니퓰레이터)을 달고 있다. 탤런에 기관총과 유탄 발사기, 로켓 등을 장착한 무장형도 개발됐는데 ‘스워즈(SWORDS)’로 불린다. 다양한 로봇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업체 아이로봇이 만든 ‘팩봇(PackBot)’도 이라크전 등에서 폭발물 제거, 적 은신처 탐사에 널리 사용됐던 인기 로봇이었다. 

정찰용 로봇무기도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다. 미국 업체 아이로봇이 만든 ‘퍼스트룩(FristLook)’은 탤런처럼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등 실전에 많이 사용됐다. 길이 25㎝, 폭 22㎝에 무게가 2.4㎏에 불과해 보병이 갖고 다니기에 편하다.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져 보병이 손으로 던지면 창문을 깨고 건물 내에 들어가 움직이며 카메라 등을 통해 건물 내의 상황을 아군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미국·러시아 외에도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영국이 지상 로봇무기 개발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스라엘의 개발능력은 미국에 비해 떨어지지만 잠재력은 대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의 양대 방산업체인 IAI와 엘빗이 공동 출자해 만든 회사에서 제조한 ‘아반가드’와 ‘가디엄’이 대표적이다. 아반가드는 지뢰 또는 IED(급조폭발물) 제거 작업을 하면서 기관총으로 적 공격에 대응사격을 할 수도 있다. 가디엄은 아반가드를 개량, 국경선이나 기지를 침투하는 적을 감시하고 경보를 할 수 있는 로봇이다. 전자광학 카메라와 저격수 위치 탐지장비 등을 갖추고 있고, 대전차 미사일도 유도할 수 있다. 

독일도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다양한 로봇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 중 텔레맥스 등 폭발물처리 로봇은 수백 대가 만들어져 수출도 하고 있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로봇무기들을 개발 중이다. 프랑스의 초소형 정찰로봇 코브라 Mk2는 초소형 정찰로봇 분야에서 가장 다양한 기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길이와 폭이 40㎝, 무게가 6㎏을 넘지 않지만 정찰에 필요한 적외선 카메라는 물론 폭발물 제거용 물대포도 실을 수 있다. 10인치 크기의 태블릿PC를 사용해서 250m 떨어진 곳까지 무선조종이 가능해 조작도 쉽다는 게 장점이다. 영국은 폭발물처리 로봇 ‘바이슨’ 등을 개발해 운용 중이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도 수출하고 있다. 스트리커 장갑차를 무인화하는 시험도 했다. 
함포 및 대공포 제조업체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방위사업체 ‘오토멜라라’도 적재 능력이 뛰어난 로봇을 개발했다. 몸체에는 100㎏ 이상의 무게를 지닌 감지장비나 폭약 등을 탑재하고, 원격조종 로봇 집게손에는 핵, 화생방 가스 탐지 감지기를 장착한다. 터키의 대표 방산업체인 아셀산은 ‘카프란’이라는 로봇을 만들었는데 만년설이 내리는 산맥과 사막이 공존하는 터키의 특성을 감안해 영하 30도부터 영상 69도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지상 로봇무기 시장이 적어도 2020년대 초반까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 분석에 따르면 2013~2022년 사이 지상 로봇무기 시장은 총 5억5700만달러에 수량은 5160대에 이른다. 국가별로는 미국에 이 기간 중 3억1600만달러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전체 로봇 시장의 57%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서 영국이 10%, 이스라엘이 9%, 프랑스가 4%, 독일이 2%를 각각 점유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지상 로봇무기 시장이 아직까지 전체 무인무기 시장에서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60여개국에 1억1000만개의 지뢰가 매설돼 있어 지뢰제거 로봇 수요 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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