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주 힐링글 06편.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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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라랜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요원 댓글 0건 조회 463회 작성일 22-07-31 16:33본문
[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
- 박제천 -
안개꽃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개꽃 뒤에 뒷짐을 지고 선 미루나무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들판에 사는 풀이며 메뚜기며 장수하늘소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을 옮겼다.
반짝이는 창유리에게, 창유리에 뺨을 부비는 햇빛에게 햇빛 속의 따뜻한
손에게도 말을 옮겼다.
집도 절도 차도, 젓가락도 숟가락도, 구름도 비도 저마다 이웃을 찾아
말을 옮겼다.
새들은 하늘로 솟아올라 그 하늘에게, 물고기들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그 바닥에 엎드려 잠자는 모래에게, 아침노을은 저녁노을에게, 바다는
강에게 산은 골짜기에게, 귀신들은 돌멩이에게 그 말을 새겼다.
빨강은 파랑에게 보라는 노랑에게, 슬픔은 기쁨에게, 도화지는 연필에게,
우리집 예쁜 요크샤테리어종, 콩지는 접싯물에게, 태어남은 죽음에게,
그리고 나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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