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로봇, 기술적 실용화 수준 국방기술품질원 발간 '세계 국방지상로봇 동향' > 군사무기

최근 스위스에서 막을 내린 ‘다보스포럼’에서 다뤄진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살인로봇(killer robot)의 규제’였다. 전쟁과 테러 등에 투입될 살인로봇의 개발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시기적으로 볼 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최근 발간한 ‘세계 국방지상로봇 획득동향’을 살펴보면, 전장(戰場)에서의 로봇 활용 가능성은 이미 현실이 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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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간형 로봇 ‘펫맨’, 언제든지 살상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 ⓒ DARPA
이 동향서는 최근 5년 동안의 전 세계 국방지상로봇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해 제작한 자료로서, 최신 국방지상로봇 획득 동향과 개발 방향 및 수명주기 전반에 걸친 정보, 시사점 등을 상세히 소개해 주고 있다.

자료의 저자인 국방기술품질원의 강인원 박사는 “로봇이 실생활에서는 물론 군사 분야에서도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국방 분야를 책임질 수 있는 지상로봇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한다”라고 저술의 목적을 밝혔다.

지상로봇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전쟁터에 투입된 지상로봇의 역사는 멀리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군은 원격 제어로 움직이는 소형 자폭 차량인 ‘골리앗’을 처음 선보였다. 지뢰를 싣고 전차 아래로 들어가 자폭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으나, 정작 전차 아래에 들어가면 통신이 힘들어져 자폭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르망디 전투부터 본격적으로 동원됐지만, 통신 상태 불량 등으로 인하여 실제 공격에서는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소련군도 골리앗을 모방하여 통신으로 움직이는 ‘TT-26 텔레 탱크’를 개발했지만, 역시 통신의 문제로 인해 작전에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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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지상로봇인 독일의 ‘골리앗’ ⓒ wikipedia
그렇게 로봇의 전장 투입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 후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의 전장에는 수많은 지상 로봇들이 투입되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군이 이라크 전이나 아프간 전에 이미 지상로봇을 보낸 사례가 있고, 이스라엘도 국경 감시에 지상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로봇을 통한 전쟁 수행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전쟁이 벌어졌을 때, 로봇을 인명 살상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직까지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실전 투입을 미루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강대국들이 지상 로봇 개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로봇의 경우 양심의 가책도, 신체적인 고통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전쟁터에서는 사람보다 더 효율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첨단무기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군인을 대신하여 투입할 지상로봇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인명 살상용 로봇의 기술은 완성 단계

다음은 동향서에 언급된 주요 국가별 지상 로봇 개발 현황이다.

▶ 미국 = 인간형 로봇 등 전 지상로봇 분야에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미 육군은 로봇이 인간과 상호 협력하는 동료이자 팀의 필수 구성원으로서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미래를 구상 중이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인간형 로봇인 펫맨(Petman)이 있다. 군용물자를 수송하거나 위험 지역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쪼그리기나 뛰기 등 사람의 하반신이 취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동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투용으로 개조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 러시아 = 전투로봇 개발과 더불어 기존 장갑전투차량의 무인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형 전투로봇 플랫폼-M(Platform-M)을 참여시켜 모의 전쟁 게임을 하고 있으며, 신형 무인지상기동 경비로봇도 운용할 예정이다.

원격으로 제어되는 사이보그 전투로봇은 아직 실체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해진 코스에서 4륜 바이크를 운전하고, 권총 등을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간형 로봇 아바타가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작업 지원용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언제든지 전투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겸용으로 설계 중이라는 것이 러시아 국방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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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탑승하는 지상로봇 ‘쿠라타스’ ⓒ icrc.org
▶ 일본 = 활발한 로봇 활용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일본은 최근 발표한 ‘신 로봇 전략’에 로봇혁명을 도모하는 실행계획을 담았다. 계획의 대부분은 전쟁보다는 재난이나 우주 개척 등에 사용되는 평화적 용도의 로봇 개발을 언급하고 있다.

독특한 점은 세계 최초의 인간 탑승형 로봇을 지상 로봇의 일환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대 무장로봇인 구라타스(Kuratas)는 인간형 로봇 팔 2개와 바퀴형 다리 4개, 그리고 분당 60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2정의 총을 갖추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또는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으며, 시간당 11.3km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영국이나 독일은 전쟁 자체보다는 다양한 야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을 보유한 유·무인 방호차량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준래 객원기자다른 기사 보기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6.0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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